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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WOWvs페이스북, 게이머의 감정을 공략하라

[ION 컨퍼런스 1일차] 소셜 네트워킹은 새로운 캐주얼 게임인가?

이재진(다크지니) 2008-05-15 22:14:50

게임을 하다 보면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죠. 뭔가를 클리어하면 기쁘고, 상대방을 이기면 짜릿하고, 뭔가 안 풀리면 답답하고, 지면 짜증납니다. 그래서 플레이어의 감정(Emotion)은 게임의 컨텐츠, 시스템, 기획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온라인게임 전문 컨퍼런스 ION 08에서 플레이어의 감정에 대해 흥미로운 강연이 있었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와 페이스북(Facebook.com)의 이용자 감정을 비교분석한 것인데요, <WoW>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괴물 MMORPG'이고, 페이스북은 2004년부터 시작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도시, 직장, 학교, 지역 단위로 정밀하게 구성된 커뮤니티를 제공합니다. 미국에서는 한국의 싸이월드 못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며 전세계적으로 서비스 되고 있죠.

 

강연을 맡은 XEO디자인의 ‘니콜 라자로’ 대표는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인터페이스 디자이너이자 ‘감정과 게임의 관계’에 대해 권위를 갖고 있는 전문가입니다. 그녀가 2004년 GDC 강연에서 발표한 ‘게임의 중요한 4가지 감정을 형성하는 4가지 재미 요소’는 개발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천재 개발자 윌 라이트는 당시 “GDC에서 가장 유익한 이야기였다. 모든 기획자는 이 언어를 어떻게 읽고 적용할지 배워야 할 것”이라고 극찬을 했다고 합니다.

 

니콜 라자로 대표는 지난 2월에 열린 GDC 2008에서도 <헤일로>와 페이스북을 비교하면서 플레이를 유도하는 감정에 대해 강연을 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WoW>와 페이스북이군요. 서론이 길었네요. 시작하죠. /시애틀(미국)=TIG 특별 취재팀


 

주 제

 

WOW vs Facebook

Is Social Networking the New Casual Game?

구 분

강연

강연자

Nicole Lazzaro (XEODesign)


※ XEO디자인(XEODesign)은 인터페이스 디자인과 빠른 프로토타입 개발, 플레이어 경험 분석을 통한 개발 목표제시 등을 하는 전문 컨설팅&디자인 대행 업체다.


 

니콜 라자로는 GDC 2004에서 처음 발표한 '4가지 재미 요소'(오른쪽 이미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게임에서 사람들이 가장 얻기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형성하는 감정 중에서 게임의 기획자가 (의도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고민해왔다고 했다.

 

그녀는 16년 이상 게임 개발에 참여해오면서 감정적인 반응 (Emotional Feedback)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답은 간단하지만 실행은 어렵다. 개발자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무엇이 재미있는가?’를 해킹해야 한다는 것.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는 도중에 얼마나 웃는가?

 

<스타워즈 갤럭시>의 튜토리얼을 플레이 하고 있는 한 남성의 연속 사진이 제시됐다.

 

왼쪽의 무표정에서 오른쪽의 웃는 표정으로 변하고 있다. 감정을 폭발시키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보스를 잡았을 때, 상대를 이겼을 때, 또는 캐릭터가 내 마음대로 움직였을 때… 즐거움을 느끼는 지점은 다양하다.

 

이어서 <WoW>의 인스턴스 던전에서 보스 레이드를 뛰고 있는 유저를 관찰하는 영상이 나왔다. 굳은 표정으로 집중해서 어렵게 보스를 잡고 '휴~' 안도의 한숨을 쉬는 유저. 하지만 이내 좋은 아이템이 친구에게 넘어가자 "젠장!"이라며 짜증을 낸다.

 

참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감정적인 즐거움을 측정할 수 있을까?

 

이렇게 '끝내주는 탄성' 같은 재미만 줄 수 있다면... 뭔들 못 할까.

 

니콜 라자로는 게임 플레이의 30가지 감정들을 ‘4가지 재미 요소’의 기준으로 배치한 슬라이드(아래 이미지)를 제시했다. 다양한 감정들이 재미 요소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무엇을 만들고, 목표를 이루고, 역할을 수행하고, 다른 이와 친해지고, 무엇인가를 배우고... 다양한 재미 요소들이 유요한 감정으로 연결된다는 설명.

 

 

그녀는 특히 플레이어 사이의 상호작용(Player interaction)과 개성을 만들어가는 개인화(personalize)가 온라인 게임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발자가 직접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느끼는 감정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대신 플레이어의 선택과 경험에 의해서 다양한 감정이 유발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게임의 기획적 요소와 시스템, 재미 요소가 감정의 순환고리를 만들고, 그것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경쟁, 협동, 존경, 가르침 등 다양한 행동을 유도한다.

