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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우주로 떠났던 리차드 게리엇, 무사히 귀환

개인·상업 실험 수행, 향후 거취에 관심 집중

이재진(다크지니) 2008-10-26 22:46:48

리차드 게리엇이 꿈에 그리던 우주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 12일 소유즈 로켓을 타고 우주로 떠났던 리차드 게리엇(오른쪽 사진)은 24일 카자흐스탄 북쪽 지대에 무사히 착륙하면서 귀환에 성공했다. AP통신은 러시아 우주 에이전시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소유즈 캡슐이 매우 안정적으로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리차드 게리엇은 착륙 직후 소감을 묻는 TV 리포터의 질문에 "너무나 훌륭한 여행이었다. (내 생애)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에서 10일 동안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무르며 개인 일정과 과학·기술 실험 등을 수행했다.

 

■ <타뷸라라사>도 함께 우주로

 

리차드 게리엇은 자신이 만든 MMORPG <타뷸라라사> 유저들의 캐릭터 정보가 담긴 디지털 타임캡슐 '이모탈리티 드라이브'를 갖고 우주로 향했다. 이 드라이브에는 <타뷸라라사>의 캐릭터 정보와 인류가 지금까지 이룩한 역사, 전세계 사람들의 개인적인 메시지 등이 담겨 있었다.

 

그는 <타뷸라라사>를 직접 우주로 가져가기도 했다. 리차드 게리엇은 우주로 출발하기 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타뷸라라사>의 게임코드를 갖고 간다. 아마도 <타뷸라라사>는 우주에서 실행된 최초의 비디오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개인적인 활동 외에 상업적인 실험도 진행했다. 리차드 게리엇은 자신의 우주여행에 후원사로 참여한 세이코(Seiko)와 DHL을 위해 실험을 진했으며,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우주비행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도 실험했다. '우주인 선배'인 아버지 오웬 게리엇이 공동설립자로 참여한 생명공학기업을 위한 연구도 했다.

 

리차드 게리엇이 우주여행을 위해 지불한 비용은 무려 3,000만 달러(약 432억 원)에 이른다. 후원사를 통한 지원금도 받았지만, 대부분의 비용은 스스로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흘 동안의 우주여행을 끝내고 카자흐스탄 북쪽 지대에 착륙한 리차드 게리엇.

 

 

■ 남은 것은 게임 개발자로서의 선택

 

이제 관심은 그의 향후 행보에 모아지고 있다. 리차드 게리엇은 지난해 10월 북미와 유럽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타뷸라라사>가 실패하면서 입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 여름부터는 엔씨소프트에 출근하지 않고 '휴직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쉬는 동안 엔씨소프트는 북미와 유럽 지사를 통합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북미와 유럽을 통합한 엔씨 웨스트(가칭)의 요직에는 <길드워>를 성공시킨 아레나넷의 설립자들이 임명됐다. 리차드 게리엇과 사업을 맡던 그의 형 로버트 게리엇의 자리는 묘연한 상황.

 

엔씨 웨스트의 수장인 정동순 대표는 지난 8월1일 서울에서 개최된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타뷸라라사>의 경우 연말까지 일정한 목표를 정하고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엔씨 웨스트가 출범하면서 해외에서 진행 중이었던 미공개 프로젝트가 취소되고 일부 직원들이 정리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리엇 형제를 영입하면서 해외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던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10월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옹지마'라는 표현을 썼다.

 

리차드 게리엇을 영입하면서 <시티 오브 히어로>를 만들었던 인맥을 구축했고, 그렇게 엔씨소프트의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길드워>의 아레나넷도 만나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던 리차드 게리엇은 정작 '제품'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NASA의 우주인이었던 아버지를 보면서 우주를 동경해왔던 리차드 게리엇은 평생의 꿈을 이루었다. 이제 남은 것을 게임 개발자로서 남은 인생. <울티마> 시리즈를 통해 '전설'의 반열에 올랐고, <타뷸라라사>로 실패를 경험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우주로 떠나기 직전 리차드 게리엇의 모습.

일상생활로 돌아온 뒤에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