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 워: 로마 2>가 신규 패치 "선조 업데이트(Ancestral update, Patch 20)" 적용 이후 여성 유닛의 등장 확률을 기존에 비해 지나치게 늘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해당 논란은 <토탈 워: 로마 2>의 스팀 커뮤니티 허브를 통해 제기되었으며, 'PC게이머', '폴리곤' 등 주요 게임 외신도 해당 사건을 보도했다. 9월 25일,<토탈 워> 시리즈의 제작을 맡은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이하 CA) 측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고대 로마 문명을 중심으로 한 지중해 세계를 그린 역사 전략 시뮬레이션 <토탈 워: 로마 2>는 2013년 9월 출시됐다. <토탈 워: 로마 2>는 다수의 커뮤니티에서 '전작 <로마: 토탈 워>(2004)의 명성을 잇는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게임은 여러 차례 스팀 탑 100(Steam Top 100)에 올랐으며, CA도 이에 호응하는 DLC를 여러 차례 발매하며 출시 5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통산 평가 '대체로 긍정적(Mostly Positive, 70%~79%)'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7월, CA가 '선조 업데이트'를 무료로 공개한 이후 일부 유저로부터 여성 유닛 등장 확률을 임의로 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CA 커뮤니티 매니저가 강경한 대응을 하면서 게임의 평가는 한때 '압도적으로 부정적(Overwhelmingly Negative, 0%~19%)'을 기록했다. 9월 25일 CA가 공식 입장을 내놓고 유저들이 이를 이해하며 평가는 소폭 회복했지만, 커뮤니티 매니저의 강경 대응을 비롯한 CA의 대처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8월 패치 이후,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 패치 노트에 없던 여성 유닛 등장 확률 증가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토탈 워> 시리즈에서 클레오파트라, 부디카 등 문헌에 활약상이 기록된 여성 실존 인물은 나온 적 있지만, <토탈 워: 로마 2>에 일반 여성 유닛(장군, 제독, 정치인)은 등장하지 않았다. 여성 유닛이 랜덤하게 등장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된 것은 지난 3월 '패치 19'(Patch 19)부터. 당시 유저가 '체감'상 추정한 당시 여성 유닛 등장 비율은 지역별로 5%에서 15% 선이었다.
그리고 지난 7월, CA는 <토탈 워: 로마2>에 선조 업데이트를 적용했다. 패치 노트에 따르면 선조 업데이트에는 등장인물의 가계도(The Family Tree) 추가, 모반(Intrigues) 등 다양한 정치 행동, 일부 디자인 개선 등이 들어있지만 여성 유닛의 등장 확률에 관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바로가기)
지난 8월부터 스팀 커뮤니티에 '선조 업데이트 적용 이후 여성 유닛 발생 비율이 급격하게 올라갔다'는 내용의 스레드가 등장하면서 논란은 점화됐다.(스레드 1) 위의 게임 스크린샷에 선택할 수 있는 장군 다섯 명은 모두 여성이다. 이를 본 유저들은 스크린샷 속 상황이 여성 장군의 활약상이 크지 않았던 당대의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해당 스레드에는 <토탈 워: 로마 2>에 여성 장군이 등장하는 게 역사적 사실과 부합한지, 위 스크린샷이 실제 게임 속 일반적인 상황을 드러낸 것인지에 관한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에 참가한 유저는 "스크린샷이 사실이라면 고증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다", "내 게임에서도 여성 등장률이 늘어난 것 같다"와 "스크린샷 한 장으로 여성 등장률을 평가할 수 없다", "그저 운이 나빴던 것은 아닌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자세한 반응은 아래와 같다.
[해당 스레드에 달린 유저 반응]
One of Many James-es: (아르테미시아, 클레오파트라, 부디카 등의 예를 들며) 이집트, 켈트족, 게르만의 가부장제 질서에서 여성들이 큰 어려움 없이 권력을 가졌고 그들 중 많은 수가 전투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erick: 여성은 남성처럼 전투에 참여할 수 없었으며 만약 그들이 통치를 한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여성의 역할은 아이를 갖는 것이었고, 클레오파트라같은 여성 지도자가 몇 명 있었다고 하는데, 이런 건 일부에 불과해요.Wayz: 나는 (고대 지중해 세계에) 군대를 이끌었던 모든 장군들의 99.9% 이상이 남성이었다고 장담합니다. 이 시대의 정치가 게임의 배경 시대에 영향을 미치지 말아야 합니다.DaddyKnows: 고대 세계의 대부분은 여성 통치자가 전혀 없었습니다. 일부 문화에 여성 '장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수는 매우 적습니다.
