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은 15일 <바람의 나라> 12주년 기념 행사를 가졌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바람의 나라> 초기 개발자인 김상범 이사와 클래식RPG 1실 김영구 실장, 황인준 기획파트장을 비롯해 현 <바람의 나라> 개발진들이 대거 참석했는데요. 게임의 원작가인 김진씨도 참석해 자리를 한층 더 빛냈습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최장기 서비스된 <바람의 나라>인만큼, 재미난 에피소드와 갖가지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김진 작가는 Q&A 코너를 진행하는 와중에 “자신도 <바람의 나라>를 12년 동안 즐겨온 올드 게이머”라며, 개발진에게 게임에 대한 서비스나 개선 사안 등 쓴 소리를 말해 개발진을 살짝 긴장시키기도 했는데요. 유쾌하게 진행되었던 이날의 행사장 속으로 여러분을 모셔 보겠습니다./디스이즈게임
TIG> <바람의 나라> 원작가로서 게임이 잘 원래의 세계관을 잘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김진 작가(오른쪽 사진)> <바람의 나라>가 처음 개발될 때를 제외하고는, 반 이상을 유저들이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원작과는 다른 제작물로 바라보고 있다.
분명 만화 세계관과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 만화에서 보여 주지 못했던 요소들이 발전해 나가는 것 같다. 마치 <바람의 나라>라는 세계가 현실세계처럼 시뮬레이션되어 돌아가고 있는 기분이다. 그러다 보니 개발 역시 원작과 상관 없이 게임을 개발해 나가는 것 같다.
TIG> 게임을 하면서 현재 연재중인 원작에 새롭게 영향을 주는 아이디어나 영감을 받고 있는가.
김진 작가> 게임과 원작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게임은 궁금해서 지켜 본다라고 말하는 게 옳을 것 같다. 뭐라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게임이 변화되는 모습을 계속 지켜 보고 싶다. 게임 자체가 오래 되다보니 유저층도 많이 바뀌었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있고 게임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
다른 게임을 하지는 않는다. <바람의 나라>만 하는데, 12년 된 유저다보니 줄곧 지켜봐 오면서 사람이 자라는 것을 보듯이 어떤 세계가 만들어져 나가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는 기분이 든다. 이런 걸 어디 가서 볼 수 있겠는가. (웃음)
김진 작가와의 시간은 일문일답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TIG> 개발과 관련해 지금도 원화 부분에 참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진 작가> 내부 개발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 다만 원화는 가끔 제공한다.
김상범 이사> 초창기에는 김진 작가가 그린 원화들로만 게임이 구성되었다. 지금은 내부 그래픽 파트에서 해결하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감이 있다. 처음 게임을 개발할 때에 원화를 매우 큰 그림으로 제공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그 그림을 스캔하기 위해 충무로로 가야만 했던 적도 있다.
황인준 기획파트장(오른쪽 사진)> 지금도 로그인 화면만큼은 꼭 원화를 고집하고 있다.
TIG> <바람의 나라> 개발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김진 작가> 김정주씨가 무슨 게임을 만든다고 구경하러 오라고 하더라. 가보니 이상한 골방에서 <파이널 판타지> <드래곤 퀘스트>와 비슷한 걸 만들고 있는데, 그걸 온라인으로 여려 명이 플레이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이해를 못했었다. (웃음)
김상범 이사>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걸 만들고 있었다. 당연히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 서비스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당시에 서버 코딩을 김정주씨, 서민 이사 그리고 지금은 네오위즈에 있는 정상원씨까지 3명이 했었다. 지금도 코드에는 자신들이 주석을 직접 붙여 ‘여기까지는 내가 했다’고 남겨 있다.
TIG> 게임을 오랜 시간 즐긴 만큼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김진 작가> 모뎀 시절부터 게임을 했다. 어느 날인가 렉에 걸려 새벽에 회사로 전화를 건 적이 있다. 그때 김정주 대표가 전화를 받았다. 내가 정말 못할 짓을 했구나 싶더라. (웃음) 정말 개발자들이 열심히 했었다. 처음 게임을 개발하는 상황을 보러 갔을 때 개발자들이 이 컴퓨터 저 컴퓨터 옮겨 다니며 열심히 보여주었던 기억이 난다.
이날 행사를 취재하기 많은 기자들이 모였답니다.
TIG> <바람의 나라>를 온라인게임으로 만들겠다는 제안을 받았을 때 상황이 궁금하다.
김진 작가> <창세기전>이 먼저 제안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창세기전>과 같은 패키지 게임은 해본 적이 있어서, 대충 감을 잡을 수가 있었고 작업에도 별로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바람의 나라>같은 게임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형식이라 조금 걱정이 됐다.
