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디오게임 시장 확대를 예상하고 2004년 기존의 연락사무소를 통합하면서 설립됐던 세가코리아가 해체된다.
일본 세가사미는 지난 28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한국에 진출한 자회사 세가코리아의 해체를 결정했다.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신속하게 절차를 밟아 정리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체 이유에 대해 세가사미 측은 “사업효율화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당사의 실적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세가코리아는 홈페이지를 통해 모바일 컨텐츠 서비스를 중지한다는 안내문을 올렸다. 서비스조직 개편 및 사업분야 변경에 따라 <무대리 두뇌열전> <세가소닉점프> 등의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서비스를 4월 1일부터 중지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세가의 게임사업이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며, 효율적인 ‘살빼기’(구조조정)를 위해 세가코리아 법인의 해산이 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 콘솔·PC·온라인은 100% 자회사 설립
세가코리아는 해체되지만 세가사미가 한국시장에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PC와 콘솔용 패키지, 온라인 게임 사업을 진행하던 '홈 플랫폼 엔터테인먼트(HPE)' 사업부는 새로운 100% 세가 자회사로 거듭난다. 세가 게임의 발매 및 한글화도 변함 없이 지속된다. HPE 사업부는 이르면 4월 중으로 새로운 법인을 세우고, 사무실 이전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기존에 진행해왔던 아케이드, 모바일 게임 관련 사업부는 해체되면서 직접배급이 사실상 중단된다. 세가코리아의 아케이드 사업부(Amusement Machine Business) 인력들은 다른 관련회사로 자리를 옮긴다.
세가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시장 철수는 절대 없다. PC와 비디오게임 타이틀을 판매하는 홈 플랫폼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지속된다. 새로운 100% 자회사의 설립이 완료되면 차근차근 소식과 계획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 설립될 자회사에도 '세가'라는 이름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세가사미는 한국 시장에서 추진하던 아케이드, 모바일 게임 등의 사업은 축소하고, 기존에 해오던 PC·패키지 유통과 온라인 게임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세가코리아, 해체된 이유는?
세가코리아의 이번 해체는 한국 게임시장이 여전히 온라인 게임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비디오 게임 시장의 저변확대에는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가코리아는 그동안 자사 비디오 게임의 직접배급 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거나 ‘세가월드’와 같은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좋은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가코리아는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지난해 자본금을 20억원에서 53억원으로 늘리고, <삼국지 대전> 네트워크 게임을 발매하는 등 아케이드게임 사업 확대에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이 또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 등이 자사의 차세대 게임기를 공략 무기로 내세운 반면, 자체 플랫폼이 없는 세가코리아 입장에서 패키지 판매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가사미는 지난 2월29일에도 자회사인 사미유럽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며, 최근 본사에서도 희망 퇴직자를 모집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왔다.
한편, CJ인터넷과 진행하던 <슈퍼몽키볼 온라인>(가칭)의 개발과 서비스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CJ인터넷 관계자는 "<슈퍼몽키볼 온라인>은 일본 본사인 세가사미와 직접 협력하면서 공동개발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세가코리아와는 특별한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세가코리아가 한글판으로 출시한 PC용 RTS 게임 <유니버스 앳 워: 지구침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