23일 화제를 모았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 Lite(이하 NDSL)’의 오픈마켓 판매중단 조치는 알려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논란은 23일 한 경제지가 NDSL용 불법복제 카트리지 제품이 유통된다는 이유로 닌텐도가 국내 오픈마켓(G마켓, 옥션)의 NDSL 판매를 중단시켰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 기사에는 “불법복제용 카트리지가 유통되는 오픈마켓에 NDSL 판매를 거부하는 것이 본사(닌텐도)의 결정사항이라고 들었다”는 오픈마켓 관계자의 발언이 첨부되어 있었다.
하지만 디스이즈게임이 취재한 결과 판매중단 조치는 사실과 다르며, 주요 오픈마켓에서는 여전히 NDSL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국내총판 대원게임 “물량 조절을 한 것”
한국 닌텐도의 관계자는 판매중단 조치에 대한 질문에 “한국 닌텐도는 절대로 판매중단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관여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총판 중에 한 곳인 대원게임이 공급 물량을 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대원게임의 송동석 부장은 “오픈마켓은 우리가 직접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NDSL을 공급하는 딜러들이 판매를 하는 곳이다. 우리가 딜러들에게 물량 공급을 중단한다고 해서 판매가 중지되는 구조가 아니다. 또한, 우리는 NDSL의 일부 물량을 유통할 뿐이다. 다른 딜러들은 물론 소매상들도 얼마든지 오픈마켓에서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G마켓, 옥션 같은 오픈마켓은 누구나 자유롭게 물건을 등록하고 판매자(딜러)가 될 수 있는 열린 시장이다. 특정 총판을 통해서 물건을 공급받는 판매점과는 다른 구조이며, 물건은 딜러가 재량껏 구할 수 있다.
송동석 부장은 겨울방학 성수기를 맞아 NDSL의 물량이 부족해서 공급의 우선 순위를 두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 가장 먼저 공급하고, 그 다음에 유명 인터넷 쇼핑몰, 마지막에 오픈마켓 딜러 순서로 물건을 공급하고 있다. 그래서 오픈마켓에 물량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공급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 판매는 계속 진행중, 18일 협조공문 발송
디스이즈게임이 직접 확인한 결과 23일 오후 기준으로 G마켓은 일부 딜러들이 NDSL을 계속 판매하고 있었다. 옥션은 대부분의 딜러가 물량 부족으로 판매를 일시 중단했지만 기존 주문 고객에 대한 발송은 계속 되고 있었고 일부 딜러는 판매를 계속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오픈마켓 관계자가 주장한 “본사(닌텐도)의 판매거부 결정”은 어떻게 나온 이야기일까? 대원게임은 지난 18일 NDSL 불법복제용 카트리지의 판매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송동석 부장은 “오픈마켓에 NDSL 불법복제용 카트리지 R4 등의 판매 자제를 부탁하는 공문을 지난 18일 발송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단언한 내용은 없었고, 그런 결정을 내린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요청은 처음이 아니다. 6개월 전부터 오픈마켓 업체에게 R4 판매 제재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권한이 없다며 거절당했다”고 덧붙였다.
대원게임은 한국 닌텐도가 설립되기 전인 대원씨아이 시절부터 닌텐도 하드웨어의 국내 총판을 맡아왔던 업체다. 당시에도 게임 전문매장 등을 돌면서 불법복제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판매 자제를 촉구해왔고, 그런 노력이 계속되는 것 뿐이라는 게 대원게임의 주장이다.
◆ ‘제 살 깎아먹기’ vs ‘규제 근거가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NDSL 불법복제용 카트리지는 지금도 오픈마켓에서 판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NDSL 총판은 자제를 요청하고 있고, 오픈마켓은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오픈마켓은 판매자가 등록한 상품을 판매 정지 시키거나 등록을 삭제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공식적으로 불법 제품이라는 판례나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총판은 불법복제 카트리지의 판매는 ‘제 살 깎아먹기’라는 입장이다. 결국 하드웨어만 팔리고 지속적인 수입원이 될 소프트웨어는 팔리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판매중단 논란은 총판과 오픈마켓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한 총판의 협조공문에 대한 오픈마켓 관계자의 발언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공문 발송 이후에 구두로 총판의 강경한 입장이 전달됐을 수는 있지만,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알려진 부분은 잘못됐다.
G마켓에서는 여전히 NDSL이 판매되고 있다. 본체와 소프트웨어 2개 합본 패키지.
옥션에서도 여전히 NDSL과 불법복제용 카트리지의 묶음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