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중남미 지역에서 가장 큰 게임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넓은 땅 만큼 인구도 많아서 1억 8,500만 명 이상의 국민수를 자랑하는 나라다.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에 따라 많은 달러가 유입되면서 구매 잠재력도 한껏 올라가 있는 상태.
이에 따라 국내외 게임업체들이 브라질 게임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미 다수의 국내 게임업체들이 현지 업체와 파트너쉽을 맺고 서비스를 하고 있을 정도. 현재 브라질에는 26개의 MMO가 서비스를 진행중인 상황이다.
지난 10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2008 국제 게임시장 세미나’에 브라질 게임맥스(GameMaxx)의 대표인 질베르투 아키시노(Gilberto Akisino)가 참석했다. 그의 강연 내용을 토대로 브라질 시장의 현재 상황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황성철 기자
게임맥스의 질베르투 아키시노 대표는 2006년 12월에 회사를 설립하고 게임사업을 시작했다. 2007년에는 알집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와 <카발온라인>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브라질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현지에서 직접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얻은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아키시노 대표(오른쪽 사진)는 브라질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했다. 그는 브라질 국민이 경제력을 기준으로 상중하의 3단계 계층으로 분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연간 6,200 달러 이상의 소득은 상위, 1,300 달러 이하는 하위, 그 사이는 중위권이라는 것이다.
그는 빈부의 격차 때문에 브라질 국민 중에서 불과 24%인 5,900만 명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인구 중에서 750만 명만이 광대역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브라질 전체 인구 중 4%다. 또한 전체 5,565 개의 도시 중 36%인 2,000여 개의 도시에만 광대역 통신망이 설치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인프라가 낙후되어 있기 때문에 브라질 현지의 통신요금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ADSL 1MB 속도의 경우 월간 42 달러(약 46,000 원)를, 8MB는 121 달러(약 134,000 원)를 지불해야 쓸 수 있다. 한국과 비교할 때 매우 비싼 요금이다.
하지만 앞으로 인터넷 인프라는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아키시노 대표가 제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까지 브라질 인터넷 인프라의 확충을 위해 총 17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현지 인터넷 서비스 공급업체(ISP) 사이에서 경쟁이 이루어져 점차 이용료가 하락하고 있는 현상도 주목해야 한다.
현지 사이버 카페의 상황도 눈여겨 볼만하다. 아키시노 대표는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저소득층이 전체 사이버 카페 이용자의 74%에 이른다고 밝혔다. 사이버 카페의 평균 PC 사양도 높은 편이다. 펜티엄4 2Ghz급의 CPU와 1GB 메모리, 80GB의 HDD, 256MB 메모리를 가진 비디오 카드로 웬만한 온라인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사양이다. 이러한 요건들 때문에 아키시노 대표는 사이버 카페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터넷 인프라 외에도 정부의 세금정책이나 게임에 대한 사회의 낮은 인식들이 게임 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먼저 세금문제. 브라질 현지에서 콘솔 게임기의 가격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예를 들어 닌텐도 Wii는 무려 750 달러(약 83만 원), Xbox360은 950 달러(약 1백만 원), PS3는 850 달러(약 94만 원)에 이를 정도다. 브라질의 수입관세가 상당히 높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키시노 대표는 “현지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해외에 나올 때면 콘솔 게임기를 사갈 정도”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높은 관세 때문에 브라질 현지에서 콘솔 게임기의 가격은 매우 비싼 편이다.
만연한 해적판 유통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브라질 현지에서 해적판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편이다. 아키시노 대표는 높은 관세가 해적판의 유통을 조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수입되는 상황에서 콘솔 게임기와 마찬가지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브라질 현지에서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매우 낮다는 점도 설명했다. 현지에서는 게이머들이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다행히 최근에 미디어를 중심으로 이러한 인식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는 중이라고.
아키시노 대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과거의) 한국과 비슷하다”고 정의했다. 사실 예전에는 국내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게임 산업이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 드라마, 영화 등에서 게임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는 일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브라질 현지에서도 E-스포츠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사회 전반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아키시노 대표가 많은 단점들을 나열한 것은 브라질 게임 시장이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낙후된 인터넷 인프라와 게임에 대한 인식, 높은 관세 등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종의 용광로 답게 다양한 문화가 상존하고 다양한 사회 계층이 존재하는 브라질. 아키시노 대표의 브라질 게임 시장에 대한 정의가 인상 깊다.
“브라질 게임 시장은 매우 매력적이며, 동시에 복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