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에는 <MazM: 지킬 앤 하이드>를 만든 ‘자라나는 씨앗’의 김효택 대표, <트릭아트 던전>을 만든 ‘지원이네 오락실’의 한상빈 대표, <코스믹워즈>를 만든 ‘코스믹아울’의 백상진 대표가 자리했으며, 수상작들의 제작 비화를 전했다.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디스이즈게임: 각자의 회사와 수상작들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백상진 대표: <코스믹워즈>는 생존과 모험, 우주선 제작이 결합된 전략 액션 게임이다. 게임은 원하는 파츠를 이용해 자신만의 함선을 제작할 수 있으며, 황폐해진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인공의 노력을 담고 있다.
‘코스믹아울’의 이름은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타임’에 등장하는 ‘코즈믹 아울’에서 이름을 따오게 됐다. 코즈믹 아울은 만화 속에서 꿈을 관장하는데, 이처럼 우리가 개발하는 게임들이 유저들에게 꿈을 실어줬으면 했다.
한상빈 대표: <트릭아트 던전>은 ‘트릭아트’를 이용한 착시 퍼즐 어드벤처 게임으로,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컨셉이 특징이다. 특히, 단순하게 트릭아트의 신비로움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유저들에게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지원이네 오락실’은 이처럼 유저들에게 잊지 못할 게임을 선사하자는 생각으로 만들어졌으며, 현재 총 3명의 직원이 있다.
김효택 대표: 요즘은 아무리 대단한 고전 명작이라도 책 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찾게 된다. 글보다 영상이 주력이 된 지금 ‘자라나는 씨앗’은 게임을 통해 고전 명작의 스토리와 영상미를 모두 전달하고자 한다.
특히, <MazM: 지킬 앤 하이드>는 스토리와 영상미에 유저가 집중할 수 있도록 게임의 장르를 어드벤처로 선택했다. 어드벤처가 요즘은 인기가 떨어진 장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르는 역시 어드벤처가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코스믹아울'의 백상진 대표가 만든 <코스믹워즈>는 우주를 모험하며 얻은 자원들로 함선을 구축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컨셉의 전략 게임이다.
이번 게임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김효택 대표: 회사를 처음 설립하던 당시, 교육적인 목적을 가진 게임만을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만든 첫 번째 게임은 정말 교육에만 집중한 수학 게임이었는데, 유저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실패를 겪자 ‘좋은 게임’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중요한 건 교육뿐 아니라 목적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결론 내리게 됐다.
이를 위해, <MazM: 지킬 앤 하이드>의 제작 당시 ‘스토리텔링’에 집중한 연출을 제작했고, 목적이 제대로 전달되어서 인지 유저들의 호응이 있었다.
한상빈 대표: 회사명 '지원이네 오락실'속 지원이는 첫째 딸의 이름이다. 게임의 개발 계기가 딸아이 덕분인데, 가족과 함께 트릭아트 전시장을 찾았을 당시 신기한 모습의 '트릭아트'를 유독 좋아하던 딸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모습에 영감을 얻어 트릭아트를 소재로 게임을 만든다면, 그 신기한 모습에 분명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결과 <트릭아트 던전>이 탄생할 수 있었다.
백상진 대표: <코스믹워즈>의 개발 계기는 지브리 스튜디오가 만든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영감을 얻게 된 것이다. 이것저것 이어 붙여진 성의 모습을 보면서 “이걸 유저가 만들어보면 어떨까?”는 생각이 들었고, 이내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인디 게임 페스티벌에서 다양한 게임들이 선보여졌다. 혹시 탑 3에 드는 것을 예상했는가
백상진 대표: 수상 당시 수상소감으로도 전했지만, 지금도 범지구적인 인류애를 느끼고 있다. 좋은 게임이 많이 등장한 행사였고, 탑 10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공이라고 생각했었다.
게임을 개발하면서 유저들에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만, 결국 답이 찾지 못한 채 출시하게 됐다. 하지만, 우리의 고민과 달리 출시 후 유저들은 게임을 즐기고 다가와주었다. 이에 대해, 지금도 진심으로 유저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한상빈 대표: 유튜브에서 우연히 ‘구글 인디 게임 페스티벌’ 수상자 인터뷰를 보게 됐다. 그러면서 막연하게 “나도 꼭 인터뷰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됐는데, 이런 열정과 달리 페스티벌 출품 직전까지고 고민이 정말 많았다. 특히, 발표 현장에서 높은 수준의 게임들이 많이 선보여져 내 게임은 당연히 틀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고민들을 뒤로하고 탑 3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지곤 한다.
