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다. 게임업계에서라면 강산이 열 두 번 바뀌고도 남을 5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동안, 단 한 푼의 매출도 없이 회사를 꾸려온 것을 보면 말이다.
누구도 알지 못했지만 자식과 다름없었던 두 개의 프로젝트를 가슴에 묻고 지난해부터 새 출발을 다짐했던 싸이닉소프트. 타프시스템(현 엔틱스소프트)의 前 대표이사이자 한 사람의 개발자이기도 했던
인생을 즐겨라~! <풍류공작소>
쉽지 않은 새 출발이었지만 5년 이상의 오랜 경력을 가진 개발집합체는 가공할만한 추진력으로 임계점을 돌파했다. 단 한장의 스크린샷조차 공개되지 않은 시점에서부터 조용히 인지도를 넓혀나가고 있던 싸이닉소프트의 신작 <풍류공작소>가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2005년 하반기 우수게임공모전(한국게임산업개발원 주최)의 대상을 수상한 것. 게임의 흥행여부와 직결되지 않는 ‘꽃다발’이라 한들, 숨돌릴 틈 없이 달려온 싸이닉소프트로선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할만한 했고 단절되다시피 한 외부와의 연결고리가 마련된 셈이기도 했다.
4년의 침묵과 1년의 달리기 그리고 이후의 도약을 위해 공허했던 회사의 연혁에 ‘쉼표’를 그려넣고 있는 싸이닉소프트, 그 열정의 현장을 디스이즈게임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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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즐기는 온라인게임
MMORPG로선, 비교적 짧았던 개발기간을 감안할 때 싸이닉소프트에서 직접 체험해본 <풍류공작소>의 완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계획한 목표의 40% 밖에 구현되지 않았고 이 작품이 특징으로 내세운 요소가 딱히 삽입되지 않은 시점이라 하지만, 일반적인 온라인게임의 클로즈베타테스트 버전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준 <풍류공작소>는 숨가빴던 개발의 흔적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었다.
“이직이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5~10년차 이상의 개발자들이 모여 있다보니, 개발일정자체를 상당히 단축할 수 있었던 듯 합니다. 물론 앞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부분이 많긴 하지만 서로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것 자체가 개발작업에 상당한 시너지를 가져다 준다고 할 수 있겠죠” <풍류공작소>의 개발총책임을 맡고 있는
37명의 개발인원과 10여명의 마케팅 관련팀으로 꾸려진 싸이닉소프트는 내년 2월 <풍류공작소>의 클로즈베타테스트를 목표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만, <풍류공작소>란 이름이 대체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 걸까?
“온라인게임에서 유저의 삶은 틀에 박힌 시스템에 억압되거나 치열한 경쟁만을 강요 받은 경우가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물론 그것이 더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유저에게 자유로운 선택을 최대한 보장해주고 또 다른 현실의 삶을 살게 해주는 것도 온라인게임의 새로운 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게임이 <풍류공작소>죠. 현실에선 이룰 수 없는 풍요로운 소비생활과 취미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말 그대로 ‘풍류’를 유저들에게 제공해 주는 개념입니다”
때문에 <풍류공작소>는 자신이 원할 때면 언제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자유로운 직업 선택에서부터 유저들과 함께 차를 마시거나 겜블을 즐기고 직접 재료를 채취해 만드는 아이템에 이르기까지 온라인게임에서 흔히 배제하는 일상의 ‘잡다함’을 게임의 재미요소로 최대한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굳이 예로 든다면 <울티마온라인>이라든가 <마비노기>, <스타워즈 갤럭시> 등 유저들의 커뮤니티와 생산활동 만으로 새로운 온라인 세상이 구현되는 형태의 게임이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일반온라인게임의 재미요소를 배제할 생각은 없습니다. 전투도 재미있지만 전투보다 더 재미있는 생산과정을 선보여준다고 할까요”
특히 ‘펫(Pet)’이라는 애완동물의 개념에서 벗어나 마치 사이버세계의 애인(?)마냥 동반자개념의 파트너를 만들어 함께 전투를 즐기고 성장시켜나간다는 개념이 흥미롭다. 또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공동주탁개념으로 유저에게 제공되는 하우징시스템(집짓기 시스템)은 유저들이 직접 꾸며나가는 형태로, <풍류공작소>는 캐릭터와 파트너, 그리고 자신의 집을 키워나간다는 세 가지 요소가 온라인게임의 원초적인 ‘육성’의 재미를 선사한다는 설명이다.
“일반 필드에 나가서 전투를 즐기고 자원을 채집해 도시로 돌아와 유저들과 함께 유희(?)를 즐긴다는 식이죠. 유저들이 획득한 자원이나 직접 만든 아이템은 진보된 개념의 경매소를 통해 거래하고 술집이라든가 겜블장, 오락실, 자신의 집 등 곳곳을 들리며 남은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될 겁니다”
1,200년 후의 지구 그리고 3D ART
풍류공작소는 지금으로부터 1,200년 후 지구에 대재앙이 일어난 이후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가까스로 재앙을 피해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는 지축의 변화에 따라 자연주의과 스팀펑크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대륙과 문명으로 갈려 이전의 세상은 알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
마치 영화 <혹성탈출>을 연상시키는 세계관이라고 할까? 영화에서처럼 땅 속에 파묻혀진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지붕만 고개를 내밀고 있는 ‘국회의사당’ 등 과거 문명의 흔적이 남은 미래의 지구에서 유저들의 새로운 삶은 펼쳐진다.
“두 문명은 ‘자원’이라는 어쩔 수 없는 문제 때문에 서로 대립구도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라고 볼 순 없습니다. 유저의 취향 차에 따른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개념 정도라고 할까요. 판타지계열의 세계관을 선호하는 유저와 기계적 문명을 선호하는 유저들의 문화가 공유되는 개념입니다”
<풍류공작소>는 독특한 개념만큼이나 기존 MMORPG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형태의 그래픽이 시선을 잡아 끈다. 이른바 ‘시네마툰틱’이라고(개발사에서 이름 지은…) 명명된 실사형 카툰렌더링으로 구현된 그래픽은 애니메이션 전문스튜디오에서 다년간 경력을 쌓은 디자이너들의 손 때가 여실히 느껴지는 풍경을 선보이는 것이다. 게임은 국산엔진인 ‘가이브엔진’을 바탕으로 제작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게임은 기획과정에서부터 ‘부분유료화’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하지만 기존의 부분유료화 온라인게임과는 다른, 철저하게 게임밸런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꾸미기형 아이템’ 위주로 부분유료화를 분리해 유저들간의 위화감을 조성치 않을 것이라는 게 싸이닉소프트의 각오다.
<풍류공작소>는 2006년 2월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 상반기 오픈베타테스트 및 하반기 상용화까지 구체적인 서비스계획이 확정된 상태. 빠듯한 일정이 고민스러울 법도 하지만 왠지 모를 느긋한 분위기는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침묵해온 개발사라곤 믿어지지 않을 ‘관록’을 그려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