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횡스크롤 액션 RPG의 새 장을 열었던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동시접속자가 10만명을 넘어서는 폭발적인 인기에 비례해 유저들의 불만 또한 엄청납니다. 특히 <던파> 고객센터에 대한 불만이나 의문은 검색 포털에서 ‘던파 고객센터’라고 검색만 해봐도 몇십 페이지는 주르륵 나올 정도입니다.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 네오플은 3월부터 퍼블리셔가 맡아왔던 운영과 고객서비스를 보강하기 위해서 직접 고객센터를 열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운영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해하고 있죠. 그래서 디스이즈게임이 최초로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고객센터를 방문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상범 기자
※ <던파> 고객센터는 퍼블리셔인 삼성전자에서 운영하는 팀과 개발사 <네오플>에서 운영하는 팀이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오늘 방문한 곳은 네오플에서 운영을 보강하기 위해서 직접 개설한 고객센터입니다. 이외에도 두 곳의 고객센터가 더 존재합니다.
따뜻한 봄 기운이 느껴지던 3월의 어느 날, TIG에서는 특별히 <던파> 고객센터 공식적으로 취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이곳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삼성동의 모 빌딩 4층에 위치한 네오플 고객센터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던파 캐릭터들이 반기는 고객센터 입구. 깔끔한 모습.
고객센터는 콜센터 파트와 게시판-메일 응대 파트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근무하는 직원들의 수는 두 파트가 거의 비슷하더군요.
이곳이 게시판-메일 응대 파트.
모니터 화면의 빨간 줄이 있는 것이 바로 <던파>의 CS 솔루션.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곳이 '게시판-메일 응대' 파트입니다. 모니터 화면을 보면 네오플에서 자체 제작한 응대 솔루션이 보이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문의 시각 및 내용, 답변 시각 및 여부 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직접 화면을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리스트를 쭉 봤을 땐 소문으로 들리던 답변 지연 게시물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콜센터의 모습. 사진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활기차다.
이곳은 콜센터 파트입니다. 둘러보는 동안 단 한 명도 잠시도 쉬지 않고 통화를 하더군요. 게다가 목소리도 다들 크다 보니 이 안에서 대화는 불가능해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콜센터 파트만 문으로 격리(?)돼있습니다.
고객센터에서는 <던파> 운영자와의 직접 1:1 대면 상담도 가능했습니다. TIG가 고객센터를 방문한 그 날도 한 유저가 와서 상담을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사실 <던파>에서는 아직 대면 상담을 공식화하고 있진 않지만 앞으로 필수불가결 요소로 지정한다고 하더군요.
이곳을 찾는 유저들의 대면 상담을 위해 적어야 하는 신청서.
취재해서 공개할 수 있는 고객센터의 내부는 이 정도뿐입니다. 시설만으로 보면 더 이상 보여드릴 게 없죠. 이곳 말고도 <던전앤파이터>의 고객센터가 두 곳이 더 있다고 하지만 취재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유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고객센터의 궁금증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아래는 조성환 <던파> CS 팀장과의 일문일답입니다.
네오플 <던파> 고객센터의 조성환 CS 팀장.
TIG> 하루 평균 접수되는 민원의 규모는? 가장 많았던 때는 몇 건 정도였나?
조성환: 게시판이나 메일, 전화를 포함한 하루 평균 민원 건수는 약 7000천여 건 정도 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민원이 많이 밀려들 때면 게시판만 6천건 이상 됐다.
그리고 전화 민원의 경우 하루 콜 처리량이 많지 않아서 1천 건 정도를 처리하는데 걸려오는 양은 방대하다. 우리가 KT를 통해 전화 시도 회수에 대한 통계를 받는데, 시도 회수가 만 단위를 넘어간다고 한다. 사실 전화가 오는 양을 따져보면 여느 대기업보다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내부에서도 회선 증설을 고려하고 있는데, 일단 먼저 게임 내에서 불편함을 줄여 전화 유입량을 줄이는 게 1차 목표다.
한 회선마다 앞 통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대기회선이란 게 있는데 그걸 감안하면 실시간으로 전화상에서 수백 명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회선마저도 못 들어가면 통화음이 뜬다. 유저들이 전화했을 때 계속 통화음이 뜨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매일 아침 10시부터 전화통은 그야말로 난리다. 월요일 아침이 특히 심하다. 심지어 게시판도 가끔 불통이 될 정도다.
글보다 말로 자신의 상황을 잘 얘기할 수 있는 분들이 많지 않더라. 그래서 그 상황을 차근차근 듣고 처리를 해주다 보면 통화량이 늘어나 대기 시간이 길어지곤 한다.
