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출신 빌 로퍼가 대표를 맡고 있는 플래그십 스튜디오가 추가 자금 유치에 실패하면서 문을 닫았다.
<헬게이트: 런던>의 흥행실패가 퍼블리셔인 한빛소프트의 경영악화를 불러왔고, 결국 개발사인 플래그십 스튜디오의 폐쇄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월정액을 내고 <헬게이트: 런던>을 즐기는 국내 유저들은 컨텐츠 업데이트가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플래그십의 최근 행보와 <헬게이트: 런던>의 서비스 유지 전망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광택 기자
■ 플래그십, 한빛에 140억 규모 자금요청
게임업계에 따르면 플래그십 스튜디오는 지난해부터 한빛소프트를 비롯한 여러 파트너사들에게 투자를 요청했고, 회사 지분까지 내줄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 정도로 극심한 자금압박에 시달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래그십 스튜디오가 한빛소프트에 요청한 자금은 약 1,400만 달러(약 140억 원) 규모다. 하지만 한빛을 인수한 티쓰리는 플래그십 스튜디오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1년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 투자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한빛소프트를 통해 <헬게이트: 런던>의 판권을 앞다퉈 사들인 아시아 지역 퍼블리셔들도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규모의 액수로 계약을 했는데 정작 영어권과 한국에서 뚜껑이 열린 <헬게이트: 런던>은 롱런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통상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계약금과 미니멈 개런티는 서비스가 단계별로 실행되면서 지급되는데, 가장 큰 액수는 오픈베타와 상용화 때 나간다. 이에 따라 아시아권 퍼블리셔 중 일부는 <헬게이트: 런던>을 런칭하면 오히려 적자가 날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초기엔 반응이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헬게이트: 런던>의 국내 상용화 후 2주 동안 벌어들인 매출액은 30억 원(한빛 발표 기준) 규모. 하지만 최근들어 매출은 급감해 월 5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헬게이트: 런던>의 흥행 실패는 퍼블리셔인 한빛소프트의 경영악화에 결정타를 날렸고, 김영만 회장이 티쓰리 엔터테인먼트에 경영권을 넘기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차이나조이 <헬게이트: 런던> 행사에서 거대한 문을 열고 있는 빌 로퍼(오른쪽).
중국 서비스는 아직도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 플래그십 경영진, 폐쇄해도 금전적 타격 없어
그렇다면 빌 로퍼, 에릭 쉐퍼, 맥스 쉐퍼, 데이비드 브레빅 같은 플래그십 스튜디오 경영진들에게는 어떠한 타격이 있을까? 일단 금전적인 타격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래그십 스튜디오 경영진이 회사에 투자한 돈은 고작 2만 달러(약 2천만 원)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자금을 외부에서 프로젝트 펀딩 형태로 받았기 때문에 회사가 문을 닫더라도 손해볼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플래그십 스튜디오는 유한회사다. 파산신고를 할 경우 연대책임을 지지 않는다. 플래그십 경영진들이 회사 폐쇄을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플래그십 경영진들은 이미 블리자드 노스 시절부터 히트작을 만들어오면서 많은 돈을 벌었다. 개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경영진들이 회사를 폐쇄하고 새로운 회사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명예와 신뢰도. 향후 재기를 위해 새로운 투자를 받거나 신규 프로젝트를 공개했을 때 <헬게이트: 런던> 때처럼 유저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업계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플래그십 폐쇄를 선택한 빌 로퍼.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 것인가?
■ 한빛에서 <헬게이트: 런던> 직접 개발할 수도
한빛소프트와 관련된 여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플래그십 스튜디오의 폐쇄는 플래그십 경영진보다 관련회사에 더 큰 짐을 지우고 있다. 특히 한빛소프트에게는 더욱 그렇다.
국내에서는 플래그십 스튜디오의 개발자들이 모두 퇴사하면서 <헬게이트: 런던>의 서비스 지속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헬게이트: 런던>은 한국,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수출됐고, 이미 상용화까지 진행된 게임이다. 도중에 개발이 중단될 경우 한빛소프트 등의 파트너사들은 계약금 등을 되돌려줘야만 한다.
이와 관련해 한빛소프트를 인수한 티쓰리 엔터테인먼트는 <헬게이트: 런던>의 지적재산권을 가져와 게임 서비스를 이어나가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한빛소프트 김종우 상무는 최근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헬게이트: 런던>을 직접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빛과 티쓰리의 개발능력을 더하면 <헬게이트: 런던>을 더욱 좋은 컨텐츠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국내에서 게임 소스 분석에만 1년 걸릴 것”
하지만 티쓰리의 생각처럼 향후 <헬게이트: 런던>의 개발과 서비스가 원활하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헬게이트: 런던>의 지적재산권을 한빛소프트(티쓰리)가 가져와 개발을 직접 한다고 해도 말처럼 쉽지 않다. 소스 분석에만 1년 이상이 걸리고 업데이트 등 새로운 컨텐츠를 마련하려면 다시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다. 단순히 개발에 대한 권리만 가져온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핵심 개발진들도 함께 영입해야 서비스가 원활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빛소프트는 이번 플래그십 스튜디오의 폐쇄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서비스 지속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13일 <헬게이트: 런던> 국내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 지속에는 이상이 없다는 공지를 게재했다.
한빛소프트 관계자는 “플래그십의 경영활동이 중단된 것은 맞다. 한빛과 티쓰리 경영진들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비스 지속에 대해 “플래그십 스튜디오의 개발자들이 회사를 떠났지만 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해법을 찾고 있다. 분명한 것은 <헬게이트: 런던>의 서비스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플래그십은 문을 닫았다. 하지만 한국 월정액 서비스 유지와 아시아 지역 추가 런칭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한빛소프트는 서비스 유지를 공언했지만 제대로 실행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버티고 있다.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당분간 <헬게이트: 런던>은 미궁속에 빠져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업데이트될 <어비스 연대기>의 미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