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산업협회가 19일 오후 '게임 장애'를 국제 질병 분류에 추가할 것이라는 세계 보건 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의 발표에 대해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공식 성명서에서 전 세계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은 약 20억 명에 달하며, '게임 장애'는 의학계와 심리학계에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린 바 없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WHO의 분류가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을 환자로 분류할 것이 우려된다며, 특히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겪어야 할 피해와 혼란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협회는 4차 산업혁명의 축인 게임 산업 종사자들이 ‘질병 유발 물질 생산자’라는 오명을 쓰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WHO가 2018년부터 국제 질병 분류에 ‘게임 장애’를 공식적으로 추가한다는 소식은 지난 12월 20일 해외 과학지 ‘New Scientist’ 의해 처음으로 보도됐다. 이후 미 게임 산업 협회(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을 비롯한 게임 업계 WHO의 제 11회 국제 질병 분류 베타 초안에 실린 ‘게임 장애’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다음은 WHO의 '게임 장애' 질병 등재를 반대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성명서 전문이다.
비과학적인 게임 질병화 시도에 반대하며, ICD-11 개정안의 관련 내용 철회를 촉구한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오는 5월 열리는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ICD-11)에서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등재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온라인‧모바일‧콘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은 약 20억 명에 달한다. 게임 이용자들 중에는 더 열정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다른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이다.
이 때문에 의학계나 심리학계에서도 ‘게임 장애’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린 바 없다. WHO의 최근 움직임이 게임 장애와 관련된 과학적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명확한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는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게임 장애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임상적 실험을 통한 데이터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대상 그룹을 이루는 구성원이나 해당 그룹의 모집 과정이 타당한지도 검증해야 한다.
WHO의 ICD-11 초안은 게임 장애를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여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게임행위의 패턴’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1)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2)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것 3)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 등 3가지를 장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진단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정의와 진단기준으로 20억 명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문화콘텐츠를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상식적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과학적 엄밀성이 부족한 자의적 판단에 따라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게임 장애’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겪어야 할 피해와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한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또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게임 산업 종사자들이 ‘질병 유발 물질 생산자’라는 오명을 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문화연대, 게임개발자연대는 각 단체의 회원사를 대표해 WHO의 게임 질병화 시도를 단호하게 반대하며 즉각적 철회를 촉구한다.
각 단체는 앞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나갈 것이며, 타 국가 및 관련 산업계와의 연계를 통해 공동 대응해 나갈 것이다.
2018년 2월 19일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문화연대, 게임개발자연대
한편, 19일 발표된 성명은 한국게임산업협회를 포함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문화연대, 게임개발자연대 총 8개 단체의 공동 성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