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국회 통과 2년 만에 대폭 변경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5일 오후 사울 상암동 문화콘텐츠 센터에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공청회를 갖고 개정안 초안의 내용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했다.
‘게임산업 및 게임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로 이름을 바꾼 이번의 개정안은
전체적으로 ‘게임산업만의 특수성과 현실’을 반영하려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한 ‘게임을 사행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이용자에 대한 처벌 조항 신설’, ‘게임분쟁위원회 설립’이나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육성의 지원 근거 마련’과 같은 사회적인 이슈도 반영하려 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그렇다면 이번 개정안에서 주목할 부분은 무엇일까? 그리고 논란이 일고 있는 쟁점 사항은 무엇일까? 함께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① 게임분쟁 조정위원회 설치, 한국 소비자원은 ‘유감’
[안 제 27조~제 33조] ☞ 게임물의 이용과 관련하여 게임물사업자와 이용자 간, 이용자와 이용자 간의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서 ‘게임분쟁조정위원회’를 둔다. 조정위원회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해서 10인 이상 30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 조정위원회는 분쟁조정을 위하여 필요한 자료의 제공을 분쟁당사자, 게임서비스업자 또는 참고인에게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분쟁당사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한 이에 응해야 한다.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사항 중 하나가 바로 ‘게임물’에서 일어나는 분쟁만을 전담해서 처리하는 ‘게임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 운영한다는 것이다. 매년 게임물과 관련된 분쟁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조정, 해결 방안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것이 사실. 이 때문에 전문적인 조정위원회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는 이유다.
하지만 기존에 게임물 분쟁 업무를 맡아온 한국소비자원은 유감을 표시했다. 게임물 관련 분쟁조정은 소비자 기본법에 의거해 한국소비자원과 소비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다른 산업과 함께 일관성을 갖고 진행하는 것이 옳다는 논리다.
한국소비자원은 게임물 분쟁의 경우 대부분 소비자로부터 제기된 민원에 대해 사업자가 분쟁해결 비용을 지불하고 조정을 의뢰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분쟁해결에도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공청회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소비자원 서비스2팀 박경희 팀장은 “물론 기존 한국소비자원이 게임 분쟁 관련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는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서 박 팀장은 “한국소비자원은 집단분쟁조정 등 강력한 소비자 구제 방안이 많은 만큼, 큰 그림에서 봤을 때 게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피해 사전예방은 한국게임산업진흥원 같은 관련 행정기관에서, 그리고 사후구제를 위한 분쟁조정은 한국소비자원과 소비자단체에서 실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 제 49조]
☞ 게임관련 단체 또는 게임물 사업자가 설립한 협회 등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자율심의기구를 설립·운영할 수 있다.
☞ 자율심의기구는 ‘평가용 게임물(베타 테스트 단계의 게임물)의 확인’, ‘게임 내용수정(패치 및 업데이트) 신고 접수’, ‘등급 재분류 신청 통보’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업무 수행 후에는 바로 이를 게임물등급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
이번 개정안에는 게임업계의 숙원 중 하나였던 ‘자율심의기구 도입’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율심의 기구는 당장 도입되더라도 업무와 권한이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번 공청회에서도 “이름뿐인 자율심의기구의 도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게임물등급위원회와 자율심의기구의 역할분담이 확실하지 않으며, 그나마 기존 등급위원회의 보조적인 역할에만 그치고 있어 앞으로 추가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바다이야기’, ‘보드게임 사행성 문제’ 등으로 인해 게임산업에 대한 사회 인식이 악화된 만큼 지금 당장 많은 권한과 역할을 주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신종필 사무관은 “지금의 단계에서는 자율심의기구가 도입되는 것 그 자체에 의미를 두었으면 한다. 만약 자율심의기구가 도입되고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그 이후에 추가개정을 진행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③ 사행성 목적의 게임이용에 대한 처벌근거 마련
[안 제 58조, 62조] ☞ 재산상 이익이나 손실이 없는 게임물, 게임이용의 결과물이 지급되는 전체이용가 게임물의 사업자는 환전, 환전알선, 재매입 금지. ☞ 사행성을 목적으로 게임머니나 게임이용의 결과에 따른 보상물. 그리고 해킹이나 게임사에서 승인하지 않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생성된 게임머니, 게임 아이템 등을 상습적으로 구입하는 악성 이용행위는 처벌받음. |
이번 개정안에 위의 조항이 신설되면서 이제는 고스톱-포커 같은 보드게임의 머니를 불법으로 판매하는 사람과 함께 구입하는 사람도 처벌을 받게 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신종필 사무관은 “사행화에 대한 사전예방 및 정상적인 게임 이용자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법안 도입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상습적인 구입’의 기준이 모호해서 향후 분쟁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아이템 현금거래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이용자 자신도 모르게 오토 프로그램이나 해킹된 게임머니를 구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④ 아마추어 e스포츠의 활성화, 저작권은?
