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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쏟아지는 게임업계 인수설, 그 이유는?

[취재수첩] 올해 급증한 인수합병의 배경과 영향

태무 2008-09-30 18:17:50

최근 게임업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인수설과 피인수설이 나돌고 있다. 특히 NHN, 엔씨소프트, 넥슨, CJ인터넷 등 내로라하는 게임사들이 인수설의 중심에 있다.

 

가장 화제를 모으는 인수설의 주인공은 CJ인터넷이다. CJ는 그룹차원에서 시가총액 10조원 미만이라는 지상파 방송 진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넷마블을 포함한 CJ인터넷을 다른 업체에 매각하려고 한다는 인수설에 휩싸여 있다.

 

CJ인터넷의 매각설은 게임업계가 아니라 CJ그룹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등 증권가에서 흘러나온 소식이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엠게임, 드래곤플라이 등 몇몇 중견업체와 인수합병에 대한 실무 미팅을 가졌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SK텔레콤은 ‘인수설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해까지는 엔씨소프트를 인수해 곧장 게임사업의 중심으로 뛰어들려 한다는 루머에 시달리더니, 올해는 NHN을 인수해 포탈사업에 힘을 싣는다는 루머가 떠돌고 있다. SK텔레콤은 이외에도 중소형 게임업체까지 합쳐 10여 건이 넘는 인수설에 휘말려 있다.

 

공격적인 게임사업을 벌이고 있는 NHN도 만만치 않다. 특히 얼마 전 자회사인 NHN게임스를 통해 웹젠을 인수하고, 중소 개발사와의 교감을 강화해 퍼블리싱 사업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역시 10여 건의 인수설이 빚어졌다.

 

 

■ 왜 이렇게 인수설이 많아졌나?

 

게입업계에 인수설이 많아진 것은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인수합병(M&A) 열풍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불안이 지속되면서 개발사들은 자금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신작을 만들어도 퍼블리셔를 잡기가 쉽지 않다. 자연스레 비즈니스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불안하기는 게임포털이나 히트작을 보유한 중대형 게임사들도 마찬가지. 신작 흥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성장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만만치 않다.

 

코스닥 상장도 요즘같은 상황에선 자금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경영 부담만 가중시킬 우려가 높다. 드래곤플라이가 코스닥 상장을 포기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렇다 보니 시너지 효과나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인수합병에 눈길이 가는 상황이다.

 

한 게임회사의 대표는 인수하는 것도 좋고, 인수되는 것도 좋다. 어느 쪽이든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며 최근의 힘든 상황을 설명했다.

 

올해 들어 넥슨-네오플, 티쓰리-한빛, NHN게임스-웹젠 등 대형 인수합병이 성사됐다. 자연스럽게 위기의식과 더불어 우리도 알아는 보자’는 심리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중대형 게임사의 경영진들은 언론과 만나는 자리에서 인수합병은 얼마든지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의중을 서슴없이 밝히고 있다.

 

이처럼 인수합병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지면서 게임업체들 사이에는 많은 만남이 진행되고 있다. 농담처럼 던지는 말 한마디에도 의미가 담기는 상황.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파악하고 의사를 타진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흘러나온 이야기들이 인수설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 인수합병, 도장 찍기 전에는 모르는 일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라는 말처럼 현재 떠도는 인수설 가운데 몇 가지는 상당한 근거도 제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디즈니는 (넥슨까지는 아니라도) 몇몇 중소 게임업체에 대한 인수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J인터넷의 매각협상설도 증권가에서는 상당히 신빙성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내부의 개발본부를 NHN게임스와 엔플루토로 분사시켰던 NHN이 이제와서 개발사를 인수한다는 소문에 휩싸였던 것처럼 단순한 ‘소문’이나 ‘오해’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NHN은 게임분야보다 포털사업이나 커뮤니티, 첨단 IT 업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합병 이야기가 많이 흘러나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오가는 논의가 성사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엄청나게 많다. 중요한 것은 업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고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인수설’. 그러나 공식 발표되지 않은 모든 인수설은 말 그대로 아직까지 ‘설’일 뿐이다. 인수합병은 당사자들도 도장을 찍기 전에는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