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셀은 보기 드문 유형의 게임사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메이저 모바일 게임사는 명확한 계획 아래, 많은 수의 개발자들로 빠르게 게임을 만들어 트렌드를 선점하거나 이용하는 식으로 흥행작을 만든다.
하지만 슈퍼셀은 상대적으로 적은 개발팀, 개발자들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 긴 개발/테스트 기간 등 다른 메이저 모바일 게임사와는 반대 행보를 보이면서도 <클래시 오브 클랜>, <클래시 로얄> 등 많은 작품을 흥행시켰다. 더군다나 이들이 만드는 작품이 호불호가 명확한 PVP 장르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
슈퍼셀의 이런 성과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현재 슈퍼셀을 이끌고 있는 일카 파나넨 대표를 일본 도쿄에서 만났다. 일카 대표가 말하는 슈퍼셀의 비전과 목표를 정리했다. /도쿄(일본)=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슈퍼셀 일카 파나넨 대표
# 모바일, 모바일게임 유저 위한 e스포츠 만들 것
디스이즈게임: 올해 처음 프로팀 중심으로 <클래시 로얄> e스포츠 리그를 실시했다. 소감이 어떤가?
일카 파나넨: 굉장히 흥분된다. 우리가 게임을 개발, 운영하며 유저들과 직접 마주할 기회가 거의 없다. 보통 사무실에서 게임 만들고, 수치나 이메일로 피드백을 받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현장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경기를 즐기러 온 유저들을 보는 것은 정말 가슴 벅찬 경험이다.
게임이 유저들에게, 선수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클래시 로얄>을 통해 본격적으로 e스포츠에 도전했다. 앞으로 어떤 것에 집중하고 싶은가?
우리가 다른 e스포츠 종목사와 다른 것은, 우리는 모바일게임사라는 점이다. 우리 유저들은 모바일로 게임을 하고, 경기를 본다. 우리 시청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기기가 모바일이다.
그래서 우리도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에서 어떻게 해야 e스포츠를 얼마나 잘,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e스포츠를 어느 선까지 키우고 싶나?
슈퍼셀의 꿈은 사람들이 수십 년을 즐길 수 있고,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e스포츠 또한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요소다. 특히 우리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경쟁을 좋아하고, 이런 e스포츠를 많이 즐긴다. 실제로 이번 리그 초기 약 2만 5천여 명이 등용문격인 도전 콘텐츠에 참여하기도 했고. e스포츠도 이런 이유 때문에 시작하게 됐다.
우리는 e스포츠를 수익사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e스포츠는 유저들이 우리 게임을 더 좋아하게 하는 또 다른 요소일 뿐이다. e스포츠의 목표점도, 이를 통해 유저들이 우리 게임을 더 즐겁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세계 대회에서 첫 경기부터 네트워크 문제가 발생했다. 혹시 경기를 보고 내년에 개선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 있는가?
일단 아직 행사가 많이 남아 있어, 지금 시점에서 내년 개선점을 말하는 것은 조금 이른 것 같다. (작성자 주: 일카 대표 인터뷰는 대회 중간에 진행됐다)
다만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슈퍼셀의 기조 중 하나가 이런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웠고 어떤 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가 고민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 또한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개선점을 논의하고 공유할 예정이다.
# “우리의 힘은 개발자들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 그리고 서비스 마인드에서 나온다”
<클래시 로얄>을 비롯해 게임 대부분이 장수 게임이다. 그리고 대부분 긴 개발, 긴 테스트 시간을 자랑하고. 모바일에선 보기 드문 방식인데, 이렇게 위험 큰 방식으로 계속 흥행작을 내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우리의 가장 큰 원동력은 '개발자'다. 우리는 운 좋게 훌륭한 개발자들과 함께 게임을 만들고 있다. 핀란드뿐만 아니라, 전세계 32개국에서 온 열정적인 개발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 회사 문화도 이런 개발자들이 자율적으로 의사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얘기해 준 장인 정신, 흥행 모두 개발자들의 공이다. 오히려 나는 여기에 대해 뭘 말하기 민망한 입장이다. 우리 구성원 모두 정말 열정적이다.
또 우리는 게임을 낸다는 것에 대해, 하나의 완성품을 내놓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반대로 출시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은 서비스니까. 그래서 개발팀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서, 열정적으로 게임을 만든다. 이런 개발자들이 장수의 원동력이라 믿는다.
지금까지 슈퍼셀이 만든 게임 대부분이 PVP 성향 강한 전략 장르다. 혹시 다른 장르에 도전할 계획은 없는가?
어떤 게임을 만드느냐는 각 개발팀에서 자율적, 독립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내가 무어라 확답할 순 없다.
내가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사내에서 전략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구상하고 개발 중이라는 것 뿐이다. 빠른 시일 안에 베타 테스트 등으로 공개할 수 있길 바란다.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조만간 신작 <브롤스타즈>가 정식 오픈한다. 이건 전략 게임보단 슈팅 게임의 성격이 더 강한 작품이다. 개발팀에서 굉장히 공들여 만든 작품이니 재미있게 즐겨줬으면 좋겠다.
한국은 대형 게임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지 오래다. 슈퍼셀 같이 소규모 개발팀으로 좋은 성적을 오래 거두는 사례가 극히 드문데, (중소 개발사기엔 흥행작이 좀 많긴 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회사로서 한국의 중소 개발사에게 조언을 하자면?
한국 게임계는 역사가 긴 곳이기 때문에 우리가 조언하는 것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질문에 있는 것처럼 환경이 100% 같은 것도 아니고.
다만 개인적인 생각을 하나 말하자면, 한국은 내수 시장이 커서 그런지 한국만을 타깃으로 한 게임을 만드는 경우가 많더라. 만약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게임을 만들면 조금 더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핀란드 같이 게임 시장이 작은 나라는 이렇게 게임을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도 원해서 글로벌을 노린 것은 아니지만, 그 덕에 지금 위치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해 한국 개발사에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혹시 진척상황이 어떻게 되나?
우리는 한국 게임 시장에 대해 굉장히 높이 보고 있다. 한국은 PC 온라인 시절부터 좋은 게임을 많이 만들었고, 또 프리 투 플레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개척한 국가이기도 하다. 우리도 한국 게임계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투자할 회사를 찾는 것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다만, 우리가 찾는 회사는 소규모 팀이지만 열정적이고, 또한 전세계를 목표로 게임을 만드는 곳이다. 만약 우리가 그런 곳을 만날 수 있다면 언제든 투자할 용의가 있다.
슈퍼셀은 글로벌 원빌드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만약 확률형 아이템 관련해, 일부 국가에서 (법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규제를 한다면 이에 대해 어떻게 할 것 같은가?
나는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개발자들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만큼 유저들의 권익 보호에도 다들 앞장서려 할 것이라고 믿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한국의 자율규제를 존중한다. 유저들이 오래 즐기고, 영원히 추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려면 이런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한국 유저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가장 먼저 전하고 싶다. 한국 유저들은 우리 게임을 가장 열정적으로 사랑해준다.
물론 이건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게임에 그렇게 할 것이다. 이런 한국 유저들의 열정 덕에 게임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스포츠(e스포츠)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유저들이 우리 게임을 즐겨준다는 것이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 앞으로 더 재미있는 게임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