 

 

플레이어는 끊임 없는 선택에 의해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 상호작용의 경험들이 즐거움으로, 사회적인 결속으로, 다시 상호작용으로 순환하게 되는 구조다.

 


이제 <WoW>가 대표하는 MMO와 페이스북이 대표하는 소셜 서비스를 비교해보자.

 

사용자들은 두 서비스에 접속하고, 반응을 보내고, 개성화를 진행한다. 이 3가지 큰 영역에서 두 서비스는 공통분모가 있다. 재미가 유발되고 연결되는 구조 자체가 닮아 있는 것이다. 접속해서 친구들을 만나고, 서로 감정을 담은 반응을 다양하게 주고 받는다.

 

그리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되는데, 두 서비스는 ‘플레이어 경험(PX, Player eXperience)’의 잠재성이 서로 다르다. <WoW> 같은 온라인 게임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려면 같은 서버에서, 비슷한 레벨업을 하면서 함께 진행해야 한다.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계속 함께 할 수 있지만, 역시 상호작용을 활발하게 하는 것에 제약은 있다.

 

소셜 네트워크와 MMO의 공통점은 있지만, 사용자 경험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페이스북은 감정적인 영역을 무한하게 확대하면서 다양한 상호작용을 즐길 수 있다. 춤추고, 생산하고, 전쟁하고, 치료해주는 등 <WoW>에도 많지만 페이스북만큼 다양하진 못하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UCC로 대변되는 웹 2.0에는 라이브러리(데이터베이스)가 있고, 텔레비전같은 배급력이 있다. 유저들이 배급을 좌지우지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감정이 웹 2.0을 주도한다. 다른 사람이 올린 컨텐츠에 반응을 남기고, 화제가 된 컨텐츠의 패러디 영상이 올라오면 함께 열광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하지만 반응을 서로 주고 받는 의사소통의 과정에서 '지연'(Lag)이 발생할 수 있다. 항상 모든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MMO의 채팅 시스템이 강점을 갖고 있다.

 

[MMO와 소셜 서비스의 1차 항목 비교] 확산의 측면에선 소셜 서비스가 +1, 유저간 상호 피드백의 활성화 및 유지에서는 MMO가 +2, 했던 행동을 반복하게 만드는 측면에선 게임과 파티플레이의 특성을 가진 MMO가 +1.

 

온라인게임에서는 함께 협동(파티플레이, 레이드)을 하거나 PvP 대결을 통해서 사람들이 상호작용을 하고, 거기서 감정이 유발된다. 이렇게 감정이 오가는 사회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가치가 발생하고, 그것이 곧 수익으로 연결된다.

 

치장용 아이템을 구입해서 자신을 뽐내고 개성화 한다. 다른 유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일종으로, 이 과정에서 가치(수익)가 발생한다. 니콜 라자로는 <메이플스토리>를 예로 들었다.


 

이제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온라인 게임의 목표는 명확해졌다. 바로 사회적인 상호작용의 확산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캐주얼 게임과 유사한 재미 요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에 마련된, 아주 간단한 플래시 컨텐츠인 <주차 전쟁>은 유저들이 자유롭게 즐기는 게임으로, 실익을 치밀하게 따져서 주차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 컨텐츠는 많은 유저들이 방문하고 즐기면서 화제가 되었다.

 

 

페이스북에 있는 <주차 전쟁>이라는 컨텐츠. 캐주얼 게임과 유사한 재미를 준다고.

 

그녀는 <WoW> 카라잔 던전에서 공격대 플레이를 하고 있는 유저의 영상을 틀었다. 음성채팅으로 공격대를 지휘하는 유저는 차분히 무표정한 얼굴로 플레이를 이어나갔다. 이어서 닌텐도 Wii를 플레이하는 2명의 성인 남성이 등장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탄식과 환호, 즐거운 표정들.

 

니콜 라자로는 그래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 속에서 오가는 감정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PX(플레이어의 경험)의 잠재성 점수를 기준으로 한 <WoW>와 페이스북의 두 번째 항목들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MMO와 소셜 서비스의 2차 항목 비교] 친구의 추가라는 측면에서는 무료이며, 접근성이 높은 소셜 서비스가 +1. 메시지의 전달 측면에서도 1점을 더 받았다. 유저가 직접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반(API) 측면에서도 완전히 개방되어 있는 소셜 서비스가 득점.

 


이제 주제는 상호작용을 통해 플레이어들이 연결되는 지점으로 옮겨갔다.

 

무엇이 사람들을 가까워지게 만드는가?

