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게임업계에 있어 1년 중 가장 큰 축제라고 할 수 있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2018년 행사가 4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지난 1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지스타는 4일 동안 모두 23만 5천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방문하며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또한 메인 스폰서를 맡은 에픽게임즈를 시작으로 넥슨,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펍지(PUBG), XD글로벌 등 국내외 다양한 게임사들이 참가해 신작과 볼거리를 제공해 호평 받았다. BJ, 스트리머 같은 ‘인플루언서’들의 비중이 예년에 비해 확연히 늘어났다는 점에서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올해 지스타는 대형 게임사와 그렇지 않은 게임사 간의 소위 ‘양극화’ 같은 고질적인 문제도 그대로 노출했다. 또한 ‘흥한’ 관람객 숫자와 대비될 정도로 해외 바이어들의 방문은 부진했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 게임업계의 문제를 그대로 투영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디스이즈게임은 지스타 2018을 결산하는 의미에서 지스타 2018을 관통한 몇 가지 ‘키워드’를 정리해봤다.
# 총 관람객수 235,082명
지스타 2018은 행사가 열린 4일 동안 총 관람객 수 23만 5,082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스타의 관람객 집계 방식이 바뀐 지난 2012년 이래로 ‘역대 최고’ 기록이다. 지난 해 22만 5,683명과 비교하면 약 4.1% 늘어난 수치이며, 2012년(19만 535명)과 비교하면 6년 만에 약 23.3%, 4만명 이상이 늘어났다. 최소한 총 관람객수만 보자면 지스타 2018은 충분히 ‘세계적인 게임쇼’라고 당당히 말해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 BTB 2,169명
하지만 일반 게임 전시와 다르게 비즈니스를 위한 BTB관(11월 15일~17일까지 3일간 운영)은 총 유료 바이어 방문자 수 2,169명을 기록하며 대체적으로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 방문자수’ 자체는 지난 해보다 8.1% 늘어났지만(2017년에는 2,006명 기록), 이는 전체 바이어의 82% 이상인 1,779명이 첫 날에 몰렸기에 가능했던 수치다. 실제로 행사 둘째 날과 셋째 날에 BTB관을 찾은 유료 바이어의 숫자는 지난 해 대비 약 30% 이상 떨어진 266명과, 124명을 기록했다. 그 여파로 인해 BTB관은 행사 둘째 날 이후에 눈에 띄게 한산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올해는 중화권 바이어의 방문이 부진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스타 BTB관에 참여한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올해는 유달리 중국 쪽 바이어가 눈에 띄지 않았다. 몇몇 중국 대형 게임사는 지난 해의 절반 이하, 혹은 아예 바이어를 안 보낸 곳도 있다. 아무래도 최근 중국 게임 업계가 판호 발급 지연이나, 온라인 게임 총량 규제 등의 여파로 침체된 것에 지스타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한국게임업계 전체가 다 그렇다고도 볼 수 있지만, 지스타 또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때문에 앞으로 해외 변수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시장으로 활로를 넓히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BTB관의 운영에 대해, 지스타 조직 위원회의 소극적인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BTB관을 여는 다른 게임쇼의 경우, 회사와 회사를 연결해주는 ‘비즈 매칭’에 대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하지만 지스타의 경우 이에 대해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대부분의 바이어들이 BTB관을 도는 것보다는 그저 약속한 미팅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중소 게임사의 참여 부진과 양극화
지스타 2018은 넥슨,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펍지, 블루홀, 에픽게임즈 등 국내외 다양한 게임사가 참여해서 많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하지만 대한민국 게임업계의 허리를 지탱하는, 소위 ‘중소 게임사’ 내지는 ‘중견 게임사’ 들의 참여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대형 게임사를 제외하면 지스타 2018에서 단독 부스를 차리고, 신작을 선보인 국내 게임사는 <커츠펠>을 선보인 KOG와 웹툰 기반 모바일 게임 <히어로칸타레>를 선보인 엔젤게임즈까지, 단 둘 뿐이었다.
물론 중소 게임사의 부진은, 각 회사마다 여러 사정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문제라고 콕 찝어서 말하기는 힘들다.
많은 자본이 들어간 소위 '대작' 만이 성공하고, 중소 게임사들의 작품은 대체적으로 부진하다는 현 모바일 게임 시장의 상황이 그대로 지스타에 투영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하필이면 겨울 성수기를 바로 앞둔 11월 중순에 지스타가 열린다는 점이 중소 게임사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스타에 나올 정도의 여력이 되는 중소 게임사 자체가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 또한, 참여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스타라는 게임쇼 입장에서 봤을 때, 중소 게임사의 참여 부진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이 이어진다면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스타는 '소수 대형 게임사들만의' 잔치가 될 염려가 있다. 향후 업계 차원에서의 고민과 대처가 필요해보인다.
# 완전히 주류를 차지한 모바일 게임
지스타 2018은 콘솔 게임과 PC 패키지 게임이 사실상 '전멸' 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비중이 없었다. 소니(SIEK)를 시작으로 반다이남코 등. 콘솔 게임사들은 올해 모두 지스타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대신해서 행사장에서 주류를 이룬 것은 '모바일 게임' 이었다. 일례로 넷마블이 이번 지스타에서 선보인 4종의 신작은 모두 모바일 게임이었다. 넥슨 또한 <드래곤 하운즈>를 제외하면 10종에 달하는 체험 가능 신작이 모두 모바일 게임이었다.
