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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러시아 게임시장, 다른 곳보다 훨씬 ‘매력적’

[2008 국제 게임산업 세미나] INNOVA 일리야 베리긴 부사장

shiraz 2008-09-12 14:32:44

지난 10,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2008 국제 게임산업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러시아와 브라질, 그리고 아직 우리에게 너무나 생소한 중동 게임업계의 관계자가 참석하여 현지의 귀중한 시장 정보들을 들려주었다.

 

디스이즈게임은 먼저 러시아 INNOVA Systems의 비즈니스 개발 부사장인 일리야 베리긴(Ilya Verigin)의 강연 내용을 소개한다. 그는 곰들이 광섬유 통신망에 위협이 될 수 있는가?(Are bears a threat to fiber-optical backbone?)라는 주제로 러시아 게임 시장의 현 상황과 전망에 대해서 설명했다. /디스이즈게임 황성철 기자


 

러시아는 곰이 많은 나라다. 인터넷에서 러시아 관련 글들을 살펴보면 곰과 관련된 자주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과 친한 곰에서부터 식인 곰에 이르기까지 곰과 함께 살아가는 나라여서 그런지 에피소드도 많다. 그래서인지 보통 러시아를 곰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일리야 베리긴 부사장도 러시아를 곰에 비유해서 야기를 풀어나갔다. 사실 러시아에 대한 국내 게임업계의 인식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기자 본인도 강연제목을 보고서 러시아에서는 곰이 인터넷 선을 물어뜯기라도 하는 것인가?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을 정도니까. 사실 워낙 곰이 많은 나라니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긴 할 것이다. :)

 

 

다른 신흥 시장보다 매력적인 인프라

 

베리긴 부사장은 많은 이들이 러시아 게임 시장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러시아의 인터넷 인프라는 매우 좋은 편이다. 소련 해체 이후 성장한 거대 독과점 기업들이 앞다투어 백본(Back-bone) 네트워크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곰은 사실상 문제가 아니다베리긴 사장의 말에 따르면 모스크바나 블라디보스톡의 경우 500GB 급의 광통신망이 깔려 있다고 한다.

 

또한, 45%의 가정에 PC가 보급되어 있으며 PC 사양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펜티엄4 1.5Ghz CPU 1GB의 메모리, NVIDIA 5600급의 비디오 카드 및 60GB HDD가 평균사양이기 때문에 다른 신흥 시장과 비교했을 때 진입 장벽이 낮다고 할 수 있다.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95% 이상의 게이머들이 집에서 게임을 즐긴다는 것이다. 사실상 PC방의 영향은 무시해도 될 수준이다.

 

이러한 하드웨어 인프라를 바탕으로 러시아 게임 시장은 매년 100%를 넘는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베리긴 부사장은 시장의 규모보다 얼마나 빠른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앞으로도 러시아 게임 시장의 성장세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 게임 시장의 수익성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다고 덧붙였다사람들은 러시아 유저들이 돈을 적게 쓴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리니지와 같은 클라이언트 기반 MMO에서 5천만 달러 이상의 매출이 발생할 정도라고 밝혔다.

 

때로는 온라인게임에서 수십만 달러를 결제하는 유저들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는 이 같은 점들 때문에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액, Average Revenue Per User)와 결제 비율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캐주얼 MMO의 경우 10~50 달러의 ARPU를 보이며 <리니지2>와 같은 일반적인 MMORPG는 최대 20~70 달러까지도 나온다는 것이다.

 

 

러시아 게임 시장의 난제들

 

최근 러시아 게임 시장이 세계 시장의 움직임에 보다 빨리 동화되고 있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베리긴 부사장은 시장이 점점 빨리 변화하고 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며 그렇기에 전략을 세우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는 산업 전반에서 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본이 게임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보다 심화되고 있다.

 

불투명한 대기업 정책도 커다란 난관으로 작용한다. 베리긴 부사장은 특히 외국 기업의 경우 직접적으로 진출하기가 매우 힘들다도 전했다. 대부분의 경우 인맥에 우선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시각이 대부분 근시안적이며 기업 모델도 매우 낙후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정부와의 끈을 이어가는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부패는 매우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다. 베리긴 부사장이 인용한 한 통계에 의하면 전체 GDP 70%가 부패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일리야 베리긴 부사장이 러시아 시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런 점들 때문에 현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파트너쉽이다, 책임감 있는 기업과 파트너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시장에는 라이센싱과 합작법인, 지사의 형태로 진출가능하나 그 중 라이센싱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난관들에도 불구하고 베리긴 부사장은 러시아는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역설했다. 하드웨어적 인프라는 물론, 게이머들의 구매욕구 또한 높기 때문이다. 그는 앞서 언급한 ‘곰’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러니까 곰들이 광섬유 통신망에 위협이 되냐고요? 전혀 아니죠.

 

 

질의응답(Q&A)

 

강연의 후반부에는 많은 청중들이 질문을 하면서 러시아 게임 시장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실무 인원을 중심으로 다양하고 심도 깊은 질의응답(Q&A)가 이루어져 눈길을 끌었다.

 

Q : 현재 러시아에는 심의 시스템이 없다. 앞으로 심의기준을 강화하여 한국 게임업체를 압박할 가능성은 없나?

 

A : 심의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언제 도입될지, 또 정말로 도입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얼마 전까지 유럽과 관계 개선이 되면서 유럽의 심의 기준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전쟁을 겪으면서 러시아 국내에서는 탈 유럽 분위기로 가고 있다. 유럽 기준(PEGI)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Q : 한국 내에서 캐주얼 게임의 경쟁상대는 엠엔캐스트 같은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한 접근성이 높은 서비스들이 현지에서도 MMO의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A : 러시아 시장에서 클라이언트 기반 MMO는 웹 기반 게임들을 대체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웹 베이스 게임은 러시아에서 퀄리티가 낮다. 그래서 많은 게이머들이 클라이언트 기반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접근성이 쉽다는 것은 좋은 경쟁 요건이다. 앞으로 관련 서비스에 유저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 러시아 엔지니어들의 능력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한국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할만한가?

 

A : 미국 대기업의 R&D 센터가 러시아에 있을 정도로 훌륭한 엔지니어들이 러시아에 많이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경영기술은 많이 부족하다. 아웃소싱은 가능하다. 하지만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은 전반적인 프로세스 관리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개념으로 아웃소싱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Q : 현지에서 <리니지2>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수치 자료가 있는가?

 

A : 4-5개월 전에는 사설 서버만 있었다.(INNOVA에서 리니지2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그래서 수치를 내기가 힘들었다. 대략적으로 60만 명 정도 이상의 유저들이 있다고 추정된다. 사설 서버 운영자의 경우 30-50만 달러의 수익을 얻는다.

 

Q : INNOVA의 시장 점유율이 높다고 알고 있다. 경쟁상대는 누구인가?

 

A : 지난 8월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러시아어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인기가 높다. 그 외에도 <완미세계>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을 들 수 있다. 게임이 얼마나 매력적인가가 관건이다. 미국과 유럽의 게임이 러시아에서 한국산 게임보다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을 짚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