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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에픽세븐 한정 캐릭터 ‘루나’를 둘러싼 논란, 무엇이 문제일까?

한정 캐릭터 출시부터 선정성, 해명 논란까지… 유저 반발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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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일(깨쓰통) 2018-11-09 19:56:17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RPG <에픽세븐>이 신규 출시한 한정 캐릭터 ‘루나’ 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다. 

 

<에픽세븐>은 루나 출시 이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상업적으로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동시에 주요 커뮤니티는 1주일 넘게 정상적인 주제의 이야기가 힘들 정도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게임사를 향한 유저들의 반발은 물론이고, 유저들 사이에 논쟁도 심화되었다. 기어이 일부 유저는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민원 제기를 했으며, 일각에서는 ‘불매’나 ‘무과금 운동’까지 거론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하다. 대체 <에픽세븐>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에픽세븐>은 한정 캐릭터인 '루나'의 출시 이후 한 때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관련기사] 한정 캐릭터의 힘? 에픽세븐,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2위로 뛰어올라

  


 

 # 발단 - 한정 캐릭터 ‘루나’ 출시

 

지난 10월 30일, <에픽세븐>은 매주 진행하는 정기 업데이트에서 신규 캐릭터인 ‘루나’를 출시했다. 용족 여성 전사라는 콘셉트를 가진 루나는 공개 직후부터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일러스트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동시에 2주간의 ‘기간 한정’ 소환 캐릭터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루나는 오는 11월 15일까지 뽑지 못하면, 차후 복각 이벤트라도 하지 않는한 다시 얻을 수 없는 '기간 한정 캐릭터'다.

 

물론 <에픽세븐>을 포함해 대부분의 수집형 RPG에서 신규 한정 캐릭터가 출시되면, 이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다. 어찌 보면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루나는 <에픽세븐> ‘최초의 한정 캐릭터’다. 동시에 <에픽세븐>은 특정 캐릭터를 뽑는 데 필요한 최대 과금한도가 없는 게임이다. 이런 점이 겹치면서 루나는 출시와 함께 유달리 논란이 심하게 벌어졌다. 캐릭터를 뽑은 유저와 그렇지 못한 유저간의 논쟁은 기본이고, 아무래도 처음이기 때문에 ‘<에픽세븐>에 한정 캐릭터를 출시하는 게 옳으냐’를 두고 게임사를 원망하고 비판하는 목소리 또한 그 어느 신캐릭터가 출시될 때보다 높았다.  

 
일례로 <붕괴 3rd> 같은 게임은 일정 금액 이상을 뽑기에 사용하면, 원하는 캐릭터를 반드시 얻을 수 있다는 식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에픽세븐>에는 그런 장치가 없는데다 루나는 '한정' 캐릭터다. 그렇기에 캐릭터 출시 첫 날 부터 각 커뮤니티는 수십 만원부터 백 만 원 넘게 결제한 유저들까지 등장하며 말 그대로 '혼돈'이 펼쳐졌다.

 

# 전개 - 일부 유저들의 게임물등급위원회 민원 접수

 

사실 여기까지는 좋게보자면 그냥 수집형 RPG에 의례 있는 ‘한정 캐릭터가 처음 출시되면 발생하는 성장통’ 내지는 ‘커뮤니티 내의 논란’ 정도로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엉뚱한 곳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에픽세븐>은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12세 이용가’ 게임이다. 그런데 루나를 뽑지 못한 유저들 중 일부가, 루나의 일러스트가 도저히 12세 이용가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선정성을 가지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불만을 품은 유저 중에는 실제로 게임물등급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민원을 넣었다며, 이를 인증하는 사례까지 나오기에 이른다. 

 

문제가 된 루나의 일러스트. 오른쪽 다리 하반신이 훤히 드러나 엉덩이 라인이 그대로 노출된다.

   


불만을 품은 유저들른 게임물등급위원회, 여성가족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민원 및 신고를 했다는 인증을 잇달아 올렸다.

 

현재 국내법상 12세 이용가 모바일 게임은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지 않고 서비스를 진행해도 된다. 하지만 민원 제기로 인해 <에픽세븐>의 등급이 차후 18세 이용가로 변경된다면, 당장 학생부터 시작해 수많은 유저들이 게임 이용에 불편을 겪게 된다. 혹은 루나에 그치지 않고 게임 내 모든 여성 캐릭터들의 일러스트와 연출에 손질이 가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주요 커뮤니티에서는 민원 제기가 옳으냐, 그렇지 않느냐를 두고 또 논란이 벌어졌다. 특히 이 이슈는 커뮤니티에 참가하지 않고, 평온하게(?)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조차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더 화제성이 커졌다. 


