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 MS)가 작년 9월 6일 보도자료로 밝힌 <배틀그라운드> 한정판 ‘그리즈프루프’ 컨트롤러 이벤트가 오늘로써 205일째 열리지 않고 있다. 디스이즈게임이 10월 31일 관련 내용에 대해 최초 보도한 이후, 그리고 작년 12월 두 번째 보도 이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한국 MS는 작년 12월, 3개월째 진행되지 않고 있는 이벤트 진행 여부에 대해 디스이즈게임이 다시 묻자 “이벤트 용인 그리즈프루프 컨트롤러 2대는 확실하게 보유하고 있다. 사전에 밝힌 대로 조율 단계에 있어 아직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곧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치 12월 안에 진행될 것만 같았던 이벤트는 해를 넘기고 세 달이 지나도록 진행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보도자료를 포함해 공식 페이스북 등 어떤 채널로도 이와 관련된 상황 공유를 찾아볼 수 없다. 이쯤 되면 이 사안은 이벤트 진행 차원이 아니라, 한국 MS와 유저들 간의 신뢰 문제다. 물론, 과거 여러 사례를 통해 이미 한국 MS의 신뢰도는 거의 ‘바닥’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시작하기 앞서, 작년에 벌어진 상황 과정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자. 7개월 가까이 끌어온 사안이다 보니 다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관련 내용은 하단 관련 기사를 통해 참고하자.
해를 넘기고 나서, 3개월이 다 지나가지만 그 사이에도 한국 MS는 어떠한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컨트롤러 이벤트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그 외의 행동만 하고 있다. Xbox 한국 공식 페이스북을 보면, 작년 9월 6일 이후 수 많은 포스팅이 올라왔지만 컨트롤러 이벤트에 대한 상황 공유는 단 한건도 찾아볼 수 없다.
일부 유저는 커뮤니티, Xbox 한국 공식 페이스북에 문의를 남기기도 했다. 이벤트와 상관 없는 포스팅이지만 그들이 응대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덧글을 남겼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한국 MS 담당자의 덧글이 아닌 해당 내용에 공감하는 타 유저의 ‘좋아요’ 뿐이었다.
심지어 수개월이 지나도 이벤트가 지연된 것에 대해 아무런 해명이 없어, 2명의 유튜버가 컨트롤러를 리뷰했다는 이유로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유투버 2명에게 컨트롤러를 지급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디스이즈게임과 통화한 유튜버 중 1명은 본인이 리뷰용으로 제품을 받았으며, 리뷰 후 해당 제품을 반납했다고 밝혔다.
당시 Xbox 국내 PR을 맡고 있는 대행사에게 “유튜버에게 지급된 것이 아니라면, 이벤트를 위한 제품 2대는 보유 중인가?”라는 질문을 했고 대행사는 “그렇다. 2개의 제품은 박스 상태로 보유 중이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관계자는 “한국 MS가 곧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 전했다”고 밝혔다.
디스이즈게임은 관련 내용에 대해 다시 파악해보기로 했다. 3월 28일, 대행사에게 당시 보유 중인 제품 박스라도 보내줄 수 있냐고 요청했고, 관계자는 디스이즈게임을 비롯해 여러 유저가 문의를 했고, 이에 대해 국내 활동을 담당하는 APEC 쪽에 문의 해보겠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29일 오후, 다시 문의를 해보자 “APEC 쪽에서 전달해도 좋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디스이즈게임은 오후 5시경 대행사로부터 이미지를 받았다. 대행사는 APEC 쪽으로부터 총 4개의 그리즈프루프 컨트롤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중 2개는 위에서 언급한, 유튜버 리뷰용으로 사용된 것이며, 사진으로 보내준 것은 이벤트 용으로 사용될 컨트롤러다.
관계자는 디스이즈게임에 박스 외형과 시리얼 넘버가 부착된 아랫면 등 총 2장의 사진을 전달했다. 박스 외형이 일반 Xbox 컨트롤러인 것에 대해서는 “그리즈프루프 컨트롤러가 정식 발매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 아닌 전세계 200대 한정으로 제작된 컨트롤러이므로 별도의 박스가 없다. 따라서, 본사에서 이벤트를 위해 국내로 전달해줄 때 일반 Xbox 컨트롤러 박스로 포장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시리얼 넘버가 노출된 사진에 대해서는 최초 이벤트 상품을 유튜버에게 지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디스이즈게임이 대행사로부터 전달 받은 제품의 사진 외형, 시리얼 넘버와 리뷰용 제품을 촬영한 영상의 외관, 시리얼 넘버를 비교해 본 결과, 이들의 말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두 유튜버 모두 전달 받은 리뷰용 제품 박스가 일반 Xbox 컨트롤러 제품이었으며, 개봉하자 그리즈프루프 컨트롤러가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리얼 넘버 모두 대행사가 보내준 시리얼 넘버와 달랐다. 이벤트 목적으로 쓰일 컨트롤러 2대는 일단 보유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진행 여부가 확인되지 않을 뿐이다.
대행사 관계자는 APEC 쪽에서 그리즈프루프 컨트롤러 이벤트 승인을, 그리고 컨트롤러 이벤트는 별도 이벤트 회사가 맡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지난 28일 전화 통화를 통해 1개월 전인 2월 경 APEC 쪽으로부터 최종 승인이 돼서 이벤트가 곧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현재 기존 영문으로 전달된 이벤트 관련 문서들에 대해 번역작업과 더불어 Xbox 한국 공식 페이스북에 어떤 워딩을 올릴 지 조율하는 과정이라 전달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이벤트 일정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곧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발매 당일 한글화 취소 발표부터 출시 1주일 된 신작을 무료 배포, 그리고 유저들 사이에서 잘 알려졌던 ‘석고칠을 한 Xbox One’을 유저에게 이벤트 경품으로 지급한 사례까지. 한국 MS는 미비한 사전 공지, 그리고 위에서 짚은 그리즈프루프 컨트롤러 이벤트까지 유저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인식으로 각인돼 있다.
사소한 이벤트라고 볼 수 있지만, 이는 미비한 사전 공지부터 묵묵부답 대응까지, 한국 MS가 유저들에게 대응하는 태도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떠올랐다. 제품도 확인됐고, 답변에 따르면 이벤트 진행이 정말 오래 남지 않은 분위기인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벤트 개최부터 종료, 상품 지급까지 무탈히 진행될지, 또 이후 한국 MS가 한국 시장과 한국 Xbox 유저들에게 어떤 태도로 임할지. 과거 사례, 그리고 이벤트 하나로 무너진 한국 MS의 태도가 어떻게 변할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