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게임 개발자 협회(International Game Developers Association, 이하 IGDA) 회장(executive director) 젠 맥린(Jen MacLean)이 29일, 랜덤박스(Loot Boxes,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셀프 규제안'을 발표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번 주 초(11/28), 미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ion, 이하 FTC)가 게임 내 랜덤박스의 수익률과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조사를 하기로 했다. 벨기에의 랜덤박스 관련 수사, 네덜란드의 랜덤박스 규제에 이은 이번 발표는 '게임 개발 산업이 어떻게 랜덤박스를 다루어야 하는가'에 관한 확실한 경고로 다가온다. 특히 어린이가 하는 게임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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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박스의 드랍률은 잘 짜여진 게임 역학이며 다양한 보상을 통해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참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알려지지 않은 아이템(랜덤박스)를 실제 화폐로 구매한다면 이는 도박 관련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도박 관련 규제가 늘 확실한 것은 아니며, 많은 사람들이 랜덤 상자를 그저 수집형 카드 게임 속 카드 팩의 디지털 버전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우리는 게임이 몰입적인 본성 때문에 정밀 조사, 우려, 규제에 당면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중략) 따라서 우리는 다음 3개 항을 즉각 이행해야 할 것이다.
▲ 어린이에게 랜덤박스를 팔지 않을 것
▲ 랜덤박스를 판매할 때 보상 확률을 명확하게 공개할 것
▲ 부모에게 (어린이) 플레이어의 게임을 알맞게 지도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일 것
IGDA의 대표가 어린이에게 랜덤박스를 팔지 않고, 랜덤박스 확률을 명확하게 공개한다는 셀프 규제안을 발표한 배경에는 FTC의 랜덤박스 관련 조사가 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7일, 미국 상원 의원 메기 하산(Maggie Hassan)은 상원 청문회에서 FTC에 랜덤박스에 관한 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조 시몬스(Joe Simons) FTC 위원장이 "랜덤박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향후 보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대답했다. 대통령 직속 독립 행정 기관으로 미국 내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FTC에서 랜덤박스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
이에 IGDA는 한발 물러서 FTC 조사 전에 업계 내 자정 활동을 강조하는 셀프 규제안을 발표했다.
IGDA의 이번 발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랜덤박스가 문제시되고 있는 상황인 데다 벨기에 등 일부 국가에서는 랜덤박스 자체를 도박으로 보고 강경 대응한 것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단일 시장 기준 세계 1위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시장에서마저 랜덤박스가 도박으로 전면 규제된다면 그 파장이 크다고 본 것. 이미 애플은 작년 12월부터 앱스토어에서 '구매 전 아이템 획득 확률 고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의무화 가이드라인'을 시행 중이다. (관련기사)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 이하 ESA)는 IGDA와 입장을 달리한다. ESA는 11월 29일 게임 웹진 폴리곤에 "랜덤박스는 게임의 경험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도박이 아니다. 랜덤박스 구매 또한 플레이어의 선택"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미국 내에서 랜덤박스 관련 규제를 두고 개발자 협회와 소프트웨어 협회 사이에 뚜렷한 온도 차가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구성 비율과 개별 확률을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