극단적으로 ‘원하는 캐릭터를 뽑지 못한 일부가 꼬장을 부려 대부분의 유저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식의 비판까지 나오면서 ‘유저와 유저’간의 갈등 또한 심화된다.

# 절정 - 예고 없는 일러스트 변경. 그리고 또 다른 논란을 낳은 해명

 

그리고 이번 사태는 8일, <에픽세븐> 11월 첫 주 정기 업데이트를 통해 운영사가 루나의 일러스트를 출시 일주일만에 사전 예고 없이 변경하면서 절정으로 치닿는다.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는 8일 새벽 4시부터 시작한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가 된 루나의 일러스트 하반신(오른쪽 엉덩이)에 갑주를 덧대고, 팔의 위치를 살짝 바꾸는 수정을 가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공지가 진행 된 것은 업데이트 개시 고작 7시간 전인 7일 저녁 9시경이었다. 

게다가 운영사측은 공지사항에서 건조하게 ‘일러스트가 변경되었습니다’ 라는 짤막한 언급만 했을 뿐. 왜 일러스트를 변경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어떠한 설명 없이 그대로 패치를 강행했다. 캐릭터를 뽑은 유저들이 극심하게 반발하고 관련 커뮤니티가 말 그대로 ‘불타오른’ 것은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변경된 루나의 일러스트. 오른쪽 하반신에 갑주를 덧대서 훤히 드러나던 엉덩이 라인을 가렸다.
일러스트 변경에 대한 개발사의 최초 공지. 저 한문장이 일러스트 변경에 대한 설명의 전부다.

유저들사이에서 논란이 격화되자 결국 운영사는 8일 오후 17시경, 공식카페 공지사항을 통해 일러스트 변경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운영사의 해명에 따르면, 당초 루나의 일러스트는 수정 후 일러스트. 즉 오른쪽 엉덩이에 갑주를 덧 댄 일러스트가 본래 기획에 맞는 이미지다.(이는 인게임 캐릭터 이미지로 확인 가능) 오히려 수정 전 일러스트는 게임 내 표현 등 여러 문제로 인해 갑주가 없는 왼쪽 엉덩이를 나타내기 위해 좌/우를 반전 시킨 이미지다. 즉 사실상 수정 후 일러스트가 원래 기획에 맞는 제대로된 이미지라는 것. 

그리고 유저들의 민원이 게임물등급위원회에 접수된 이상, 실제로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수정 요청이 들어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일러스트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의 해명문 전문 보기]

루나의 인게임 이미지(맨 왼쪽). 실제로 오른쪽 엉덩이에 갑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운영사는 이 설정에 따라 일러스트를 원래 상태로 되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또 다른 논란에 불을 지피고 말았다. 스마일게이트의 해명을 100% 이해한다고 쳐도 ‘왜 최초에 상반신은 놔두고 하반신만 좌/우 반전시켰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사 측에 비판적인 유저들은 “결국은 좌/우반전이 아니라 과금을 유도하려고 무리하게 설정까지 거스르며 갑주를 지운 것이다.(=과금 유도를 위해 오른쪽 엉덩이를 노출한 것이다) 그럼에도 운영사는 끝까지 이에 대해서는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일부 유저들은 이런 주장을 제기하며 언론사에 기사 제보를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실력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은 디스이즈게임에 온 제보메일


이에 대해 <에픽세븐>의 한 관계자는 디스이즈게임과의 통화에서 "유저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은 후에 내부에서 노출도 관련해서 다시 체크해본 결과 루나의 최초 일러스트가 지금 게임의 연령대와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불가피하게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고 해명했다.


한편 일러스트의 변경 관련해서, 게임사가 이런 식으로 등급에 맞지 않는 일러스트를 출시한 다음, 논란이 일어나면 뒤늦게 수정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등급에 맞지 않는 일러스트를 출시하는 것 자체가 게임사 내부에서 이에 대한 규정 준수 및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게임사들에 의해 이런 사례가 계속 누적된다면 모바일 게임 업계의 '자율규제' 기조 자체에도 추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