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게임랩 2018 콘퍼런스'에서 베데스다의 총괄 프로듀서 토드 하워드가 게임평론가 제프 케일리와 대담을 나눴다. 토드 하워드는 이 자리에 앞서 ‘업계의 전설’상을 수상했다. 그는 지난 1월 <뉴욕 게임 어워드>에서 ‘전설’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 전설이 됐다.
토드 하워드는 1994년 게임 스튜디오 베데스다에 입사해 25년 동안 <엘더스크롤>, <폴아웃>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감독한 게임 디자이너다. 토드 하워드는 지난 6월, 'E3 2018 베데스다 쇼케이스'에 등장해 <엘더스크롤 6>, <폴아웃 76>, 새로운 IP <스타필드>를 공개, 게이머들을 열광시켰다.
이번 대담은 베데스다 스튜디오의 제작 방식과 성공 비결을 보여준다. 새로운 IP <스타필드>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그는 이번 대담에서 그가 아이디어를 얻는 방식과 즐겨 하는 게임까지 유감 없이 밝혔다. 대담 전문은 여기서 볼 수 있다.
# 베데스다가 한꺼번에 여러 게임을 준비할 수 있는 이유
베데스다가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게임은 총 네 개다. <폴아웃 4>의 후속작으로 멀티 플레이만 가능하다고 알려진 <폴아웃 76>, 37초 분량의 짧은 영상만으로 배경지를 둘러싼 열띤 토론을 자아낸 <엘더 스크롤 6>,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새 IP <스타필드>에 <스카이림>의 외전 모바일게임 <엘더 스크롤: 블레이드>까지 전부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뿐 아니라 작년에는 <스카이림>과 <폴아웃 4>의 VR 버전을 출시했고, 스팀을 통해 과거 발매작의 DLC나 스페셜 에디션을 계속해서 추가하고 있다. 베데스다는 어떻게 한꺼번에 여러 개의 게임을 관리할 수 있을까? 토드 하워드는 개별 프로젝트에 얼마나 관여하고 있을까?
하워드는 베데스다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이유로 팀의 훌륭한 역량을 꼽았다. 하워드는 "(과거의 나는) 모든 프로젝트를 일일이 체크했고, 토론했으며, 제작 화면을 같이 봤다"며 게임 개발 진척도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하워드는 모든 프로젝트에 하나하나 관여하지 않는다. 오스틴, 메릴랜드, 몬트리올에 있는 스튜디오 담당자가 직원들을 관리하고 있다. 베데스다는 10년 넘게 시리즈들을 관리해 왔기 때문에 팀마다 많은 노하우가 쌓여있다. 작은 문제는 하워드의 손을 거치지 않고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 것. 하워드는 "훌륭한 팀 덕에 2006년 이후로 코딩에 손댄 적 없다"라고 말했다.
하워드는 팀플레이를 중요시하지만 큰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는 타입이다. 그는 "일이 풀리지 않을 때면 혼자서 해결하고 그 결과물을 팀에 던진다. 다른 팀원도 가끔씩 ‘헤이, 이건 이렇게 풀자’라며 풀리지 않던 일의 결과물을 내놓는다." 이러한 과정에 필요한 것은 바로 대화다. "대화. 대화를 통해 우리는 이렇게 할 수 있다. 게임 제작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라고 하워드는 말한다.
그는 이제 "하루를 각 프로젝트 별로 쪼개놓고, 가장 많은 손길이 필요한 프로젝트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개발 중인 게임들을 관리한다. 이 덕분에 하워드는 "창의적인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 토드 하워드의 게임 철학과 그의 새로운 도전
베데스다는 2008년에 <폴아웃> 판권을 구매했다. <폴아웃> 원작은 1987년 인터플레이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웨이스트랜드>. <엘더 스크롤>은 베데스다의 오리지널 콘텐츠지만 토드 하워드가 처음으로 개발을 맡은 건 <엘더 스크롤 3: 모로윈드>다.
토드 하워드는 <폴아웃>에 대해 "원작의 세계관으로 특별한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고, 베데스다의 '필터'를 거쳤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손으로 직접 <폴아웃>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워드는 “내가 <엘더 스크롤> 제작을 맡기 전, <엘더 스크롤>은 ‘보통 판타지물’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각각의 파트에 <엘더 스크롤> 만의 특별한 독자성을 부여했고, 시리즈는 대성공했다.
