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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BIC2018] “텐센트가 무슨 인디를 하냐고요?” 텐센트 넥스트스튜디오 인터뷰

“넥스트스튜디오는 텐센트의 다른 스튜디오들과 매우 다르다”

반세이(세이야) 2018-09-15 20:13:15

제4회 부산인디커넥스페스티벌 경쟁부문에 중국의 ‘넥스트스튜디오’가 <Meowoof>라는 이름의 2D 모바일 액션게임을 출품했다. 개발사의 정체를 안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는 약간의 논란이 일었다. 넥스트스튜디오가 중국의 공룡 기업 ‘텐센트’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인디게임에 대한 정의는 너무 다양해서 이제는 말하기도 입이 아플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인디게임 개발자를 만나도 ‘인디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더이상 하지 않게 됐다. 그만큼 해묵은 논란이고,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이번엔 궁금했다. 넥스트스튜디오가 정의하는 ‘인디’는 무엇이며 그들은 왜 BIC에 왔을까. /디스이즈게임 반세이 기자


넥스트스튜디오 Magnus Ma(<Meowoof>아트디렉터, 왼쪽) Tony Zhang(마케팅 매니저)

 

 BIC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한국에 게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했다. 한국은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이고, 이 페스티벌에는 게임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반응을 보기도 좋을 것 같았다. 

 

넥스트 스튜디오는 어떤 곳인가?

 

100명이 조금 넘는 인원으로 구성된 텐센트 내 게임 개발 스튜디오다. 올해 초 <데스커밍>이라는 픽셀아트 퍼즐게임을 출시했다. <데스커밍>은 미국의 인디게임쇼 PAX EAST에도 전시했다. Steam과, iOS로 출시했고 곧 스위치로도 나올 것 같다. 게임 개발에 회사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개발자 대부분이 주도적으로, 본인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게임을 만든다.  

 

넥스트스튜디오가 개발한 <데스커밍> (Steam, iOS)

 

관여하는 부분이 적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나?

 

매출에 대한 압박을 가하거나, 임의로 게임의 방향을 수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번 BIC에 출품한 <Meowoof>는 4명이서 개발했다. 1명은 아트, 1명은 프로그램, 나머지 2명은 게임 디자인을 맡았다.

 

회사에서 프로젝트에 들어갈 때도 대부분 소규모, 심지어는 1인 프로젝트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Meowoof> 프로젝트 역시 당장 이번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이번 기회를 계기로 미래에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는 회사의 암묵적 믿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팀원들도 회사에서 신뢰받는 사람들이고.

 

<Meowoof> 개발팀만 그런 것인가, 회사 전체가 그런 분위기인가?

 

우리 같은 게임을 만드는 팀들이 많다.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그런 회사들이 매우 많다. 이번 BIC에 나온 것도 이걸 보고 회사의 누군가가 동기를 부여받고, 또다른 재미있는 게임들을 만들게 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작년에는 글로벌 게임잼에도 참여했다.

 

회사도 하나의 게임을 가지고 큰 성공을 하는 것보다는 여러 다양한 시도를 할 때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고 보는 것 같다. 좋은 게임을 만들면 수익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넥스트스튜디오의 BIC 전시작 <Meowoof>

서로 연결된 고양이와 강아지가 장애물을 돌파하며 주인을 찾아가는 파쿠르 게임이다.

 

BIC에는 넥스트 스튜디오와 달리 소규모 팀들이 대부분이다. 중국은 어떤가? 이런 소규모 팀들이 많이 활성화 돼 있는 편인가?

 

굉장히 많다. 상해나 북경, 광저우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내 주변만 해도 혼자 게임을 만드는 친구들이 여럿이다. 1인 개발이 유행처럼 번지는 느낌도 받는다. 

 

왜 1인 개발이 유행한다고 보나?

 

이유가 네 개 정도 떠오른다. 일단, 중국인들의 수입이 높아지며 문화 생활에 쓸 수 있는 돈이 많아졌다. 그들은 본인 취향에 맞는 다양한 게임을 찾는데, 이러한 수요에 따라 독특한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도 늘어났다. 인구가 많은 덕분에 독특하고 마이너한 게임을 만들어도 플레이 해 줄 사람이 충분히 있다.

 

두 번째는 이런 추세 덕분인지 게임 개발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덩달아 많아졌고, 세 번째는 인터넷의 발달로 유럽이나 미국의 멋진 레퍼런스, 편리한 개발 툴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네 번째는 중국인들의 교육 수준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인 게임 개발자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드물었다. 그런데 내 동생, 조카 세대는 지금 학교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다. 

 

북경, 상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1인 게임 개발 붐

 

좋은 게임을 만들면 수익은 따라온다고 했다. 좋은 게임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의하기 매우 어렵다. (웃음) 넥스트스튜디오의 경우 예전엔 아주 많은 아이디어가 구현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지금은 창작자(개발자) 본인의 아이디어로 만들었고, 본인 스스로 그것에 만족하면 좋은 게임이라고 여긴다. 모든 사람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분위기. 그것이 바로 인디 스피릿 아닌가.

 

‘이 게임은 인디게임이야’라고 말하는 것. 사실 좀 가볍게 정의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개발자가 자신의 아이디어로 게임을 개발하면 그냥 그게 인디 아닐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텐센트 넥스트 스튜디오, 너희가 어떻게 인디게임 개발 스튜디오냐고. 상업적 요소가 있나 없나, 어디에서 만들어졌나를 가지고 인디게임을 구분하기 보다는 오리지널리티가 있는가를 놓고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놀라운 인디게임은 인디게임 스튜디오로 규정된 곳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덧붙여 말하면 넥스트 스튜디오는 텐센트의 다른 많은 스튜디오들과 매우 다르다. 텐센트가 가진 막대한 인프라와 리소스? 그중 무엇도 쓰지 않는다. 텐센트의 게임 플랫폼 ‘위게임’에 게임을 출시하지도 않는다. 텐센트 안에 있지만, 마케팅과 사업 등 거의 모든 부분이 텐센트와 분리돼 있다.  

 

넥스트스튜디오가 개발한 게임들. 하나하나에서 강한 개성이 느껴진다. 

‘오리지널리티’는 무엇을 뜻하나?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준다’는 게임 본래의 취지에 집중한 것이다. 유저를 재미있게 하는 것. 그것이 오리지널리티다. 넥스트스튜디오는 오리지널리티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스튜디오다. 

 

그런 취지를 가지고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중국 게임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나?

 

중국에는 이런 게임회사들이 매우 많다. 물론 첫 번째 목표가 돈이 아니라는 것이지 영원히 돈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오리지널리티에 집중한 게임을 만들면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기준도 높아지고, 그 기준에 따라 개발자들은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에는 처음 온 것인가? BIC에는 와 보니 어떤가?

 

한국 부산에 처음 왔다. 도시가 예쁘고 활력이 있다. 내가 사는 상해는 인구가 굉장히 많은데, 부산은 상해에 비해 사람이 적어서 좋은 것 같다. 

 

중국에도 인디게임 페스티벌이 있다. 매년 11월에 하는 ‘위플레이’라는 페스티벌과 ‘게임코어스’라는 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중국 인디게임 페스티벌은 물론 해외 게임 초청도 이뤄지지만 중국인 개발자 위주로 구성돼 있는데, BIC에 와서는 좀 더 국제적인 느낌을 받았다. 29개국이 참여했다고 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언젠가는 매우 유명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