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이하 카스온라인)의 상승세가 무섭다. 이달 초 ‘좀비 모드’(10일)와 ‘피격범위 확장’(3일) 등이 추가된 이후 못 말릴 기세다. <서든어택> 이후 쏟아진 FPS 중 1위로 뛰어올랐다.
상승세는 게임 내 게시판은 물론 PC방 게임순위를 통해서도 한눈에 확인된다. 6월 말 35위였던 게임리포트(gamereport.netimo.net) 순위가 지난 27일 10위로 올라섰다. 불과 한 달 사이 25계단을 껑충껑충 뛰어오른 것. 하루에 한 계단씩 순위가 오른 꼴이다. 그 사이 FPS 장르인 <워록>(22위)과 <아바>(15위)는 차례로 덜미를 잡혔다. 같은 기간 <카스온라인>의 PC방 이용 시간은 10배 가까이 늘었다.
<카스온라인>의 상승세를 보여주는 게임리포트 게임순위.
■ 기대 이하의 초반 성적, 좀비모드로 급반전
<카스온라인>은 지난 1월31일 관심 속에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동안은 고전의 연속이었다. 900만 장 이상 팔린 세계적인 IP를 기반으로 했음에도 국내 FPS 유저들에게 그다지 어필하지 못했다.
초반 유저몰이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 2월 4만 명 이상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드러났 것처럼 원작의 명성은 유저를 끌어들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유명 IP라는 창은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에 손맛이 길들여진, 라이트 FPS 유저들의 취향의 방패를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런 부진을 넥슨은 예상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내심 <카트라이더>에 이은 ‘대박’을 기대했던 넥슨 임원진은 <카스온라인>의 부진에 답답함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화를 설득하고, 기대치를 어필했던 밸브에게도 면목이 서지 않는 결과였을 것이다.
‘이름값’ 못하던 <카스온라인>이 갑자기 ‘괴력’을 발휘하는 것은 Easy Pack(이지팩) 업데이트에 포함된 좀비 모드 때문으로 풀이된다. 좀비모드는 <카스온라인>의 약점을 단번에 커버해 버렸다.
<카스온라인>의 여름 반격: Easy Pack (as strong as Steam Pack of Terran)
좀비모드의 인간 시점(왼쪽)과 좀비 시점(오른쪽). ■ 좀비모드: 원작 <카운터스트라이크>의 가장 인기 있는 ‘MOD’(Modification, 변형) 중 하나. <카스온라인> 홈페이지에서 3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유저들이 가장 기대한 컨텐츠로 꼽힌 바 있다. 지난 달 26일 스크린샷의 사전 공개 이후 게시판에 관련 게시물들이 급증했다. 일종의 술래잡기 방식. 게임이 시작되면 유저 중에서 무작위로 좀비가 정해지는데, 좀비는 인간 유저를 공격해 좀비로 만들기 위해, 인간 유저는 제한시간 동안 살아남거나 좀비를 모두 죽이기 위해 쫓고 쫓기는 사투를 벌이게 된다. 좀비는 엄청난 체력을 바탕으로 하며 한 번만 공격에 성공하면 인간 유저를 같은 좀비로 변이시킨다. ■ 캐주얼서버: 피격범위가 확대된 서버. 당연히 적이 더 잘 맞는다. 상대적으로 초보 유저들이 선호한다. ■ 봇모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봇(bot, 가상 플레이어)의 난이도와 수를 설정할 수 있는 모드. 초보 유저들의 연습용으로 좋다.
■ 늘어난 플레이 시간, 묻어가는 재미
<카스온라인>의 초반 부진은 패키지 기반의 원작이 히트했던 과거와 달리 유사한 형태의 경쟁작이 많아졌고, 상대적으로 어려운 게임 난이도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카운터스트라이크>가 국내에서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국내에 FPS가 별로 없던 시절에, 거의 유일한 강자였던 <레인보우식스>보다 쉽고 새로운 재미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카스온라인>은 FPS의 경쟁이 치열한 시점에 나왔다. 유명해서 한번 해보려고 들어온 유저들에게 <카스온라인>은 특별히 신선하지 않고, 어려운 게임으로 인식됐다. 유저들은 다른 FPS 게임을 할 때처럼 총 몇 번 쏴보고 원래 놀던 곳으로 돌아가버렸다”고 설명했다.
‘킬러’급 업데이트로 확인된 좀비모드는 이 ‘다름’과 ‘쉬움’에 대한 해답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넥슨 홍보실의 이영호 씨는 “기존 온라인 FPS에 없었던 신선한 모드다. 도망가고 쫓아다니는 술래잡기 같은 스릴과 재미가 있다. 게임 방식이 아주 쉽고, 좀비로 변해도 죽지 않고 계속 플레이할 수 있어 지루하지 않다”고 말했다. 좀비모드와 일반모드의 이용자 수는 5:5 수준이다.
<서든어택>으로 늘어난 국내 FPS 유저들은 빠른 시간 안에, 강렬한 손맛과 재미를 경험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카스온라인>에서 킬수를 올리려면 예상보다 까다로운 샷감에 적응해야 하고, 맵과 무기에 익숙한 고수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반면 좀비모드에서는 좀비로 변해도 쉽게 죽지 않아 게임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고, 자신은 잘 못해도 진영(좀비vs인간)이 이기면 묻어서 승리하게 된다. 부담없이, 깔깔대면서 즐길 수 있다. 좀비가 되면 쫓아다니는 추격의 재미를, 인간으로 살아남으면 도망다니면서 원없이 총을 쏴보는 스릴을 맛 볼 수 있다.
■ 동시접속자 3만 명 돌파, 향후 성장세 주목
‘좀비모드’의 추가와 함께 나온 ‘캐주얼서버’도 초반에 포기하고 이탈하는 유저들을 붙잡고 있다. 주효했다.
넥슨 홍보실의 이영호 씨는 “캐주얼서버가 라이트 유저들을 위한 완충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에 초보들이 들어왔다가도 고수들에게 계속 맞고, 재미를 맛보기 전에 죽기만 하니 재미없다고 나간 경우가 많았다. 캐주얼서버가 좀비모드로 유입된 신규 유저들 붙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카스온라인>의 동시접속자는 3만 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좀비 덕분에 이룬 대단한 성과다. 하지만 아직도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과는 격차가 꽤 크다. 게다가 이 두 게임의 이용자 수치는 ‘좀비’에는 전혀 끄덕 없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든어택>은 창고맵 업데이트 이후 인기가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카스온라인>의 ‘좀비’도 그 하늘에 닿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