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호평 속에 서비스 중이던 <검은사막>(현지명 Black Desert)이 지난 10월 12일, 개발사와 현지 퍼블리셔간의 서비스 계약 연장 불발로 잠시 문을 닫았다. 게임을 즐기던 러시아 유저들은 데이터 복구 청원까지 요청하며 안타까움을 내비치고 있다. 펄어비스는 자체 서비스 방식으로 <검은사막> 서비스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은사막>은 지난 2015년 싱코페이트(Синкопэйт, Syncopate)가 운영 중인 포털 서비스 '게임넷'(Gamenet)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펄어비스 러시아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펄어비스와 게임넷은 2018년 2월부터 9월까지 <검은사막> 서비스 권한 이전에 대한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협상이 결렬되며, 라이선스를 연장하지 못해 결국 게임넷에서의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되었다. (바로가기)
하지만 펄어비스는 공지사항을 통해 게임넷에서의 <검은사막> 서비스가 종료되었을 뿐, 개발사에서 직접 러시아어 스크립트를 추가하는 등 러시아에서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지사항에 따르면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러시아 수출 당시 600,000개 이상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러시아어 데이터를 게임넷으로부터 제공받았다.
이번에 양사 합의가 결렬되면서 이 데이터의 사용이 불가능하게 됐는데, 지속적인 러시아 서비스를 위해서는 현지화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펄어비스 러시아는 "현지화를 새로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전문 번역가를 구해 새로 번역 작업을 한 뒤, 유저에게 그 경과를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유료 서비스 구매 내역 같은 유저 데이터는 퍼블리셔였던 게임넷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펄어비스가 자체적으로 복원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게임을 서비스하던 게임넷 <검은사막> 페이지에는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내용의 짧은 공지사항만 남아있다.
[게임넷의 게임 서비스 종료 공지]
<검은사막>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검은사막>의 라이선스가 만료되었습니다. 서버는 비활성화되었으며, 게임넷 플랫폼에서는 게임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2018년 10월 13일부터 모든 법적 권리에 대한 추가 지원은 펄어비스로부터 확인되어야 합니다.
3년 동안 함께 해주신 데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게임넷의 다른 게임을 계속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펄어비스 전략기획실의 함영철 실장에 따르면, 펄어비스와 게임넷의 기존 계약에는 <검은사막>의 퍼블리싱 계약 만기 시 게임넷이 가지고 있던 유저 데이터를 펄어비스 쪽으로 이관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함 실장은 "계약대로 DB를 이관받아 유저 변화를 최소화시키길 원했으나 그러지 못해 매우 아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함 실장은 이어서 "자체 서비스를 준비하는 중에라도 이용자의 DB 이관을 타진할 것"이라며 계약에 따라 게임넷으로부터 유저 DB를 받아낼 계획을 밝혔다. 또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유저들이 원하는 최신 콘텐츠, 보다 나은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해 최상의 게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라며 자체 서비스의 각오를 밝혔다.
한편, 구매 내역 같은 유저 DB를 전부 잃게 된 러시아 유저들은 청원 사이트 change.org에 "게임넷은 유저 데이터를 펄어비스에 넘기라"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목표는 5,000명으로 기사 작성 시점까지 총 3,044명이 서명했다. 해당 청원을 올린 알례나(Алёна, Alena)는 "유저 데이터를 날리는 것에 대한 유저의 허락을 하나도 받지 않았다"라며 "검은사막을 계속 즐기고 싶다"는 청원의 취지를 밝혔다. (바로가기)
이런 가운데 트위치 스트리머 마지크(Mazzik)는 <검은사막>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한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는 많은 유저들이 다리 위에 모여 작별인사를 나누다가 갑자기 게임 시점이 맵에서 멀어지며 게임이 종료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검은사막>의 팬인 마지크는 방송 중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