TIG> <던파> 운영자의 권한은 어느 정도 되나?
<던파>는 운영자의 권한이 제한되어 있다. 게시판 응대 답변 이외에는 전혀 권한이 없다. 다른 게임처럼 운영자가 아이템을 주무르는 권한이 절대 없다는 거다. 아이템 관련 담당자는 본사에 따로 있다.
TIG> 고객센터가 3개사로 분리 운영된다고 들었다.
그렇다. 지난해 9월까지는 고객센터가 완전히 분리돼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 이후 본사에서 자체적으로 고객센터를 개설하고 운영 인력을 충원해 체제를 정비했다.
예전에는 한 업체에서 담당했었지만 현재는 해킹과 빠른 처리가 필요한 민원은 네오플에서 직접 담당하고, 피해 수사와 지원을 담당하는 업체 한 곳, 그리고 과금 문제를 담당하는 업체 한 곳이 맡도록 운영하고 있다.
사실 통합 고객센터를 만들려고 했지만 이미 3개로 나뉘어진 상황에서 각 회사 근무처를 좌지우지하는 건 사실 쉽지 않은 문제다. 그래서 업체 직원들까지 커뮤니티 교육을 직접 시키고 있고 고객센터와 업체의 직원들이 서로 로테이션 근무를 서게 하는 등 서로의 커뮤니티 미스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본사의 고객센터 규모가 커지고 각사가 지원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네오플 고객센터가 통합센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TIG> 유저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일 수 있겠다. 유저들이 고객센터로 질의를 하면 해당 유형에 따른 자동 답변 양식, 이른바 매크로가 있나?
답변부터 드리자면, 약 200개가 넘는 답변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이른바 스크립트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절대 자동으로 답변하는 매크로는 아니다. 해당하는 질문에 최대한 맞는 답변의 양식을 선택해서 운영자가 직접 더하고 빼서 응대하고 있다.
유저가 예상한 답변 외의 것이 나오면 매크로라고 생각하는데, 가끔 잘못 응대되는 부분이 있지만 현재의 오답률은 약 5% 미만이다. 또한 유저들이 이런 잘못된 답변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는 것을 모니터링하는 요원이 있다. 그래서 그들을 통해 올라간 글을 체크해보면 그 답이 대부분 아니고 사실로 밝혀진 경우는 드물다. 허구가 어느 정도 섞인 것이더라.
물론 잘못 나간 부분도 가끔 있다. 하지만 약간의 진실과 많은 허구를 섞으면 그럴 듯하게 보이기 때문에 그런 글이 올라오는 것같다.
고객센터가 매크로 답변을 한다고 유저가 인터넷에 올린 스크린샷.
TIG> 사실 위의 이야기 말고도 고객센터에 대해 여러 가지 소문이 많다. 특히 고객이 1:1 문의내용이 맘에 들지 않아 지속적으로 1:1 문의를 보내면 영구계정을 시켜버린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단호하게 루머라고 단정할 수 있다. 그런 경우는 절대 없다. 그리고 다른 소문도 대부분 말 그대로 루머다. 그런 회사가 세상에 어디 있나? 그런 얘기가 하도 많다보니 진실도 거짓처럼 보이기도 하더라. 유저의 질문에 답변하는 사람은 계정을 정지할 권한조차 없음을 다시 말씀드린다.
TIG> 콜센터 직원들의 응답 수준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개발자도 <던파>의 기획에 대해 100% 완벽하게 알고 있진 않은 상황이라서 콜센터 직원도 모두를 잘 알 수 있진 않다. 이를 위해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매주 시험도 보고 있다. 여러 가지 문제를 출제하는데 예를 들면 선행스킬이 뭐가 필요한지, 스킬 슬롯이 몇 개인지 등의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다양하게 출제한다.
물론 고객센터 직원은 당연히 <던파>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소한 레벨이 40~50 이상인 사람만 뽑는다. 오히려 본사 일반 직원들보다는 훨씬 많이 아는 편이다.
현재 직원은 네오플에서 40여 명 정도 근무하고 나머지 두 회사를 합치면 70여 명 정도 된다. 더 뽑아야 하는데 절차가 많아져서 아직은 뽑기가 힘들다.
TIG> 다른 게임들처럼 GM들이 게임 내에서 빠른 질의응답을 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은 없는지?
물론 구상 중이다. 그래서 현재는 음성적으로 활동 중인 순찰대 형식의 인원을 배치하고 있다. 이들은 게임 내에서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MMORPG같은 GM 시스템이 마련되려면 그날그날 들어오는 민원에 대한 소화가 돼야 한다. 하지만 그게 안 되면 GM은 그야말로 매일 스트레스 폭주에 시달리지 않겠나.
