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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WWI 후일담: 그 기자는 치마를 입었을까?

이터비아 기자의 2008 블리자드 WWI 이모저모

이터비아 2008-07-12 11:11:30

◆ 스페인에는 프로토스 유저 전용 와인이 있다?

 

2008 블리자드 월드와이드 인비테이셔널(WWI) 취재 2일째, 해외 매체 기자들의 <디아블로3>에 대한 느낌이 듣고 싶어서 몇몇 기자들에게 접근했습니다. 다들 호의적이었고요. 그 중에서 소감이 길었던 한 스페인 기자가 유난히 기억에 남습니다.

 

대화가 끝난 후 스페인 기자가 건네준 물건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와인이었는데요. 처음에는 ‘이 와인을 대체 왜 주는거지?’라고 궁금해하는 찰나, 이 기자가 와인 이름의 끝에 S 하나를 더 그려넣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알아챘죠. “아! Protoss(프로토스)!!!”

 

그렇습니다. 스페인산 ‘Protos’ 와인이었던 것입니다. 여기에 자신이 끝에 S를 하나 더 그려넣어 게이머만이 알 수 있는 센스를 보여준 것이죠.

 

그 기자는 “내가 이 와인을 이번에 한국에서 온 프로토스 프로게이머 송병구에게도 줬다. 행사장에서 있었던 사인회에서 그가 와인을 옆에 놓고 사인회를 진행했다”면서 뿌듯해 하더군요. 게다가 제가 디스이즈게임 기자라고 밝히자 엄청나게 반가워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사실이 있습니다. 제가 영어 실력이 짧아서 즉석 해석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모든 대화를 캠코더로 찍어왔는데요. 제가 그만 이 분을 인터뷰할 때 Start와 Stop을 엇갈려 누르는 바람에 시작하기 전 모습과 인터뷰가 끝난 모습만 녹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유난히 길었던 그의 소감은 기억조차 할 수 없었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디오스! 아미고!

 

바로 이것이 프로토스 와인! 끝에 S를 그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 기자가 제공한 송병구 선수의 사진. 이 와인 역시 뒤에 S를 붙였네요.

 


◆ 현지 스탭, 원인 모를 소음에 괴로워하다

 

때는 2008 WWI의 폐막식 중 마지막 행사인 비디오 게임스 라이브(VGL)가 한창 진행되던 시각. 다음 순서는 <워크래프트2>의 호드 테마 연주였습니다. 17세의 나이에 눈을 감은 채 마리오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한 영상을 올려 4천만 회 이상을 조회수를 기록한 일명 BlindFoldedPianist, 마틴이 등장해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인데요.

 

초반에는 분위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부드러운 선율로 연주하는 피아노는 청중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죠. 하지만 시작한지 10초도 지나지 않아 스피커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피아노의 특정 건반 부분을 칠 때마다 계속 ‘빠직!’ 거리면서 흥을 깨뜨렸습니다.

 

[[#movie news/2008wwiVGL1.wmv#]]

※ 7분 39초부터 소음이 시작됩니다. 영상을 보시려면 Play 버튼을 눌러주세요.

 

소음 현상이 계속 발생하자 제가 촬영하고 있던 자리의 옆에서 공연을 제어하던 주조정실은 공황상태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름대로 즉석에서 제어를 해봤지만 소음 현상이 꼼짝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렇다고 일단 시작된 공연을 중단시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스탭진들은 한두사람씩 일어나며 수군거리면서 머리를 감싸쥐며 고통스러워하더군요. 저도 여러 번 VGL 공연을 봤지만 이런 현상은 처음이었거든요.

 

결국 시작한지 5분만에 스탭 한 명이 피아노 곁으로 다가가 피아노를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허사였죠. 결국 이 스탭은 코드를 뽑아 재연결(영상 12분 35초 부분)하는 방법을 씀으로써 이 현상을 잡아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피아노 소리는 잠시 들리지 않았고 5초 뒤에 공연은 끝나버렸습니다. 잡아봤자 허사였죠.

 

그래도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줬고 이에 마틴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일어나 관객들에게 화답했습니다. 만약 저 같았으면 영 거슬려서 처음부터 중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텐데 말이죠. 역시 아티스트는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런 소리가 나는데도 이렇게 진지한 연주가 가능하다니! 대단합니다!

 

 

◆ 행사가 끝나도 떠있는 해, 밤 10시까지 대낮?

 

2008 WWI에 갔던 대부분의 한국 기자들은 파리 방문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밤 10시가 넘어야 해가 진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죠. 물론 첫날에는 그다지 와닫지 않았습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밝게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감사했죠.

 

하지만 부작용은 다음 날부터 시작됐습니다. 해는 평소처럼 떴기에 일어나서 다들 취재를 나간 뒤, 7시까지는 다들 취재에 임하다가 그 뒤로는 취재를 마무리하고 행사장을 떠나 식사를 하러 갑니다. 물론 저를 비롯한 일부 기자는 끝까지 남아서 취재를 하곤 했죠. 그렇게 해서 행사가 끝나는 시간이 밤 10시입니다.

 

모든 취재 장비를 정리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행사장 밖을 나왔는데, 해는 둥실~ 떠있는 하늘을 보니 머리 속이 멍하면서 몸에서는 힘이 쪽 빠집니다.

 

행사장 안에서 12시간을 취재했는데 날이 어두웠으면 ‘아~ 오늘 하루 참 보람차게 보냈구나~’라고 내 자신을 칭찬해줬겠지만 나와보니 아직도 날씨는 한낮이니 말이죠. 그야말로 급좌절 모드가 됩니다. 혹시나 6월에 프랑스를 여행하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 )

 

행사 마지막날 폐막식이 끝나고 퇴장할 당시의 모습. 이때가 오후 10시였습니다.

 


◆ 모두가 궁금해 하는 그는 과연 치마를 입었을까?

 

2008 WWI 개막 전날 기사를 보신 TIG 식구들은 ‘모 매체 기자와 이터비아가 <디아블로3>배 치마 내기’를 벌였다는 소식을 듣고 지속적인 댓글로 치마에 대한 경과를 공개하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디아블로3>가 발표되면서 내기에서 진 그 기자는 치마를 입었습니다. 사정상 치마를 입고 취재를 하진 않았지만, 노틀담 성당 앞 세느강 위에 떠있는 배 위에서 당당한 포즈를 취하며 약속을 지켰습니다.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액션을 취해주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변 보호 차원에서 사진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점 양해 바랍니다. 그저 상상만 해주시길… ^^;
 

이런 식으로 입었다는 거죠. 그저 상상만… ^^; (사진출처 :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