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즈가 차세대 콘솔을 겨냥해 미들웨어 ‘언리얼 엔진 4’를 개발하고 있다. PC보다 콘솔을 최우선 타깃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에픽게임즈의 마이크 캅스(Mike Capps) 회장은 최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게임페스트’(Gamefest)에 참석해 “지금 개발 중인 언리얼 엔진 4는 차세대 콘솔의 런칭에 맞춰 나올 것이다. 우리는 대략 2012년에서 2018년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PC와 콘솔을 함께 지원해왔던 언리얼 엔진이 버전 4에선 콘솔 독점으로 나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에픽게임즈가 차세대 콘솔 전쟁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지난 3월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는 “버전 4는 일단 차세대 콘솔 독점으로 나올 것이다. MS의 Xbox360 후속 기종과 소니의 PS3 후속 기종, 그리고 후속 기종의 스펙이 유사하다면 닌텐도까지. PC는 그 다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언리언 엔진은 콘솔 플랫폼에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에픽의 대표작이 된 <기어스 오브 워>를 비롯해 <바이오쇼크> 등이 언리얼 엔진 3를 사용했으며, 세가나 캡콤도 언리얼 엔진 3 계약을 맺는 등 점유율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다.
반면, PC 플랫폼에 집중된 국내 온라인게임 개발사들은 언리얼 엔진 3를 사용해 2009년 이후에 나올 신작을 만들고 있다.
웹젠의 <헉슬리>, 엔씨소프트의 <프로젝트M>, 애니파크의 <A4>,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2>, 소노브이의 <BK 프로젝트> 누리엔의 <엠스타> 블루홀의 <프로젝트 S1>, 티엔터테인먼트의 <프로젝트 L2> 등이 알려진 상태로,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도 언리얼 엔진 3를 이용한 신작 개발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PC용 온라인게임에서 언리얼 엔진 3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시점에서 에픽이 버전 4는 일단 콘솔 독점으로 간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PC 버전도 나오긴 하겠지만 일정 기간 콘솔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음 세대를 겨냥한 국산 게임들의 외산 엔진 의존율은 상당히 높다. 언리얼 엔진 4의 PC쪽 지원이 늦어진다면 그 다음 세대의 게임개발에 있어 적잖게 고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조금 늦게 나와도 지원만 제대로 하면 걱정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장 언리얼 엔진 4가 나와도 PC 요구사양이 상당히 높을 것이고, 그만큼 하드웨어 시장이 따라오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크라이텍이나 밸브 등 경쟁 엔진의 제작사들이 내놓을 차기 버전이 좋다면 대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2009년, 2010년 이후를 주도할 국산 신작들의 언리얼 엔진 3 이용률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앞으로 에픽게임즈의 지원이나 버전 4에 대한 정책이 어떻게 확정되는가에 따라 국내 개발사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