입사 초기의 <터미네이터> 시리즈까지 포함하면 하워드가 25년 동안 맡은 작품은 전부 원작이 있는 게임이다. 하워드는 "<스타필드>는 내게 도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타필드>를 “10년 동안 품어왔다”라며 "<스타필드>는 우리가 만든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이전 콘텐츠 자체가 없다. 그래서 <스타필드>가 무엇인지 응집된 생각을 가지는 데 시간이 다소 걸렸다.”라고 밝혔다.
하워드는 신작 <스타필드>가 어떤 게임인지 정의해 달라는 질문에 게임에 대한 명확한 정의보다는 경험이나 분위기를 강조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스타필드>는 보통의 게임 경험이다. 게임을 할 때 어떤 기분이 드는가? <스타필드>는 게이머가 원하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것들은 일종의 ‘분위기’(vibe)에 가깝다. 이것이 <스타필드>의 색깔이다. 그것을 하는 느낌"
과거 토드 하워드는 “<엘더 스크롤>의 목표는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삶을 사는 것’(live another life, in another world)”이라며 자신의 게임 철학을 밝힌 바 있다. 거대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 치열한 생존기를 그려낸 <폴아웃 4>는 2015년에 큰 성공을 거뒀다. 사회자 케일리는 이와 관련해 “<스타필드>는 플레이어가 특정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에서 특정한 감정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정리했다.
# 토드 하워드에게 영감을 주는 게임, 개발자로서의 자세
토드 하워드는 베데스다에 입사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자신이 창의적이라고 믿는다. 그는 그의 일상 속에서 많은 영감을 얻으며 그것들을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영감이 생기면) 공책에 쓴다. 하지만 요즘은 아이폰의 메모장을 쓴다. 공책이나 메모장이나 내 마음엔 똑같다."라고 하워드는 말한다.
하워드는 아이디어 구상 초기에 메모를 활용하는 방법을 언급했다. "나는 우선 세계에 대해 생각한다. 다음으로 게임의 색깔(tone)을 생각한다. 그리고 게임의 시작에 대해 기괴한 생각을 한다. ‘이건 플레이어가 보는 첫 장면이고, 이렇게 시작할 거야’라는 식으로. (…) 초기 제작 과정에는 지도, 세계 디자인 같은 일련의 개념 요소를 다룬다."
그는 예전 시리즈 게임도 계속 플레이하며 새 시리즈의 영감을 얻는다. 하워드는 "<폴아웃 76>을 개발하면서도 나는 예전 시리즈를 해 보거나 남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본다.”라며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 과거 게임의 모습을 보고 재해석한다. 이렇게 나는 옛날의 모든 게임을 되풀이한다. <엘더 스크롤 6>를 개발하면서도 <스카이림>과 <오블리비언>을 계속 지켜본다. ‘이번엔 어떻게 느낄까?’ 하면서."라고 말했다.
그는 영감을 얻기 위해 다른 게임을 참고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하워드는 유저들의 게임 움직임을 익히기 위해서는 유튜브나 트위치에서 게임 영상을 본다. 게임 속의 움직임(art form)을 더 연구하기 위해 미식축구 게임 <매든 풋볼>도 참고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토드 하워드는 소문난 미식축구광이다.
새로운 게임에 적용할 기술의 발전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PC가 잘 나가고 콘솔이 못 나갈 때가 있었고, 반대로 콘솔이 잘 나가고 PC가 못 나갈 때가 있었다"라며 그는 이런 기술 동향에 주목하면서 "몇 달이 걸리더라도, 게임이 (PC, 콘솔 등의) 기술 상태에 딱 맞도록 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밝혔다.
더불어 하워드는 "사람들은 핸드폰으로 게임을 즐기지만, 막상 집에서는 PC나 콘솔로 게임을 한다”라며 "<엘더스크롤: 블레이드>를 통해 사람들이 집에서 핸드폰으로 게임을 붙잡게 할 것"이라고 자신의 포부를 드러냈다.
# 왜 옛날 게임에 DLC, 스페셜에디션을 내세요? “싫으면 그만 사세요”
제프 케일리는 '<스카이림>과 <폴아웃>의 세계관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며 베데스다가 옛날 게임에 계속 DLC와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하는 모습을 우회적으로 지적한다. 하워드는 이에 "수많은 사람들은 7년째 <스카이림>을 하고 있다"며 "(DLC, 스페셜 에디션을) 그만 내놓길 원한다면, 사지 마시라"고 말했다.
그 전까지 유저들은 ‘신작을 내놓지 않으니까 계속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해왔다. 이제 토드 하워드는 거대한 신작 보따리를 들고 나타났다. 토드 하워드가 하반기 내놓을 후속작이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갈지, 완전히 새로운 작품 <스타필드>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