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웹젠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

외부 세력의 잇단 지분확보, 웹젠은 우호지분으로 대응

이터비아 2008-01-31 11:54:47

엔씨소프트, 넥슨과 함께 국내 MMORPG 시장을 이끌었던 웹젠이 경영권 분쟁으로 위기를 맞았다. 일반 기업들이 앞다퉈 웹젠의 지분을 사들이며 적대적 인수합병에 나섰기 때문. 벤처 신화의 대표 주자로 꼽히며 한때 1,800억 원의 현금을 보유했던 웹젠,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 슬럼프의 원인은 흥행부진과 개발지연

 

웹젠의 기반은 여전히 <뮤>(MU)다. 2001년 11월 유료화가 시작된 후 전성기였던 2003년까지 동시접속자 7만 명을 돌파했고, 중국에서는 30만 명의 동시접속자를 확보했다.

 

덕분에 웹젠은 2002년 매출 288억에 순이익 152억원, 2003년에는 569억원 매출에 334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고공비행이 계속됐다. 특히 코스닥 상장에 이은 미국 나스닥 상장은 당시 게임 벤처계의 신화로 통했다. 웹젠의 주가도 16만원을 호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5년부터 웹젠은 긴 슬럼프에 빠졌다.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2005년에 290억원 매출에 18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06년에는 209억원 매출에 30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손실이 매출보다 커지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아직 2007년 전체 매출은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3분기까지 10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주가도 1만원 선에서 머물러 있다.

 

슬럼프의 원인은 간명했다. 신작의 흥행부진과 개발지연. <뮤>의 수익과 유입된 자금을 차기작 개발에 쏟았지만 <썬>이 기대치를 밑도는 성과를 냈고, 다른 신작들의 개발도 차일피일 지연되면서 손실이 커졌다. 그 사이 직원은 172명에서 600명 이상으로 늘어났고 해외 현지법인까지 설립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 외부 업체의 경영권 참여 시도, 왜?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해 말부터 웹젠은 인수합병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최대 주주의 지분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현재 개인 최대 주주인 김남주 대표이사의 지분은 6.27%에 불과하다. 뮤 성공신화 3인방’ 중에 조기용 전 부사장의 지분 5.1%와 송길섭 전 상무의 지분 4.8%를 합친 것보다 적다. 수치상으로 이미 최대 주주의 칭호는 적대적 인수합병 의사를 밝힌 네오웨이브에게 넘어가 있다.

 

웹젠은 우호지분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 웹젠의 특수관계인과 공동보유자로 등록된 우리투자증권의 지분 6.15%와 김원선 전무의 개인 지분인 0.65%을 합치면 웹젠의 우호 지분은 22.97%. 쉽게 경영권이 넘어갈 상황은 아니다.

 

웹젠 우호 지분 현황 (총 22.97%)

김남주 대표

6.27%

813,279주

김원선 전무

0.65%

84,200주

조기용 전 부사장

5.1%

662,093주

송길섭 전 상무

4.8%

622,491주

우리투자증권

6.15%

797,649주

 


두 번째 이유는 보유하고 있는 현금 자산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3분기에 밝힌 웹젠의 현금 자산 보유고는 약 600억원. 계속되는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회사 운용이 가능한 규모다. 올해 <헉슬리>와 <파르페스테이션> 등을 서비스하면 실적 호전도 기대할 수 있다. 

 

 

■ 라이브플렉스의 심상치 않은 행보

 

공격적인 인수합병의 포문을 연 곳은 네오웨이브다.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 네오웨이브는 지난 12월26일 공시를 통해 웹젠의 지분 6.33%를 매입, 단일 주주로는 최대 주식을 보유했다고 밝혔다. 네오웨이브는 오는 3월까지 웹젠 지분을 8%대까지 늘려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네오웨이브의 뒤를 이어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곳은 라이브플렉스다. 캠핑용 텐트 생산업체 라이브플렉스는 과거 경조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조이온과 합병해 KJ온라인을 출범시켰다가 합병을 번복시켜 게임업계에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라이브플렉스는 고현석 화진실업 대표이사와 공동으로 웹젠의 주식을 매입, 5.05%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고현석 대표는 일본 교토 ANA 호텔 곽유지 회장의 외손자로 라이브플렉스 대주주 진영과 친분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추가 지분 매입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네오웨이브보다 늦게 뛰어들었지만, 라이브플렉스의 행보는 오히려 가속이 붙고 있다. 증권가에서 인수합병의 귀재로 알려진 김병진 씨가 지난해 말 라이브플렉스의 최대 주주로 등극해 웹젠의 경영참여를 이끌고 있기 때문. 김병진 씨는 과거 노머니커뮤니케이션의 대표로 시작해 그동안 다양한 업체의 인수합병에 관여해 온 인물이다.

 

1월22일 라이브플렉스는 웹젠에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를 신청했다. 웹젠이 승인을 거부하자 1월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고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현재 라이브플렉스는 마이크로게임즈라는 게임 퍼블리싱 자회사를 설립해 <스페셜포스>의 필리핀 수출과 <구극병기 엘란>의 국내 퍼블리싱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제니브레인이라는 개발사와 마이크로게이밍이라는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업체를 관계사로 지정해 게임업계에서 세력을 불려가고 있다. 

 

웹젠 비우호 지분 현황 (총 11.38%)

네오웨이브

6.33%

821,554주

라이브플렉스

2.56%

332,543주

고현석

2.49%

322,500주

 

* 소액주주 41.06%, 외국인 지분 24.59%는 제외. 
 


■ 웹젠 체질개선으로 경영권 사수할 것

 

매년 되풀이되는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웹젠도 지난해부터 개혁의 칼을 뽑아들었다. 사내 각 부서를 통합하고 비효율적 게임 스튜디오(<엔드리스 사가>, <뮤2> 등)를 폐쇄하거나 통합해 약 60여 명의 인력을 감축해 비용을 줄였고, 부동산 매각을 통해 자산 보유고를 높였다.

 

군살빼기에 이어서 올해 상반기 내로 <헉슬리>와 <파르페스테이션>의 오픈 베타테스트를 실시해 적자의 사슬을 끊겠다는 것이 웹젠의 계획이다. 나아가 올해는 수익과 성장성으로 평가받겠다는 것이 웹젠의 희망사항이다.

 

웹젠 IR팀 임신묵 부장은 "적자가 계속되는 3년 동안 연구개발비로 130억을 투자할 만큼 게임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회사다. 일반 업체에게 경영권이 넘어가게 하진 않을 것이다. 우호지분은 확고하다. 조기용 현 리로디드 스튜디오 대표도 2010년까지 우호 지분으로 남겨두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임 부장은 라이브플렉스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허가 소송에 대해 "웹젠의 정기 주주총회가 3월 말로 예정된 상황에서 임시 주주총회 요청은 시간적 압박도 있고, 라이브플렉스가 요구하는 시기도 정기 주총과 비슷해서 물리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웠다. 라이브플렉스가 제기한 소송은 2월 중순에 있을 법원 심리에 따라 결과가 나올 것이다. 웹젠도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적이 뚜렷한 외부 회사들의 개입이 시작된 웹젠. 체질개선과 신작흥행, 우호지분 확보로 전방위 사수에 나선 웹젠의 노력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