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시스>로 잘 알려진 독일 크라이텍이 한국지사를 설립한다.
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라이텍(Crytek)은 최근 한국지사 설립을 확정 짓고 준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법인 지사장도 내정됐으며, 이르면 올해 안으로 설립 사실과 사업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이텍의 한국지사 설립 목적은 여러 가지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선 ‘언리얼엔진3’ ‘소스엔진’과 더불어 차세대 게임엔진으로 주목 받는 ‘크라이엔진2’의 한국 및 아시아 라이선스 업무다.
크라이텍의 첫 게임 <파 크라이>에 사용됐던 ‘크라이엔진’은 엔씨소프트의 신작 MMORPG <아이온>에 사용됐다. 차세대 버전 ‘크라이엔진2’는 XL게임즈(대표 송재경)의 MMORPG <프로젝트 X2>와 최근 넥슨과 계약한 리로디드 스튜디오(대표 조기용)의 MMORPG <더 데이>(The Day)에 사용되고 있다.
크라이엔진2는 국내 게임업체들의 사용률이 높은 ‘언리얼엔진3’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 때문에 크라이텍 한국지사의 기본적인 업무 중에는 엔진 라이선스 부분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 크라이텍, 자체적으로 온라인 FPS 개발
단순히 엔진 판매를 위해 한국지사를 설립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많다. 크라이텍은 이미 자체적으로 2~3개의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 하나는 <크라이시스>와 유사한 느낌의 온라인 FPS로 <서든어택>이나 <스페셜포스> 처럼 방을 만들어서 즐기는 MOFPS 게임이다.
크라이텍은 한국지사 설립을 확정 짓기 전까지 몇몇 국내 개발사들과 긴밀하게 접촉을 해왔다. 온라인게임 공동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부터 인수합병, 조인트 벤처 설립까지 크라이텍은 ‘폭넓은 가능성’을 전제로 국내 게임업체들과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국내 게임업체들과 구체적으로 합의한 사항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한국지사를 설립한다는 것은 직접 진행하는 업무와 한국 게임업체들과 진행할 제휴 업무를 병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크라이텍이 개발 중인 온라인 FPS 게임은 이미 상당 부분 완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MOFPS 시장이 자리를 잡은 한국과 아시아권 시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한국지사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크라이엔진2로 개발된 <크라이시스>의 스크린샷.
■ 크라이텍 대표 “앞으로 온라인게임에 주력한다”
크라이텍 한국지사는 크라이엔진 라이선스와 온라인게임 비즈니스, 나아가 더 큰 그림의 제휴 모델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설립될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당장 대규모 인력을 운영하기보다는 소수 정예로 비즈니스와 개발지원(유료화 모델 등)의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크라이텍의 세밧 얼리 대표(오른쪽 사진)는 각종 인터뷰에서 온라인게임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다. 2007년 11월에는 독일의 게임잡지 ‘게임페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2010년부터는 더 이상 오프라인 게임을 만들지 않겠다. 우리가 MMO를 진행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세밧 얼리 대표는 지난 9월 싱가포르 GCA 2008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곧 한국에서 큰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한국지사 설립에 대한 암시를 주기도 했다.
차세대 게임엔진 개발사가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작 온라인게임에 언리얼엔진3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국내 개발사들의 현황과 온라인게임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 크라이텍(Crytek)은? 크라이텍은 세벗(Cevat), 아브니(Avni), 파룩(Faruk) 얼리 삼형제가 1999년에 설립한 게임회사로 본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다. 자체개발 미들웨어 크라이엔진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크라이엔진으로 개발한 FPS 게임 <파 크라이>(2004년)를 1백만 장 이상 판매하면서 성공을 거뒀다. 이후 크라이텍은 본격적으로 크라이엔진의 라이선스 판매를 시작했으며, 2007년에는 크라이엔진2를 사용한 신작 <크라이시스>를 출시했다. 역시 1백만 장 이상 판매된 <크라이시스>는 올해 9월 차기작 <크라이시스: 워헤드>의 발매로 이어졌다. 현재 크라이텍은 프랑크푸르트(독일), 키에프(우크라이나), 부다페스트(헝가리), 크라이텍 블랙 시(불가리아)의 4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직원수는 200 명이 넘는다. 이 중에서 2007년 5월 키에프에 설립한 개발 스튜디오는 새로운 지적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신작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