김효택 대표: 사실 앞서 열린 페스티벌에 참여했었지만 탈락하게 됐었다. 당시의 좌절이 있어서 이번 행사에서 탑 20에 이름이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매우 기뻤으며, 탑 3에 올라갔을 때는 그 기쁨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게임을 함께 만들었던 직원들이 기뻐하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이 자리를 빌려 함께했던 직원들에게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자라나는 씨앗'의 김효택 대표가 제작한 <MazM: 지킬 앤 하이드>는 고전 명작 소설 '지킬 앤 하이드'를 바탕으로 한 어드벤처 게임이다.
어렵게 게임을 개발하게 된 만큼 그 감동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게임을 개발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가?
백상진 대표: 게임 디자인을 전공하고 게임 회사에 다니기도 했었지만, 원하는 게임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에 회의감을 느끼고 퇴사하게 됐다. 퇴사 후 별다른 자본금 없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고 자는 열정으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첫 게임으로 <라이브라이프>라는 러닝 액션 게임을 만들었지만 실패하게 됐다. 이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직업을 찾으려던 때에 “한 번만 더 해보자”라고 동료가 제안하게 됐고, 그 결과 <코스믹워즈>가 탄생하게 됐다.
한상빈 대표: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었지만,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았다. 성인이 된 이후 “게임을 만들자!”는 생각 하나로 게임 회사에 입사하게 됐지만, 개발이 아닌 퍼블리셔 회사에 입사해 6년간 근무하게 됐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고 자는 열정은 회사를 다니는 내내 사라지지 않았고, 이내 주변 사람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하게 됐다.
김효택 대표: ‘자라나는 씨앗’의 대표가 되기 전까지는 넥슨의 인사팀장이었다. 그렇기에 게임 회사들의 분위기와 구조를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회사를 설립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다. 게임을 개발하자는 계획 역시 갑작스럽게 결정한 사안이기에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게임을 개발하며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으라고 생각된다. 그중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무엇인가?
김효택 대표: 올해로 회사가 설립 5주년을 맞이했다. 그간 다양한 문제를 겪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실패가 주는 좌절감이었다. 처음 만들었던 게임이 실패하면서 금전적 어려움이 생겼고, 직원들은 앞으로의 개발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불안감에 빠지게 됐다. 이처럼 ‘성공’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처럼 실패를 경험했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실패가 있었기에 이번 게임을 제작하면서도 유독 더 많이 생각하고 다투게 됐다. 이런 과정이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라 게임을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되었고, 보다 성장한 게임이 출시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성빈 대표: 가족과 지인들에게 “나 게임 만들 거야”라고 이야기하고 설득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전문적으로 개발을 했던 사람이 아니기에 주변의 반대는 어찌 보면 당연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개발 중 막히는 일이 생겼을 때 물어볼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사실이 괴롭히기도 했다. 혼자서 게임을 만들다 보면 컨텐츠를 수급하느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런 고민은 모든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동일안 고민일 거라고 생각한다.
백상진 대표: 자금난과 인력 충원이 가장 어려웠다. 매일의 끼니를 걱정할 정도의 자금난을 겪었는데, 오랜 기간 함께 했던 동료들이었기에 문제없이 이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회사가 서울이 아닌 대구에 있어 인력 충원이 유독 힘들었는데, 직원 한 명을 구하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어서 기억에 남는다.
'지원이네 오락실'의 한상빈 대표가 제작한 <트릭아트 던전>은 '트릭아트'를 활용한 퍼즐 게임으로 오는 가을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인디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백상진 대표: 지방에서는 성공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사회다. 그만큼 대기업 위주의 게임 시장이기에 인디 게임이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절망에만 빠져 있다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도전하고 응원하라.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한상빈 대표: 개발을 시작하던 당시 주변의 반대가 심했던 순간을 자주 떠올린다. 인디 게임 개발에 있어 가장 힘든 건 이와 같이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설득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만들고 자는 열정이 이와 같은 반대에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으며, 만약 주변 사람들 중 게임 개발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망한다는 생각보다는 좋은 조언을 해줬으면 좋겠다.
김효택 대표: 인디 게임은 팬을 만들고 자는 마음으로 만들어야 하며, 돈을 벌려고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라나는 씨앗’은 수 차례의 퍼블리싱 시도를 했었지만, 퍼블리싱은 팬을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해 이내 포기하게 됐다. 매스 마케팅이 아닌 작은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인 ‘소통’에 집중했으면 하고, 좋은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