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와 정부, 유저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사단법인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11월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출범식을 개최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이하 정책자율기구)는 게임 업계가 각종 게임 관련 이슈를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독립 기구다. 기존에 한국게임산업협회 주도 자율 규제의 특이성 때문에 부족했던 각 요소를 자율기구를 통해 보완하고, 민간과 정부 사이의 가교가 되는 것이 목적. 실제로 행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 게임물관리위원회 이재홍 위원장 등의 인사 모두 정책자율기구가 업계와 유저 양쪽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기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초대의장으로 추대된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황성기 교수 또한 취임사에서 “게임 유저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는 정책자율기구가 되겠다. 또한 기구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 전문성을 확보하거, 게임 규제에 관련된 이슈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겠다”라고 밝혔다.
# 첫 번째 과제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의장을 포함한 이사회는 외부 전문가 4인과 업계 관계자 4인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가천대학교 게임대학원 서태건 교수,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 법무법인 온새미로 이병찬 변호사 등이 외부 전문가로 선임됐다. 대부분 게임 관련 정부 기구에서 종사했거나, 평소 게임 관련 이슈에서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이다.
업계에선 한국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협회장, 넥슨코리아 김정욱 부사장, 넷마블 서장원 부사장, 엔씨소프트 정진수 부사장이 이사로 참여했다. 감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강태욱 변호사가 담당한다.
정책자율기구의 첫 번째 활동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에 대한 것이 될 예정이다. 먼저 기존 게임이용자보호센터의 자율규제 모니터링 관련 업무를 인계받아, 앞으로 모니터링과 결과 발표 등의 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구는 지난 11월 12일 자율규제평가위원회를 개최해 자율규제 모니터링 현황을 체크, 미준수 결과 발표, 자율규제 고도화 등에 대한 정책을 논의했다.
여기에 추가로, 향후에는 청소년 유저 보호 등 게임 관련 정책을 다룰 다양한 분과 위원회를 추가할 예정이다.
# Q: 기구 독립성, 자율 규제 실효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다음은 현장에서 진행된 일문일답이다.
근래 청소년 모바일 결제 규제 관련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
황성기: 현재 우리의 첫 번째 과제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지만, 우리 강령에 청소년 보호 정책 관련해 위원회를 설립해 대처하겠다는 것이 포함돼 있다. 청소년 결제에 대한 환불, 청소년 결제 제한 등이 여기 들어갈 것이고.
다만 아직 관련 위원회가 설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조금 더 세부 정책 등을 세우고 자율규제 시스템을 집행할 수 있으면 얘기하도록 하겠다. 결제 한도 같은 것은 문화부나 게관위 등과도 협의가 필요해 시일이 좀 걸릴 것 같다.
기구 성격 상 독립성이 중요하다. 독립성은 결국 돈에서 나오는데, 재원 구조가 어떻게 되나?
결국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는 물음 같다. 우리 롤모델은 2009년 설립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다. 나도 여기 1기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며 이 모델을 체험한 바 있다. KISO는 이사회가 산업계 대표로만 이뤄졌음에도, 산하기구인 정책위원회가 굉장히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업계 재원에 의존한다고 해서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 같다.
실제로 이런 기구 대부분이 규제 당사자인 업계가 재원을 부담한다. 미국영화등급분류위원회가 그 예다. 어떤 점을 우려하는지는 알고 있고 또 공감한다. 이 부분은 이사회, 평가위원회 구성원들이 모두 명심해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하겠다. 내 이름을 걸겠다.
자율규제를 설계한 뒤, 이것을 어떻게 적용시킬 예정인가? 자율규제인 이상 실효성 이슈가 생길 수 밖에 없는데.
맞다. 실효성은 자율규제의 대표적인 단점이다. 정부 규제가 실효성은 높은 반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힘들다면, 자율규제는 ICT 산업 같이 트렌드가 빨리 변하는 산업에 유리한 반면 실효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자율규제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2가지 이득이 필요하다. 하나는 정부 딴의 제도적 이득, 다른 하나는 소비자(유저) 사이에서의 평판이다.
지난 7월부터 게임물이용자보호센터에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관련 사업을 모니터링한 결과, 나름 실효성을 확보할 방안을 모색했다. 미준수 게임물 공표 같은 장치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의 경우, 미준수 게임물을 공표하니 유저들 사이에서 유의미한 반응이 있었고 그게 준수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평판이 무기가 되려면 이걸 유저들한테 잘 알려야한다. 결국 마케팅을 잘 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게 가능할까?
당연히 홍보가 중요하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의 경우 작년 나름 언론 홍보를 시도했고, 이번에도 미준수 게임을 공표하며 의미 있는 반응을 얻었다. 자율기구가 막 설립된 만큼 아직 홍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향후 위원회 등을 통해 추진하도록 하겠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청소년 보호 말고 추가적인 안건이 있다면?
게임 광고 관련해 여러 이슈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자율 규제와 접목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 이건 기구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라, 나 개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