지난해 9월부터 밀린 운영 업무를 풀어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그 다음에 생각할 문제 같다.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해 생각은 하고 있고 여러 가지 방안도 나와 있음을 알려드린다.
최근에는 이런 문의도 답변해준다고.
TIG> 운영 업무 중 기억에 남는 사례들이 있다면?
어느 날 한 어머님이 오셔서 “당신들이 이따위 게임을 만들어 내 자식을 망쳐놨다”며 항의를 하신 적이 있었다. 사연을 듣고 내용을 확인해보니 계정이 영구 정지를 당했다고 학교를 안 가겠다고 아들이 버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걸 풀어주려고 어머니가 직접 회사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래서 왜 정지를 당했는지 알아보니까 작업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작업을 했더라. 그래서 그 내용을 설명 드린 일도 있었다.
언제나 운영에 강한 클레임을 걸던 한 유저가 있었다. <던파>에서 많은 피해를 본 사람인데 이로 인해 운영팀과 많이 싸우고 논쟁하고 심지어는 새벽에 내게 전화를 걸어오기도 하더라.
그런데 언제부턴가 게임 내의 문제나 상황에 대한 제보를 해주기 시작하더라. 덕분에 큰 문제를 막은 적도 있었다. 회사에 하도 많이 항의하러 오다 보니까 이젠 회사에 대해 이해해주고 도움을 주기 시작하더라. 예전에 터진 항아리 복사 건도 이 친구가 먼저 제보해줬고 작업장 캐릭터에 대한 제보도 꾸준히 해주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서로 막역하게 지내는 사이가 됐다. 인터뷰를 하는 오늘도 연락이 왔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 그저 미안할 뿐이다. -_-;
이런 경우도 있었다. 한 유저가 PC방에서 <던파>를 하다가 전화를 받으려고 잠깐 끄고 통화를 하고 온 뒤 로그인을 해보니 누가 로그인해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시 접속해서 보니까 자신의 아이템들이 밀봉돼 있었다더라. 아마 팔아넘기려고 해커가 자기 돈을 들여 밀봉한 것 같다.
그래서 이 유저는 곧바로 신고를 했고, 연락을 받은 직원들의 빠른 대처로 이 계정을 정지 시켰다. 결국 그 유저는 공짜로 아이템이 밀봉된 행운(?)을 얻은 거다. 그래서 발 빠른 해킹 대처로 보호해줘서 감사하다며 나중에 회사로 음료수를 사왔더라. 이런 게 운영의 뿌듯함 아닐까?
TIG> 운영 업무 중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고객 서비스를 불편하게 해서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은 전혀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유저들은 이미 분노에 차서 얘길 하니 우리가 최선을 다해 응대해드려도 그걸 몰라주신다. 지금은 전처럼 속칭 ‘막돼먹은’ 운영은 아닌데 말이다.
운영은 잘한다고 해서 절대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게 제일 힘들다. 그럴 땐 속상해서 의욕이 떨어지곤 한다.
그리고 유저분을 이해시키는 것도 힘들다. 예를 들어 본인 부주의로 해킹을 당했는데도 ‘내 아이템 없어졌다. 어떻게 할거냐? 돌려내라!’라고 무턱대고 요구하곤 한다. 그래서 알아보면 해킹범이 이미 그 아이템 강화에 실패해 없어진 뒤였고 그렇게 아이템이 없어졌다고 말씀드려도 ‘아이템이 갈렸어? 난 모르고 그러니까 아이템 내놔!’라고 하는 등의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상황을 유저분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아주 힘들다.
TIG>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운영 계획과 고객센터의 서비스 능력 향상을 위한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올해 네오플의 화두가 바로 운영이다. 그래서 회사 전체가 운영 보강에 올인하고 있고 3월부터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고객 서비스에 비용과 인력 면에서 창사 이래 유래 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물론 8개월 전부터 계속 개편과 보강을 하고 있는데 분명 성과는 있었다.
그동안 모든 부분에서 부족한 것을 인정하고 아직도 유저분들이 만족하지 못한 것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부분들이 지속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고 그로 인해 많은 개선이 이뤄질 것이다. 부족해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고객에게 최고가 되지 못해서 죄송하다.
조만간 고객센터가 더 넓은 곳으로 이사가면 은행같은 대면창구를 만들어 공식화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의 고객 응대는 게시판과 전화, 대면 등 크게 3방향으로 운영될 것이다.
우리는 유저 여러분들께 모든 걸 다 해주고 싶다. 그때까지 조금만 참아주셨으면 좋겠다. 더 발전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