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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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igher the Fewer | |
구 분 |
강연 | |
강연자 |
Scott Brown (Netdevil) |
많은 게임 전문가들은 고사양, 고퀄리티의 게임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곤 합니다. 특히 <크라이시스>나 <하프라이프>처럼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은 ‘필요 이상’의 관심을 받기도 하죠.
그러나 실제 유저들이 체감하는 상황은 다른 것 같습니다. 최근 컴퓨터 판매량을 살펴보면 노트북(랩탑)의 판매량이 점점 늘어나 현재 데스크탑(x86 서버 포함) 판매량의 약 50%까지 도달하고 있답니다. 유저들이 직접 리뷰 점수를 매기는 사이트를 살펴보면 사양이 낮고 재미있는 게임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이 같은 상황은 모든 게임 개발자들에게 커다란 명제를 던져줍니다. 게임을 개발할 때, 개발자나 하이엔드 유저만 대상으로 삼는 개발자는 아무도 없겠죠.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에 접근할 수 있어야만, 흥행도 바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낮은 사양의 게임은 당연히 흥행할 가능성도 큰 것이죠.
엔씨소프트 <오토어썰트>의 개발사로 국내에서도 낯익은 넷데빌의 스캇 브라운 대표가 온라인게임으로 성공하고 싶으면 사양부터 낮춰야 한다는 주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사실 요즘 국산 온라인게임도 점점 고사양, 고퀄리티로 가고 있는데요, 새겨들을 만한 지표나 내용이 많습니다.
특히 그가 제시한 여러 가지 사례들이 매우 흥미로운데요, 강연을 그대로 정리했습니다. /시애틀(미국)=TIG 특별 취재팀
◆ 그래픽보다 중요한 것은 접근성
최근 온라인게임 중에서는 용량이 너무 커서 다운로드, 인스톨에만 며칠씩 소요되는 게임들도 있다(태무가 시애틀 현지에서 이용한 인터넷의 최고 속도는 228kb였다). 이 같은 게임들은 플레이하기 전부터 흥미를 떨어뜨린다. 물론 일부 마니아들은 이런 과정에 개의치 않겠지만,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으로 접근한 수많은 라이트 유저들에게는 커다란 장벽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북미에서 화제를 뿌렸던 소셜 네트워킹 게임 <클럽펭귄>(www.clubpenguin.com)은 결코 고퀄리티의 게임은 아니다. 사실 개발자(혹은 게임 마니아)들의 눈으로 보면 ‘뭐 이런 게임이 다 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러나 <클럽펭귄>은 70만명의 유료회원을 자랑하며, 디즈니에 3억5000만 달러에 인수되었다.
<클럽펭귄>이 성공한 이유는 마케팅 타깃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분명히 어린이용이다. 그러나 개발사에서는 어린이가 아니라 그들의 보호자, 즉 부모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부모가 먼저 게임에 접근하고 ‘안심하고 자녀들에게 권장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또한 게임 출시의 시기도, 한참 펭귄을 주제로 한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출시될 때였다. 이처럼 <클럽퓅귄>은 접근성을 극대화함으로써 게임의 퀄리티를 뛰어넘는 커다란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다.
이 같은 사례는 비단 <클럽펭귄>뿐만 아니라 <룬스케이프> <세컨드라이프>처럼 최근 흥행하는 온라인게임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또한 플래쉬 게임들의 엄청난 성장세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 그래픽보다 프레임 레이트가 중요하다
많은 개발자들은 그래픽 퀄리티가 곧 게임 퀄리티 향상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많은 유저들은 프레임 레이트가 게임 퀄리티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얼마 전 CNN 방송을 보다가 흥미로운 현상을 목격했다. CNN 뉴스에서 한 리포터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을 소개하는데, 마치 실제 사진처럼 사실적인 그래픽이 엄청난 흥분을 안겨준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 리포터가 소개한 게임은 <월드 골프 투어>라는 웹게임이었다(최신 게임들에 비해 결코 사실적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의 그래픽이었다).
CNN의 리포터에게는 최신 그래픽 카드나 하이엔드 기술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혹은 기대하는 그래픽과 얼마나 비슷하게 표현됐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일반인들의 시각이다. 유저가 만족감을 느낀다면 사진을 직접 찍어다 붙이든, 도트를 찍든 어떤 방법이라도 상관 없다. 우리는 자신의 시각이 아니라 제품을 살 사람들의 눈으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한 전문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그래픽 퀄리티보다, 얼마나 안정적인 프레임 레이트를 유지하느냐가 그래픽 평가에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유저는 초당 40~45 프레임에 가장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 많은 유저들은 40 프레임 이상을 구분하지 못했다.
◆ 저사양 PC의 숫자는 점점 늘어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사양 PC의 수는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포터블 PC(노트북)의 판매량이 데스크탑 판매량에 약 50%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시장조사 기관 IDC의 통계에 따르면 2006년 데스크탑의 판매량은 1억5천3백만 대, 노트북은 8천2백만 대에 달했다. IDC는 이 같은 성장세라면 2009년에는 데스크탑과 노트북의 판매량이 거의 비슷해질 것이며, 2010년경에는 오히려 역전될(노트북이 더 많아질) 것이라 예측했다.
IDC의 예측은 게임 개발사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노트북은 램이나 하드디스크의 용량이 데스크탑보다 작다. 인스톨하는데 몇 일이나 걸리는 게임보다는 ‘아무런 추가적인 노력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에 더욱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IDC에서 발표한 2007~2011년까지 데스크탑과 포터블(노트북) 컴퓨터의 판매량(2007년부터는 예측).
<WOW>로 인해서 북미나 유럽에서도 온라인게임이 메인스트림(주류)에 올라설 수 있다는 사실은 증명되었다. 시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그 늘어난 시장의 10%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고사양 게임)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유저들은 최소한의 가격으로 최대한의 재미를 추구한다. Wii의 성공과 PS3의 흥행부진은 이 같은 사실을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특히 2007년 결과에서 PS3의 판매량이 PS2에 뒤쳐진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면서도 당연한 결과였다.
◆ 그렇다면 방법은? 유저의 눈을 속여라!
<WOW>나 <이브 온라인>에서는 픽셀 쉐이더 기능이 없어도, 있을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저사양에서도 고퀄리티의 그래픽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아래의 화면은 넷데빌에서 개발중인 <점프게이트>의 이미지로, 약 4,500 폴리곤을 사용해 만들어낸 것이다. 화면에서 보는 것처럼 우주선에 클로즈업된 상태에서는 배경인 우주에 별다른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또는 커다란 오브젝트 1~2개와 작은 오브젝트 여러 개를 동시에 배치함으로써 원하는 오브젝트에만 눈길이 모이도록 하는 고전적인 방법도 있다. 같은 텍스쳐를 계속해서 사용한다던가, 특수 이펙트를 사용함으로써 시야를 한쪽으로 유도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더 많은 투자가 더 많은 만족감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적은 리소스를 투입해 얼마나 만족스러운 그래픽을 보여주냐는 것이다. 게임의 흥행을 바란다면 그래픽을 높이기보다는, 최저사양을 낮추는 데 관심을 갖고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