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1천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가상현실 공간 <세컨드 라이프>로 통하는 문이 25일 정식으로 열렸다. 이제 영어로 어렵게 회원등록을 하고, 가상화폐 린든 달러를 구입하지 못해 애태울 필요가 없다. 티엔터테인먼트가 한국인을 위해 만든 <세라코리아>를 통하면 가상세계에서의 적응도, 린든 달러의 구입도 손쉽게 가능하다.
일본은 이미 <세컨드 라이프>가 정착하고 있는 단계다. 한국에서도 첫 발을 내딛은 <세컨드 라이프>. 하지만 갈 길은 아직도 멀다. 국내 실정법의 적용 여부, 한국 유저들의 인지도 부족, 상대적으로 난해한 접근성 등 모두가 숙제다.
<세라코리아>의 국내 오픈을 맞아 그동안 디스이즈게임이 다루지 못했던 몇 가지 요점들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디스이즈게임 황성철 기자
■ 가상과 현실을 벽을 허물다
미국 린든 랩에서 개발하여 2003년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세컨드 라이프>.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2006년에 이르러서야 주류 미디어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했을 정도다.
<세컨드 라이프>의 최대 장점은 가상과 현실의 벽을 허물었다는 점이다.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실현한 유무형의 가치는 현실에도 그대로 연결된다. 이것은 바로 린든 달러의 현금화로 이루어지는데, 전세계 유저들이 <세컨드 라이프>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세컨드 라이프> 안에서 옷을 만들어 팔거나 부동산을 임대하거나 하는 방법으로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세컨드 라이프>의 현금화를 통한 요소는 뜨거운 감자다. 가상세계의 가치실현이 현실과 연결된다는 점, 특히 린든 달러의 현금화라는 수단이 존재한다는 것은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 거래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국내의 현실과 맞물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세컨드라이프> 국내 서비스에 대한 오해
<세컨드 라이프>를 게임으로 봐야할 것인지, 아니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봐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숱한 논란이 있어왔다. 현재 한국의 상당수 유저들은 <세컨드 라이프>를 게임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인식은 <세컨드 라이프>의 국내 서비스에 대한 오해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사실 엄밀히 말해 <세컨드 라이프>의 국내 서비스라는 말은 옳지 않다. 이전부터 국내 유저들은 <세컨드 라이프>에 접속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서버는 해외에 있기 때문이다.
티엔터테인먼트는 <세컨드 라이프>를 개발한 린든 랩의 파트너사(글로벌 프로바이더)로 한국 유저들의 정착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브라질 파트너사와 마찬가지로 한국 유저들을 위한 ‘초보 마을’ 형태의 공간과 한국형 컨텐츠의 개발과 공급을 맡고 있다. 그 동안 <세컨드 라이프> 홈페이지에서만 가능했던 회원 등록과 같은 기능을 자체 <세라코리아> 홈페이지에서도 지원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유저들을 위해서 <리니지>에 비유하자면 ‘말하는 섬’을 추가한 것이다. 전체적인 운영은 여전히 린든 랩에서 맡으며 티엔터테인먼트는 단지 관문 역할을 충실하게 제공하는 셈이다.
티엔터테인먼트는 <세컨드 라이프>에서 사용되는 가상 화폐인 ‘린든 달러’의 구매 대행 서비스도 진행한다. 한국 유저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세라 캐쉬’를 충전할 수 있다. 원화와 1:1로 대응되는 세라 캐쉬를 구매한 유저는 티엔터테인먼트가 정한 소정의 환율을 통해 린든 달러를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린든 달러를 다시 현금화 시킬 수는 없다.
■ <세컨드라이프>에 대한 정부의 이례적인 관심
정부에서도 <세컨드 라이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정부의 관련 부처들이 모여서 <세컨드 라이프>의 국내 서비스에 대한 회의를 가졌을 정도.
최근 전자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 여성가족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게임물등급위원회, 청소년위원회 등 <세컨드 라이프>의 국내 서비스와 관련이 있는 부처와 산하기관이 한자리에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의 타이틀 때문에 이토록 다양한 부처의 관계자들이 모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들을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가상세계에서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사이버 섹스나 도박도 마찬가지다.
이 자리에서 각 부처별 실무 담당자들은 <세컨드 라이프>가 지적 받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논의 했다. 예를 들어 사이버 섹스나 도박등의 컨텐츠는 해외에서도 여러 차례 문제시되고 있는 사안이다.