 

1차원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서로를 확인하고, 기억하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는 실물사진이 될 수 있고, 온라인 게임에서는 개성화가 이루어진 캐릭터의 겉모습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는 것이 흥미롭고 즐거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의 최대 장점은 너무나 간단히 설치할 수 있고, 누구나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셜 토큰'이라는 개념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이미 알고 있고, 친해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매우 쉽다. 하지만 아직 모르는 사람들, 불특정 다수와 공통된 화제를 갖고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구심점'이 필요하다. 패션, 음악, 허무한 낚시 컨텐츠, 헤비메탈 등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소셜 토큰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기반과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개성화는 사람들을 가까워지게 만든다. 소셜 네트워크와 MMO는 각기 다른 양상으로 개성화를 이룬다.

 

다시 <WoW> 카라잔 던전의 유저가 프리젠테이션 화면에 등장했다. 그는 자신의 길드 홈페이지에서 다른 길드원이 올린 <WoW>의 패러디 영상(오크가 MC해머의 U Can't Touch This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을 보면서 즐겁게 웃고 있다. 뭐가 재미 있는 것인가? 누군가, 무언가 창조적인 것을 했기 때문이다. 패러디 영상을 만드는 과정 말이다.

 

카라잔 던전 플레이(위)와 패러디 영상을 보는(아래) <WoW> 유저의 감정 반응 비교.

 

페이스북은 유저가 창조적인 과정을 실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열린 API(응용 프로그램 제작 인터페이스)로 유저들이 만들어내는 컨텐츠가 개성화를 이끈다. 부담없는 브라우징, 수없이 개성화된 컨텐츠의 결과물들이 유저들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낸다.

 

게임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게임이 정한 규칙(시스템, 기획된 컨텐츠)를 개성화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헤일로 택시>나 <카운터 스트라이크: 스카우트&나이프> 같은 경우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유저가 무엇인가 끊임 없이 만들 수 있도록 하면, 그 컨텐츠가 개성화를 이끈다. 자신의 캐릭터를 꾸미는 일부터 시작해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방법을 만드는 일까지, 방식은 다양하다.

 

이런 측면까지 고려하고 나면 PX 잠재력 점수에서 페이스북이 <WoW>를 역전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최종 점수는 8대5로 소셜 미디어의 ‘승리’.

 

 

[MMO vs 소셜 서비스 최종 항목 비교] 친구더 많이 열려있고, 개인화, 접근성이 뛰어난 소셜 서비스가 MMO의 장점에 비해서 많았다. 어디까지나 플레이어 경험(PX)의 잠재성을 기준으로 한 비교다. 게임성이나 기술력의 비교는 아니다.


 

페이스북과 <WoW>의 비교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단순히 커뮤니티를 디자인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감정적인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보다 얼굴을 많이 마주보도록 유도하라. 레스토랑에 단순히 음식 때문만 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험'을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개성화가 가능하고, 그러면서도 부담 없이 열린 가능성들,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지점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비밀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의 핵심 요소 중에 하나로, 무엇인가를 공유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썰렁한 농담이라도 그들은 너무나 즐겁게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MSO(Massively Social Online Game)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감정이 주도하는 플레이에 집중한 컨텐츠와 서비스다. 친구들을 연결하고, 소셜 토큰을 제공하고, 반응을 표출해주고, 원을 그리는 순환구조을 만들어서 개성화로 연결시킨다.

 

제대로 된 MSO를 만들기 위해서 기억해야 할 규칙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얼마나 ‘간단명료하게’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 )

 


[청중과의 질의응답]

 

Q. 세컨드 라이프를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어떤가?

니콜 라자로: 개인적으로 <세컨드 라이프>도 접해봤다. 음... <GTA> 같은 게임의 경우는 쉽게 재미를 느끼는데(미션을 하면서) 세컨드 라이프는 들어가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잘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더라. 감을 잡기 어려웠다. <세컨드 라이프>의 진입장벽을 한단계 낮추고 더 쉽게 만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들이 있을 것 같다. 접근이 끝난 뒤에는 장점이 확실한 서비스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대로 문제는 사용자에 대한 배려다.

 

Q. 또 다른 페이스북의 응용사례 중에 소개할 만한 것은? (주차 전쟁 같은 걸로)
주차장 게임의 경우는 누구나 자신만의 주차장을 갖고 있다. 꼭 게임을 만든다는 생각보다는 '무엇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지점이 중요하다.

내가 게임을 런칭했을 때 내 친구들은 이미 '그 곳에 연결되어' 있다.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조합이 나올 수 있다는 것. 다음 세대의 페이스북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과 비즈니스는... 어떤 하나의 '운영체제'처럼 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Q. 분명 페이스북은 흥미롭다. 다음 흐름(Wave)은 어떻게 될 것인가?
새로운 구조(메커니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그래픽만으로는 승부가 안되고 상호작용으로 일어나는 부분에 승부를 거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