사실 지스타 2018은 행사 개막 전만 해도 흥행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염려가 많았다. 아무래도 게임쇼에서 관람객들이 즐기기에 적합한 플랫폼은 모바일 보다는 콘솔 게임인데, 그 콘솔 게임의 참여가 전무한 것은 분명한 악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지스타 2018이 개막하자 나온 결과는 '23만 5천명'에 달하는 관람객수가 증명하듯, 콘솔 게임과 다수의 PC 게임이 없었음에도 '역대급 흥행' 이었다.
이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로 게임을 시작하고, 모바일 게임에 익숙해진 유저들의 비중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모바일 게임을 주로 즐기는 유저 층이 콘솔 게임이나 PC 패키지 게임을 즐기는 유저층보다도 압도적으로 시장에서 게임과 게임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지스타 2018은 '전시회' 로서 모바일 게임이라는 트랜드에 완전히 적응했으며, 관람객은 그런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유저'로서 참여해 콘텐츠를 소비, 행사와 관람객이 서로 서로 시너지를 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콘솔 게임의 불참을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세계 시장을 보면 콘솔 게임이나 PC 패키지 게임이 강세이기 때문이다. 지스타가 앞으로도 '국제 게임쇼'로 자리를 잡고,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다양한 플랫폼의 작품과 게임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인플루언서 게임쇼
지스타 2018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경향 중 하나는 바로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인플루언서’. 그러니까 BJ나 스트리머 같은 SNS의 유명인들이었다.
올해 지스타는 BJ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아프리카TV가 부스를 차려서 참여했으며, 각 게임사 부스마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하는 이벤트가 끊이질 않았다. 일례로 카카오게임즈는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BJ 64명이 참가하는 ‘BJ 멸망전’을 평일 이틀 동안 부스의 메인 이벤트로 개최했으며, 에픽게임즈 또한 유명 스트리머들이 참여하는 방송과 현장 이벤트를 행사 기간 내내 열었다.
특정 유명 인플루언서 한, 두 명에게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 여겨 볼만하다. 실제 올해 지스타는 2018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게임콘텐츠 크리에이터상’을 받은 BJ킴성태나 풍월량, 대도서관 같은 유명 인플루언서는 물론이고, 규모가 작은 개인 단위의 인플루언서들도 셀카봉 등을 활용하며 적극적으로 현장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연 이러한 인플루언서들의 활약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그리고 지스타 만의 고유 문화 중에 하나로 자리 잡을지 그 미래가 주목된다.
# 넥슨 VS 넷마블. 불꽃튀는 신작 경쟁
지스타 2018에서 신작을 선보인 게임사 중에는 단연 넥슨과 넷마블이 눈에 띄었다. 특히 올해 두 회사가 선보인 신작들은 완전 오리지널 IP의 신작도 있었지만, 과거에 팬이 많았던 유명 IP의 신작들이 많아서 관람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넥슨은 <크레이지 아케이드 M>, <마비노기 모바일>, <바람의 나라 연> 같이, 기존에 온라인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품들의 모바일 버전을 선보여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또한 모바일 게임 중 최상위급 비주얼을 선보인 <트라하>, PC 게임인 <드래곤 하운즈> 같은 완전 오리지널 IP의 신작들까지 모두 11종에 달하는 신작의 체험 버전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넷마블은 개수는 많지 않지만 모두 유명한 IP를 원작으로 둔 작품들을 선보였다. 인기 모바일 RPG <세븐나이츠>의 후속작인 <세븐나이츠 2>, NC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을 원작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SNK 원작의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즈>, 그리고 <A3>의 계승작인 <A3: 스틸얼라이브>까지 4가지 작품의 체험대를 설치해 행사 기간 내내 관람객이 끊이질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 뜨거워진 코스프레 열기
불과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지스타는 논란이 일었던 몇몇 사건으로 인해 ‘코스프레’에 대한 열기가 유달리 적은 게임쇼로 손꼽혔다. 하지만 지스타 2018은 각 게임사에서 준비한 공식 코스프레 모델은 물론이고, 일반인 단위에서의 코스프레 열기 또한 뜨거워진 것이 체감될 정도였다.
거의 모든 부스에서 각 게임사의 주요 캐릭터들로 분장한 코스프레 모델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일반인들 또한 유명 게임의 캐릭터로 분장한 상태에서 행사장을 누비는 모습을 손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지스타 조직위원회 또한 행사 기간 동안 벡스코 야외광장에서 ‘지스타 코스프레 어워즈’를 개최해 이런 열기에 한 몫을 담당했다. 지스타에서 조직위원회 차원으로 이와 같은 코스프레 이벤트가 개최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 흥한 게임쇼? 성공한 게임쇼?
전체적으로 지스타 2018은 ‘흥한 게임쇼’ 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역대 최고 숫자의 관람객 수는 말할 필요도 없을 듯하고, 넥슨과 넷마블에서 선보인 신작들은 행사 기간 내내 화제가 되었다. 게임은 아니지만 수많은 인플루언서들 또한 화제를 몰고 다니며 주목 받았고, 코스프레 열기에서 보듯 일반인들의 행사 참여 또한 높았다.
하지만 ‘흥한 게임쇼’와 별개로 ‘성공한 행사’ 라고 평가하기에는 위에서 언급한 몇몇 문제점들을 제외하고라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특히 관람객들의 동선이 일원화되지 않아 행사장 내부가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는 점이나, 가족 단위 관람객과 장애인 관람객들을 위한 배려나 장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은 개선의 필요가 있어보인다.
오거돈 부산 시장은 지스타 2018이 개막한 첫 날(15일), 기자 간담회에서 “지스타를 부산에서 영구 개최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말로 지스타를 앞으로 부산에서 영구히 개최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성공한 행사’ 로서의 퀄리티와 내실을 챙기는 것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