전자신문의 보도에서 한 정부 관계자는 “각자 세컨드라이프 문제점에 맞는 관련법과 적용범위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 아무리 외국에서 문제가 없는 서비스라도 국내에서는 국내법에 저촉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 문광부, 게임법 개정되면 <세컨드 라이프>도 심의할 것
문화관광부는 <세컨드라이프>를 엄연한 ‘게임’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관광부 게임산업팀의 관계자는 "현행 게임물진흥에 관한 법률에 비춰보면 <세컨드라이프>를 충분히 게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현재의 심의 기준과 제도로는 사전심의를 하기 어려운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게임심의는 '소수의 제조자가 만든 불변의 컨텐츠'를 대상으로 심의를 하는데, 이용자들이 만든 컨텐츠가 핵심이 되는 <세컨드라이프>는 굉장히 '다른 심의대상'이라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처럼 컨텐츠가 변할 때마다 신고를 받아서 재심의 여부를 결정하기도 어렵다. 유저들이 언제, 어떻게, 얼마나 많은 컨텐츠를 만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게임산업팀은 게임법의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법이 사회의 변화를 신속하게 따라가지 못하는 '지체현상'을 최소화 하고 최대한 현장에 다가설 수 있는, 실용적인 법안을 만들기 위해 외주 용역도 진행중이다.
게임산업팀 관계자는 "게임위에서 당장 <세컨드라이프>의 등급심의를 할 수는 없지만, 미래를 보면 심의를 받아야 하고, 사후관리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컨드라이프>를 둘러싼 각 정부 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광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사전심의는 문광부에서, 사후관리는 정통부에서 맡아야 한다는 것. 사전, 사후 관리와 통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뚜렷하다.
아직은 등급을 매기진 않았지만 게임물등급위원회도 <세컨드라이프> 속의 카지노에서 만일 린든 달러가 현금으로 환전이 된다면 '도박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사후관리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현금화는 막아놓은 반쪽 서비스
문광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현금화는 <세컨드 라이프> 한국 흥행의 최대 걸림돌이기도 하다.
현재 티엔터테인먼트는 현금과 1:1 비율로 세라 캐쉬를 구입하고 린든 달러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지만, 거꾸로 린든 달러를 세라 캐쉬로 바꾸고 다시 현금화 하는 서비스는 제공하지 있지 않고 있다.
현금화 불가 정책은 사실상 <세컨드 라이프>를 반쪽만 서비스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세컨드 라이프>가 인기를 최대 요인들 중에 하나가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의 제공이었기 때문이다. 해외 외신들의 경우에도 <세컨드 라이프>를 조명할 때 현금화에 초점을 맞출 정도다.
<세컨드 라이프>를 게임물로 간주하는 한 획득한 린든 달러를 현금화하는 행위 자체는 사후관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티엔터테인먼트 측은 세라캐쉬의 현금화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아직 게임 심의기관인 게임물등급위원회의 홈페이지에서 <세컨드 라이프>는 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문광부에서 ‘게임’이라는 시각을 유지하는 한 세라 캐쉬의 현금화는 앞으로도 계속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티엔터테인먼트의 원성연 팀장은 “정통부와 문광부 그리고 게임위의 결정 방향대로 환금 정책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법상으로 조금이라도 위배가 되는 사항이 있다면 현금화 서비스는 일체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사실, 티엔터테인먼트가 현금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말 돈을 벌고자 하는 유저들은 다른 방법을 택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템 현금거래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유저들 사이의 거래는 마땅히 막을 수단이 없다. 실제적인 운영은 린든랩에서 하고 있으며 해외 서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국내 실정법의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결제수단을 가진 하드코어 유저라면 당연히 티엔터테인먼트의 서비스를 통하지 않고도 해외 유저들과 같은 수준의 경제활동을 벌이려 할 것이다. 또한, 그들이 <세라코리아>를 통하지 않는다면 수천 달러를 벌든 수만 달러를 벌든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 굳이 제약이 많은 한국의 ‘관문’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컨드 라이프>의 글로벌 프로바이더인 티엔터테인먼트의 역할은 말 그대로 더 많은 유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관문으로 제한된다. 다 큰 새가 둥지를 떠나듯 어느 정도 적응한 유저들은 규제가 없는 곳을 찾아 <세라코리아>를 떠날 것이다.
원성연 팀장은 “어느 정도의 규제가 있는 일반적인 운영 방식보다 유저의 자유도를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유저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확대시켜가는 것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린든 랩 자체가 각 지역별 정서와 정책에 100% 따르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도 당장 규제의 칼을 뽑지 않았지만, 눈길을 떼지 않고 있다. 먼 나라에서 온 이방인 <세컨드 라이프>의 기나긴 한국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