[커뮤니티 매니저 엘라의 공지사항]
제가 보기에 이 스레드는 엉망이기 때문에 잠그겠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반복적으로 스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유저는 밴 조치했습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토탈 워> 시리즈는 역사적 정확(accurate)이 아닌 역사적 모사(authentic)에 기반한 게임입니다. 만일 여성 유닛이 당신을 화나게 했다면 (여성 유닛 등장 비율을 하향한) 모드를 설치하거나 게임을 하지 마십시오.
해당 공지사항은 여성 장군 등장률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고 문제되는 표현을 쓴 이들은 밴할 것이라는 공지만 있었다. 뿐만 아니라 5년 넘게 패키지 게임을 즐긴 유저에게 '그럼 하지 마'라는 투의 말을 내놓은 것은 '비추' 폭탄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에 스팀 커뮤니티 유저들은 "오랜 세월 즐긴 게임에 배신감을 느낀다", "CM(커뮤니티 매니저)을 해고하라"는 평가와 함께 '비추' 폭탄을 날렸다. 그러던 중 8월 24일, 한 유저가 <토탈 워> 시리즈의 고증과 커뮤니티 운영 방식을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스레드 2)
[스레드 2 갈무리 / 8월 24일 작성, 9월 27일 수정]
몇몇 <토탈 워: 로마 2> 유저는 여성 장군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걸 알아채고 있다. (중략) 여성 장군의 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은 분명 역사적 고증에 충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중략) 사실 최근의 분노와 반발은 단순히 여성 장군의 도입 때문만은 아니다.
유저의 문제 제기를 무시하고, 스레드를 닫고, 역사 고증으로 큰 인기를 끈 <토탈 워> 시리즈에 '정확 vs 모사' 논쟁을 야기한 것이 진짜 문제다. (중략) <토탈 워> 제작진의 행보는 전통적인 시리즈 팬층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하 생략)
'스레드 2'가 247개의 공감을 얻고 PC게이머 등 해외 게임 전문지가 해당 사건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성공적으로 서비스하던 게임의 평가가 '압도적으로 부정적'까지 폭락했다. 사건이 커지자 CA는 9월 25일, 트위터에 공식 성명을 게시했다.
— Total War (@totalwar) 2018년 9월 25일
[<토탈 워: 로마 2>를 둘러싼 현재의 논란에 대하여]
<토탈 워: 로마 2>에 여성 유닛 등장 비율을 임의로 조정한 적 없음을 밝힙니다. 단, 선조 업데이트를 통해 '가계도'가 등장하고 세력 간 결혼을 통해 더 많은 여성 가족 구성원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새로운 게임 플레이 옵션이 생겼습니다.
다시 말해 게이머의 남성 캐릭터가 여성 캐릭터를 만나 결혼해 아이를 낳는다면 더 많은 여성이 가족에 포함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성이 전장에 나서는 것은 여성이 장군으로 뽑힐 수 있는 특정세력에만 해당합니다.
(주: 로마, 카르타고 등 핵심 세력 중 다수가 여성이 장군이나 제독이 아닌 정치인으로만 활동할 수 있다)
여성 캐릭터가 게임 전반에 등장하지만, 이를 전장에서 세울 수 있는 세력에서 여성이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할 확률은 10%에서 15%입니다. 그리스, 로마, 카르타고, 일부 동부 지역 세력은 0% 확률로 아예 등장하지 않고 쿠시 왕조만 50% 확률로 예외적입니다. 이러한 비율 설정은 게임 내 각 세력의 문화적 차이를 널리 반영한 것입니다.
이러한 여성 캐릭터 등장 비율은 모드 게이머를 통해 조정될 수 있습니다. 또 우리는 이 비율이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는 버그도 발견한 바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패치하거나 게임에서 제거할 계획이 없음을 밝힙니다.
해당 입장 공개 이후 스팀 커뮤니티 평가는 '압도적으로 부정적'에서 '대체로 부정적'(Mostly Negative, 20%~39%) 선으로 회복됐다.
이는 유저 사이에서 제작진이 공개한 세력별 여성 유닛 등장 확률이 설득력이 있고, 가계도 시스템 추가에 따라 여성 유닛이 전에 비해 더 눈에 띠는 건 당연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유저들 사이에서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비율 조정과 역사 고증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그럼 하지 마' 투의 공지사항을 남긴 뒤 스레드를 닫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당 스레드에는 스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비속어를 사용한 유저도 있었지만, 게임의 방향성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던 <토탈 워> 시리즈 팬도 있었다.
CA의 공식 입장에는 많은 유저의 불만을 샀던 커뮤니티 매니저에 대한 입장은 빠져있다. 일각에서는 차기작 <토탈 워: 삼국> 개발 정보는 계속 내놓으면서 <토탈 워: 로마 2> 이슈에 서너 문단의 공식 입장을 내놓는 데 1달이 넘는 시간이 걸린 건 늑장대응이 아니냐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