[안 제 22조]
☞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문화체육관광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e스포츠 대회를 육성/지원할 수 있다.
☞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는 한, 공표된 게임물은 영리 목적이 없는 e스포츠 대회의 종목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 경우 당해 게임물의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 |
이번 개정안에는 ‘비영리 목적의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에 사용되는 게임물’은 그저 게임물의 출처를 명시하는 것으로 대회를 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현재 프로리그가 중심에 있는 e스포츠를 아마추어로 확대해서 e스포츠에 대한 인식제고와 여가문화 활동으로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조항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e스포츠 관련 저작권 분쟁에 있어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훈 사무국장은 “ 아마추어 경기 활성화 및 종목 다양화의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영리목적이 없는 e스포츠 대회에서 게임물의 이용을 용이하게 한 것은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면밀하게 청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공청회에서는 정부의 e스포츠 활성화 의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청소년을위한내일여성센터 이현숙 상임대표는 “현실적으로 초등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e스포츠 게임 중에는 ‘과몰입’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은 게임들이 많으며, 또한 최근에는 청소년의 게임 중독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무분별한 e스포츠의 진흥보다는 위험성을 보완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에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⑤ 과몰입 대책, 방향이 잘못됐다 Vs 더욱 강화해야
[안 제 18조, 21조] ☞ 게임 서비스 업자는 친권자 등 이용자의 법정대리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 당해 이용자의 게임 이용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다만 게임물의 성질상 정보 제공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 게임 서비스 업자는 이용자가 일정시간 이상 계속해서 게임물을 이용하는 경우 주의문구를 게시해야 한다. 다만 게임물 성질상 주의문구의 게시가 불가능하거나 과다한 비용이 소요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 정부는 학교교육에서 게임의 올바른 이용을 위한 교육이 실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협의하여 정규 교육과정에 게임 이용에 관한 교육내용을 포함시킬 수 있다. |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 과몰입 및 중독’에 대한 부분도 개정안에 반영된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위의 신설 안들을 꼽을 수 있는데, 하지만 이런 과몰입 대책 관련해서 공청회 참석자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많이 제시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게임 과몰입을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이러한 법률 조항을 도입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며 방향성이 잘못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구체적으로 “게임이용정보를 법정 대리인에게 제공할 의무를 명시한 것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및 게임행위에 대한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으로 실효성 역시 의문이다. 그리고 게임 이용시간 주의문구 표시 같은 경우도 역시 개인별 편차와 게임별 편차를 고려하지 않은 만큼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 교수는 정규교육과정에 게임이용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키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게임이용의 교육이라고 해도 지금은 대부분 생산적인 교육보다는 그저 ‘게임 하지 말아라’식의 교육이 진행되는 만큼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몰입 문제와 관련해서 오히려 지금보다 규제를 더욱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청소년을위한내일여성센터 이현숙 상임대표는 “현실적으로 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떤 등급의 게임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만큼, 이용등급의 게임화면 노출 비율을 더욱 높여야 한다. 장시간 게임을 할 경우 단순하게 경고문구를 표시하는 것뿐 아니라, 강제로 접속이 종료된다는 식의 더욱 강력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게임산업 특성 반영, 아직 보완할 점도 많다
전체적으로 이번 공청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개정안이 게임산업의 특성과 현실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기존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음비게법)에서 주어만 ‘게임산업’으로 바꿨을 뿐, 제대로된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는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세부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아케이드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온라인 게임업계만 너무 신경을 쓰고 있고, 아케이드 게임의 활성화를 위한 대처에는 미흡하다’며 불만을 제기했고, PC방 업계 역시 ‘PC방 등록제 폐지’ 같이 꾸준히 주장해온 사항들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소비자보호원이나 청소년 단체에서는 “게임물 등급 분류는 청소년 보호법에 의해 관리를 받아야 한다”라는 취지의 의견을 계속해서 제시하고 있다. 또,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아니라 규제에 대한 법률의 성격이 강하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번 공청회에서 발표된 내용이 100% 그대로 법안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만큼 정부에서는 앞으로도 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진정한 ‘게임 문화산업 진흥에 도움이 되는’ 법률로 거듭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게임산업 및 게임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은 앞으로도 업계의 의견을 더욱 더 수렴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친 뒤 내년 초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번 공청회에는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참석했다.
개정안에 대한 패널들의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PC방을 대표하는 한국인터넷문화협회(인문협) 관계자들은 '등록제 폐지' 같은
자신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피켓을 준비하고 항의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