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13주년 기념 이벤트를 진행하던 <대항해시대 온라인>에서 12월 1일 오전 9시 54분부터 12월 4일 점검까지의 모든 데이터가 소실됐다. 넷마블은 보상으로 12월 4일부터 추후 공지 시점까지 무기한 경험치, 숙련도, 명성 (경숙명) 4배 상승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 캐시 아이템, 두캇(게임 머니), 선박, 스킬 랭크를 모두 잃은 유저들은 반발하고 있다.
공식 사이트 게시판을 비롯한 유저 커뮤니티에는 "나의 주말을 돌려달라"는 원성이 줄을 잇고 있다. 게임 내에서 가장 붐비는 리스본 광장에서는 며칠 째 넷마블의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하는 '상인 시위'가 일고 있다. 보상안으로 나온 경숙명 4배 이벤트에는 무슨 문제가 있을까? 현재 유저들은 어떤 사과를 요구하고 있을까? 13년 동안 서비스한 장수 MMORPG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지키고 있는 유저들을 직접 만나봤다.
16일 16시 53분, 운영진은 계정 당 수표 20억을 포함한 2차 보상안을 발표했다. 이 보상안이 유저들의 '잃어버린 3일'을 충분히 보상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롤백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현재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서비스 13주년을 맞아 '경험치, 숙련도(스킬의 랭크를 올리기 위함), 명성(입항 등 게임 내 기능 해금 지표) 3배', '아이템 할인', '기념 빙고'를 비롯한 각종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운영진은 서버 안정화를 위해 이벤트 기간 중이던 12월 4일 10시부터 15시까지 점검을 진행했다. 그리고 유저들은 점검 이후, 이전의 게임 데이터가 소실된 사실을 발견했다.
이 사실은 퍼블리셔인 넷마블이 먼저 공지한 것이 아니라, 유저들이 "자신의 게임 데이터가 사라졌다"는 제보를 넷마블에 보내면서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 유실 사실을 접한 운영진은 4일 16시 30분부터 22시 30분까지 추가로 긴급점검을 실시했지만, 서버 롤백 현상이 일어나 데이터를 복구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데이터가 유실된 기간은 주말이면서 동시에 경숙명이 3배 이상 상승하는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던 기간이었다.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평소 미루어둔 퀘스트나 스킬 랭크 작업에 나섰다. 주말 내내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하다가 출근 이후 데이터 유실 사실을 접한 한 유저는 기자에게 "허망했다"며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현재,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리스본 광장의 개인 상점에서는 롤백 사건과 넷마블이 제시한 보상안을 비판하는 간판을 내걸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저들끼리 게임 정보를 공유하는 채널인 '스쿨 채팅'에도 주말 동안 성장한 내용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원성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4일, 넷마블은 롤백 사건에 대한 1차 보상안으로 경험치, 숙련도, 명성 4배 이벤트를 발표했다. 넷마블은 해당 기간 내 구입한 아이템에 대해 순차적으로 지급할 예정이며, 소실된 데이터에 대해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리스본 현장에서 만난 유저의 반응은 차가웠다. 선박, 소모 시간 등 게임에 필요한 요소에 대한 보상안 검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사고 기간 중 배를 사거나 판 사람은 게임 진행에 지장이 갈 정도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유저는 "수표도 없어졌고, 팔았던 배는 다시 돌아왔고, 가지고 있던 배 4척은 사라졌다"며 "배에 대한 보상안을 발표하는 게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항해시대>는 지역 간 이동을 대부분을 배로 하는 게임이니만큼 배가 최고의 자산이다. "새로 뽑은 배를 잃어 월드에 제대로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경험치를 4배를 줘봐야 쓸모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
마찬가지로 이번 이벤트 기간 중 게임을 했던 한 유저는 "어떤 경험치 이벤트를 한다고 하더라도 일일이 조작을 하는 자기 시간이 투여되어야 하는데, 운영진이 잘못해서 서버를 날려놓고 경험치 4배 이벤트를 할테니 다시 그 노가다를 하라는 건 경우에 맞지 않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3일 동안 유저가 찾은 발견물과 퀘스트 과정도 전부 사라졌다. 일례로 유적지 '마추픽추'를 찾기 위해선 카리브에서 퀘스트를 받아 남미에서 중갤리온 10척과 싸워 승리하고 (1퀘스트), 리마의 2차 필드에서 '쿠스코'를 찾은 다음 (2퀘스트), NPC와 수차례의 대화를 거쳐 (3퀘스트), 다시 2차 필드로 들어가야 한다. (4퀘스트)
이런 퀘스트는 많게는 30개까지 연결되는데, 이번 롤백으로 해당 기간 중에 진행한 연결 퀘스트가 전부 초기화됐다. 퀘스트 등을 통해 작업한 자신의 스킬 랭크도 초기화됐다.
한 유저는 "게임 서비스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문적으로 게임을 운영하는 사람 답지 않다"고 지적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완벽히 보상 받을 수 없는 건 <대온> 유저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한 다른 유저는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벤트 공지하듯 사과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도 유저들이 진정성 있는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운영진은 디스이즈게임에 "현재 선박에 대한 데이터 등 추가 피해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400% 이벤트를 우선적으로 진행한 것에 대해 "현재 13주년 이벤트 기간으로 경/숙/명 200%이벤트가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해당 이벤트의 %를 사죄의 의미로 다소 올려서 우선적으로 진행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 운영진은 6일 오후 4시 53분에 롤백 현상에 대한 2차 보상안을 발표했다. 보상안에는 20억 두캇과 각종 캐쉬 아이템이 포함되어 있다. 또 캐쉬 아이템 구매자에게는 전원 동일 아이템을 지급하기로 발표했다. 경숙명 4배 이벤트는 12월 14일까지, 빙고 이벤트는 내년 1월 3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전체 보상안은 아래와 같다.
2차 보상안을 통해 각종 캐쉬 아이템은 복구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유저들끼리 한 거래, 개인이 업그레이드한 선박이나 스킬 랭크 데이터의 복구 가능성에 대해 운영진 측은 "선박 그레이드나 유저 간 거래의 DB 복구는 불가능하고 로그를 통해 향후 방향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항해시대 온라인> 헬레네 서버에서는 2차 보상안을 놓고 유저들 사이에서는 "게임의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3일 간 각종 활동에 20억은 훨씬 넘게 사용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