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EA가 테이크-투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선언했다. EA는 테이크-투 주식의 공개매입에 나섰고, 테이크-투의 주주들은 주식을 팔 가능성이 높다.
EA는 13일 나스닥에 상장된 테이크-투의 전체 유통주식을 1주당 26 달러(약 25,600 원)에 현금으로 사들이겠다는 ‘적대적’ 주식 공개매입((Tender Offer)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월24일 “저평가된 제안가”라며 EA의 공개적인 인수제안을 거절했던 테이크-투의 경영진을 무시하고 바로 주주들을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EA의 발표 직후, 테이크-투는 주주들에게 시간을 달라는 내용의 ‘긴급 요청’을 보냈다. EA의 제안을 적극 검토할테니 2주 동안은 주식을 팔지 말아달라는 내용이다. 테이크-투의 경영진은 EA의 제안가격이 <GTA> <바이오쇼크> 등 자사의 강력한 지적재산권을 고려할 때 “여전히 저평가된 금액”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EA의 테이크-투 주식 공개매입은 미국 뉴욕시간을 기준으로 4월11일까지 진행되며, 필요하면 연장될 수도 있다. 이 기간 동안 테이크-투 주주가 주식을 EA에 넘기면 1주당 26 달러의 현금을 받게 된다. 공개매입의 매매자(딜러) 역할은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가 맡는다.
EA가 던진 ‘적대적 주식 공개매입’이라는 초강수. 하지만 테이크-투 경영진은 스스로 적대적 인수를 막아낼 능력이 없다. 대부분의 지분은 외부 투자사와 주주들이 갖고 있는데,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테이크-투의 최근 실적도 좋지 않았다.
테이크-투는 최근 3개월(2007년 11월1일~2008년 1월31일) 동안 2억4천만 달러의 매출과 3천8백만 달러(약 37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줄고 순손실은 늘어난 저조한 성과다. 테이크-투는 2007년 3월 주주들의 요구에 의해 CEO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이 퇴진한 바 있다. 이후 외부 투자전문회사 ‘젤닉미디어’(Zelnick)의 인력들이 경영을 맡고 있다.
미국 애널리스트들은 테이크-투의 주주들이 EA의 공개매입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웨드부쉬 모건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패처’는 “계속 결합을 반대하는 테이크-투 경영진의 입장과 달리 투자자들은 EA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다. 차라리 테이크-투는 EA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주당 인수가격을 높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A는 <배틀필드> 시리즈를 개발한 스웨덴의 ‘디지털 일루젼(DICE)’을 인수할 때도 지금 처럼 ‘적대적 지분매입’을 진행한 바 있다.
EA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는 표정으로 칼을 빼 들었고, 테이크-투는 무기도 없이 전장으로 끌려나갔다. 실적 호전의 희망이 달린 기대작 <GTA IV>(4월29일 발매)가 나오기도 전에 회사가 EA에 넘어갈 상황이다.
EA는 테이크-투 인수에 직접 나서지 않고 100% 자회사인 ‘EA08 Acquisition Corp.’를 내세웠다. 한글로 하면 ‘EA의 2008년 인수 회사’로 2008년 인수작업을 위해 설립된 것이다. EA가 테이크-투 인수에 작정하고 뛰어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EA는 적대적 주식 매입에 총 20억 달러(약 1조 9,700억 원)가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EA는 약 1년 전부터 테이크-투와 접촉하면서 인수합병을 계획했으며 지난해 12월에 구두로, 올해 2월6일에 문서화된 ‘1차’ 인수 제안을 했다. 이어서 2월19일 2차 제안을 했으며, 2월24일에는 아예 ‘www.eatake2.com’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하고 공개적으로 3차 제안을 했다. 그러나 테이크-투의 경영진이 강하게 거부하자 ‘주식 공개매입’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뽑아 든 것이다.
EA의 존 리치티엘로 CEO는 “테이크-투 주주들에게 엄청난 기회다. 주주들은 우리의 주식 공개매입이 테이크-투에 대한 투자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테이크-투와 합병하면 지적재산권을 보강해 제품 라인업을 강화시키고, 테이크-투의 창의적인 개발인력들을 EA가 구축한 훌륭한 개발 조직에 받아들일 수 있어 EA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이크-투는 인수합병으로 성장해온 EA에게 놓칠 수 없는 ‘인수 대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6천5백만 장 이상 팔린 <GTA> 시리즈와 더불어 <바이오쇼크> <문명> <맥스 페인> <2K 스포츠 시리즈> 등 막강한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으며, <문명>의 파이락시스 게임즈(Firaxis Games), <바이오쇼크>의 이레이셔널(Irrational), <마피아> 시리즈의 일루젼 소프트웍스(Illusion Softworks)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현재로서 ‘극적인 변수’가 새롭게 등장하지 않는 한 EA가 테이크-투를 인수할 가능성은 높다. 성사될 경우 지난해 말 발표된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뛰어넘는 초거대 게임사가 탄생하게 된다.
※ 적대적 인수합병: 상대 기업의 동의 없이 강행하는 인수·합병. 보통 상대 주식의 공개매입(Tender Offer)이나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의 형태로 진행된다.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수준까지 공개매입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인수합병으로 넘어가게 되며, 표적이 된 기업은 보유 지분량을 늘리거나 매수자금에 부담을 주는 방법 등으로 대응 하기도 한다. 이번에 EA는 공개매입을 통해 테이크-투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4월29일 PS3와 Xbox360 버전이 출시되는 <GTA 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