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낼 때마다 높은 게임성과 퀄리티로 호평 받는 CD프로젝트레드. 과연 이들은 어떻게 매번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걸까?
CD프로젝트레드의 두 개발자가 지스타에서 자신들의 개발철학과 경험담을 공유했다. CD프로젝트레드의 미할 도브라윌스키 게임 플레이 리드 디자이너, 파벨 부르자 커뮤니티 매니저는 16일, 지스타 2018 컨퍼런스에 참석해 회사의 개발 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CD프로젝트레드가 고퀄리티 게임 만드는 비결을 간단히 풀이/정리하면 3개로 압축된다. ▲ 퀄리티 제일주의 ▲ 장인·예술가를 모을 수 있는 채용 시스템 ▲ 이렇게 모인 이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조직 문화.
두 개발자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타협 없는 '퀄리티 제일주의'다. 개발자들은 강연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며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과 유저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사고다. 항상 '최고'의 퀄리티를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타협하면 말아라. 지금보다 더 좋은 길이 보인다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그 길을 갈 필요가 있다"며 항상 최고의 퀄리티를 추구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개발자 자신이 유저가 돼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며,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게임을 추구할 것을 주문했다.
오른쪽부터 CD프로젝트레드 파벨 부르자 커뮤니티 매니저, 미할 도브라윌스키 게임 플레이 리드 디자이너, (대담을 진행한) 텐버즈 유민우 대표
# 퀄리티 제일주의를 시도할 수 있었던 기반, 채용 시스템과 조직 문화
물론 이들이 말한 이야기는 좋게 말하면 이상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현실적이기 힘든 이야기이기도 하다. 많은 개발사들이 일정이나 예산, 개발력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정석을 알아도 추구하지 못하니까.
그렇다면 CD프로젝트레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개발자들의 강연을 풀이하면, 이런 정석을 추구할 수 있었던 기반에는 CD프로젝트레드의 채용 시스템과 조직 문화가 있다.
CD프로젝트레드의 채용 시스템은 장인과 예술가를 모으는데 특화돼 있다. 먼저 CD프로젝트레드는 경력직 채용의 비중이 다른 회사보다 큰 편이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 온 CD프로젝트레드 관계자 3명(개발자 2명, 그리고 강연을 하진 않은 한국담당매니저 1명) 중 2명이 헤드헌팅을 통해 회사에 들어왔다. 두 사람 모두 다른 회사, 분야에서 일하다가 CD프로젝트레드에게 실력을 인정 받아 회사에 입사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CD프로젝트레드는 신입 채용 시 실력 못지 않게 '게임에 대한 열정'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실제로 재수(?) 끝에 입사한 '파벨'이 처음 탈락했던 이유는 '열정적인 게이머임을 어필하지 않아서'였다. 이는 파벨이 회사에 들어와 당시 인사 담당자와 대화하며 직접 들은 이야기다. 당시 인사 담당자는 "다른 모든 부분에선 다 좋았지만, 게이머로서의 열정이 검증되지 않아 탈락시켰다. 우리는 게임에 대한 열정 없는 사람과는 일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역량이 검증된 사람, 열정이 있어 역량이 오를 수 있는 사람을 모으는 것.
CD프로젝트레드는 여기에 더해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통해 이렇게 모은 개발자들의 열정과 역량을 극대화한다. 기본적으로 CD프로젝트레드는 디렉터 하나의 일사불란한 지휘 아래 게임을 만들기 보단, 비전이라는 뼈대를 세운 뒤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게임을 만든다.
만약 이 과정에서 개발자들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으면 수 차례의 논의를 통해 최대한 의견을 통일시키려 한다. 물론 그래도 통일이 안 된다면 다수결을 통해 안건을 결정하지만, 개발진의 말을 빌리면 거기까지 간 사례는 거의 없다. 개발자들이 평소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의견 통일도 빨리 이뤄진다는 것.
실제로 지스타에 참석한 CD프로젝트레드 개발진은 엽기적인 아이디어도 부담 없이 말할 수 있는 자유로운 토론 문화, 그리고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발전시켜 '실제로' 결과물이 나오는 브레인스토밍 토론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개발자들의 주도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
정리하면, CD프로젝트레드의 '퀄리티 제일주의'는 역량·열정 중심의 인재 채용 문화, 이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조직 문화 덕에 가능하다고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미할 리드 디자이너는 퀄리티를 추구하다가 일정 등이 모자라면 어쩌냐는 질문에 "어렵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팀의) 결속력이 강하면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며 구성원의 역량과 조직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