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 게임의 판호 발급 재개에 지장이 없을까?'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판호'(서비스 라이선스)를 받아야 합니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절차죠. 한국 게임은 사드 여파로 지난해 2월부터 판호를 못 받아 왔습니다. <리니지2: 레볼루션>도, <배틀그라운드>도 그래서 중국 서비스를 못하고 있죠. 현재 다수의 국내 게임업체들은 판호 발급 재개를 목 빼고 기다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최근 판호와 관련해 큰 변수가 하나 생겼습니다.
3월 13일 발표된 국무원(최고 국가행정기관) 기구 개혁방안에 따라 4월 16일 조직개편이 이뤄졌고, 이에 따라 게임 판호 발급을 관장하는 부서의 소속이 바뀐 거죠.
처음 온라인게임과 관련된 판호를 줬던 곳은 국가신문출판총서(이하 신문출판총서)였습니다. 2013년 3월 신문출판총서는 방송과 영화 등을 관장하던 국가광전총국(이하 광전총국)과 합쳐졌죠. 신문과 잡지, 책, 게임, 영화, 드라마 등의 판호는 이후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하 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맡아왔습니다.
4월 16일 신문출판광전총국은 ▲국가광파전시총국 ▲국가신문출판서 ▲국가판권국 ▲국가영화국 4개 부서로 분할되고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이 네 부서를 관장하는 것으로 편제가 개편됐습니다.
여기서 나름 짚어볼 만한 네 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1. 공산당 중앙선전부(이하 중앙선전부)의 위상
이 부서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직속 기구로, 공산당의 사상이나 노선의 선전, 교육, 계몽을 담당합니다. 힘이 센 부서죠. 이번 조직개편으로 사라진 신문광전총국이나 문화부에 대한 감독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로 관리, 감독의 역할을 해왔던 이 부서에 세 개의 조직(▲국가신문출판서 ▲국가판권국 ▲국가영화국)이 귀속됐습니다. 이제 직접 실무까지 맡게 된 셈이죠. 신문, 출판, 영화, 게임 등이 이 부서 직할 관리 아래도 들어간 셈입니다. 단, TV와 라디오를 관장하는 국가광파전시총국는 산하 부서로 남아 별도 관리, 감독을 받게 됐습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문체부 산하의 콘텐츠진흥원 같은 느낌이랄까요.)
2. 조직 개편의 의미
이번 개편은 갈수록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는 인터넷 미디어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리 감독 의지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문출판광전총국이 4월 10일 '사회 분위기를 해치는 저속한 콘텐츠를 양산한다'는 이유로 동영상 앱 '네이한돤즈'를 폐쇄한 것도 이런 흐름과 일치하죠. 짧은 동영상이나 저속한 농담, 웃음거리 등을 다루는 네이한돤즈는 사용자 수가 2억 명 이상 급성장하던 앱이었습니다.
중국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를 위협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던 네이한돤즈
최근 관영 신화통신은 '일부 인터넷 동영상 앱들이 레드라인을 넘어섰으며 대중에 독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보도 이후 중국 최대 동영상 앱인 콰이서우는 5만 개의 문제 영상을 삭제했고 1만 1,000명의 고객계정을 폐쇄했습니다.
텐센트는 위챗과 QQ 등 자사 소셜미디어에서 동영상 사이트인 웨이스, 콰이서우, 더우인 등으로 직접 링크하는 것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3. 게임 판호 발급과 관계
당장은 실무 차원의 혼선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차이나랩 김두일 대표의 페이스북 글 일부를 인용하겠습니다.
'현재 외자판호뿐만 아니라 내자판호도 일선에서는 혼란의 아노미가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판호 발급번호를 받은 상태에서 최종 승인도장을 선전부가 찍을지 광전총국에서 찍을지에 대한 유권해석 문제로 고민하는 우리 회사의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인데 심사 한번 수정요구 리젝을 받아 고치고 있는 회사의 경우는 새 조직이 제대로 가동할 때까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하물며 신규로 처음 심사를 넣는 곳은 어떤 프로세서로 할지 아직 조직 정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단히 난감한 지경일 것이다.'
중국 현지에 확인해봤더니, 기존과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합니다. 게임과 신문, 출판 등을 담당했던 부서의 인력과 업무는 그대로 중앙선전부로 이관됐고, 심지어 사무실조차 원래 그 자리에서 업무를 본다고 합니다. 즉, 조직의 편제만 바뀌었지, 실무 차원에서는 별 변화가 없다는 거죠.
4. 한국 게임의 판호 발급은 언제
이게 가장 관심 가는 이슈일텐데,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이나 정책 변화가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한국 게임을 수입해 간 중국 메이저 업체들의 행보를 보는 게 그나마 향후 상황을 예측하는데 적절할 듯합니다.
텐센트는 최근 몇 달간 <배틀그라운드> 운영 관련 인력을 많이 뽑았습니다. 5월 중으로 중국 메이저 게임회사 고위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런 상황만으로 확신할 수 없지만 무언가 조짐이 보이는 듯합니다.
하지만, 주의할 게 있습니다. 설혹 한국 게임의 판호가 조만간 풀리더라도, 모든 게임의 판호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주요 메이저 업체가 수입한 게임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풀릴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듯합니다.
※ 2018년 5월 21일 업데이트: 4월 무렵 판호 재개와 관련해 보이던 조짐은 5월 중순 다시 사라진 상황입니다. 추후 다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