작업실로 넥슨쪽 사람 3명이 와서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뭔가 굉장히 재미 있는 것을 만들고 있는 사람의 눈빛이었다. 대화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한참 몰입되어 빨려 들어갔던 것 같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하자고 대답했다. 지금 기억하기에도 굉장히 괜찮은 느낌이었다.
TIG> 긴 시간 서비스된 만큼 중간중간에 라이센스 계약 부분도 갱신이 되었을 것 같다.
김진 작가> 넥슨쪽에서 먼저 조건과 관련해 불편하지 않게 해주고 있다. 계약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개의 경우 미루다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넥슨이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다.
김상범 이사(오른쪽 사진)> 당시 게임을 개발하던 개발자들이 순정만화를 많이 봤었다.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계약을 제대로 하고 가자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은 매우 조심스러웠던 부분인 만큼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시작했다.
TIG> 한 때 3D 버전으로 개발하다가 포기했었다. 향후에 3D로 바꿀 계획은 있는지.
김영구 실장> 유저가 원하느냐 안하느냐가 중요하다. <바람의 나라> 같은 경우는 개발자들이 원한다고 그런 변화를 오기로 시도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지금 반응으로는 사실상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당시에는 정교한 형태의 3D로 변화를 주었는데, 테스트 서버를 접한 유저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김진 작가> 나 역시 유저의 입장이다 보니 2D가 좋다. 3D로 바꾸려면 차라리 다른 게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웃음)
행사 초기에 그리운 예전 <바람의 나라> 인터페이스가 공개됐습니다.
TIG> 그렇다면 <바람의 나라2>가 개발될 수도 있는가.
김영구 실장(오른쪽 사진)> 사내에서 이야기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계획은 잡히지 않았다. 3D로 <바람의 나라2>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는 있는데, 최근 개발 시류를 볼 때에 분명 큰 프로젝트가 되는 만큼 고려만 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기존 ‘<바람의 나라> 유저들이 기대하는 부분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만족시켜 나가자’가 내부 방침이다.
김상범 이사> <바람의 나라2>를 개발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하지만 <바람의 나라>를 만들 때와 지금 상황은 다르다. 게임 하나를 만들어도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쉽사리 결정하기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바람의 나라>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서 크게 변화되지 않는 선에서 질을 높여가고 싶다.
김진 작가> 만약 <바람의 나라2>가 개발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게임이 되야 할 것으로 본다.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의 나라>는 지금 이대로 남아 있길 원한다. 게임을 해보며 느낀 거지만, 결국 가장 처음 접한 게임으로 돌아가게 되더라.
TIG> 김진 작가가 보기에 <바람의 나라>가 이토록 오랜 시간 사랑 받는 이유가 무엇인 것 같나.
김진 작가> 어떤 유저가 게임 내 도트를 확대해서 일일이 세워가며 비교하는 분들이 있었다. 게임에 대한 사랑인 것 같다. <바람의 나라>를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곳에 간직해 온 그리운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지금까지 사랑 받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특징이라면 귀여운 말투?(웃음) 지난 번에도 게임을 하다가 렉에 걸렸는데, 현재 서버가 미어터진다는 표현이 나왔다. 이런 말투는 사실 할머니들한테나 들을 법한 말투인데 가끔씩 튀어 나올 때가 있다. 세련된 느낌은 아니지만 시대 배경이 다른 그 세계에 들어가 있는 기분을 들게 하는 요소인 것 같다.
김상범 이사> <바람의 나라>는 이미 문화가 되었기에 장수하는 것 같다. 한때 업계 최초로 욕설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도입했었다. 욕설로 시작된 분노가 증폭해서 싸움이 더 전폭되지 않도록 만들었으며 효과는 있었다. 이 때 특정 욕설을 사용할 경우 다른 사용자들에게 ‘친구’라는 말로 표현되었던 적이 있다.
그랬더니 한동안 초등학생 사이에서 ‘친구’라는 말이 나쁜 용어로 사용되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즉, 원래의 용어를 왜곡하는 현상을 가지고 온 것이다. 지금은 다른 말로 바꾸었지만, 이런 현상들을 보면 문화화된 게임이기에 장수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바람의 나라>는 7월 중 대규모 업데이트를 예정하고 있었습니다.
TIG> 원작 <바람의 나라> 엔딩은 존재하는가.
김진 작가> 존재한다. 어떤 작품을 시작하더라도 엔딩을 생각하고 작업에 들어 가기에 <바람의 나라도>도 엔딩이 있다.
김상범 이사> 김진 작가는 여론과 타협하지 않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TIG> 마지막 질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 작가로서 최근 해외 애니메이션과 저작물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진 작가> 창작물은 기본적으로 자기 나라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일본에서 나온 것은 당연히 일본 사람들을 위해 먼저 나와야 한다. 성공했던 케이스를 가지고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은 편의주의라고 본다. 우리가 개발하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