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금거래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게임내 화폐인 골드를 주고받는 파티맺기가 활성화되면서 생긴 문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유저들끼리 만든 룰인 ‘골드 파티(일명 골드팟)’는 많은 골드를 가진 유저가 공개입찰 방식을 통해 아이템을 갖는 형태다. 즉, 갖고 싶은 아이템이 나오더라도 골드가 없으면 그저 구경만 해야 하는 방식이다.
현재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기는 유저 대부분은 이와 같은 골드 파티를 통해 아이템을 구하고 있다. 채팅창에 올라오는 던전 파티 모집 글 중 90% 이상이 이와 같은 골드 파티다.
문제는 공개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골드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기는 한 유저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일주일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수백 골드에서 정도이고, 많은 골드를 모으더라도 1천 골드 내외다.
하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상위 던전 ‘하이잘’, ‘검은사원’ 등의 골드 파티에서는 아이템 하나에 수천 골드를 소비하게 만든다. 모처럼 갖고 싶은 아이템이 몇개씩 나올 경우 1만 골드 이상을 써야만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유저들은 이처럼 많은 골드를 어디에서 구하는 것일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기는 유저 중 많은 이들은 ‘아이템베이’와 같은 아이템 현금거래 중계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 실제로 현금거래 중계사이트에는 골드를 사고 파는 글이 각 서버마다 빼곡하게 올라오고 있다.
19일 현재 현금거래 사이트를 살펴본 결과 서버마다 시세의 차이는 있지만 1,000골드를 사기 위해서는 6,000원~1만원을 줘야 한다. 1만 골드를 사려고 한다면 10만원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아이템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머니. 특정 서버에서 거래되는 골드 게시물의 모습으로 분 단위로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렇다면 상위 던전에서 한번에 오가는 돈은 얼마나 될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3년 이상 즐겼다는 한 유저에 따르면 ‘하이잘’, ‘검은사원’은 한번에 3만~5만 골드의 돈이 모인다. 던전 한바퀴를 돌면 최대 50만원에 가까운 골드가 모이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돈은 아이템을 먹지 않은 유저들끼리 나누어 갖게 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상위 던전이 25명 파티이기 때문에 유저 한명이 가져갈 수 있는 돈은 수천 골드 수준. 결국 던전을 돌면서 원하는 아이템을 먹기 위해서는 십만 원 이상의 돈을 써야 하고, 이렇게 모인 돈은 20명 정도의 다른 유저들이 몇 천원, 또는 몇 만원씩 나눠 갖는 셈이다.
블리자드는 당초 아이템에 ‘귀속’이라는 개념을 넣어 유저들끼리 아이템을 거래할 수 없도록 했다.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유저들은 골드 파티라는 것을 게임내에서 활성화시켜 아예 처음부터 골드를 내고 먹도록 하는 꼼수를 찾아냈다.
상황이 이렇지만 블리자드는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게임 내에서 시스템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끼리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규칙이기 때문이다.
블리자드 코리아 관계자는 “현금거래를 통해 게임머니를 확보한 것을 적발하면 계정을 정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 유저들끼리 규칙을 만들고 골드를 거래하는 것까지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작업장을 통해 생성된 골드가 유통되는 경우 제재하고 있다. 또 지속적인 패치를 통해 새로운 고급 아이템을 만들어내 특정 아이템의 가치가 지나치게 올라가는 것을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골드 파티는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기는 한 유저는 “던전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5시간 정도다. 이 짧은 시간에 수십 만원의 돈이 오고 간다. 골드 파티가 점점 사행성을 조장하는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