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온라인 게임 시장에 뛰어드는 게임사들이 많다. 믿음직한 파트너사를 선택하거나 혹은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직접 서비스를 진행하거나, 게임사들의 관심은 유럽 유저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데 쏠려 있다.
그러나 어떻게? 게임사마다 저마다의 방법론을 이야기하지만 정답은 없다. 가장 좋은 대답은 많은 게임들을 오랫동안 서비스해온 게임사의 의견을 듣는 것일 듯 하다. 유럽 내 가장 영향력있는 게임 퍼블리셔인 가미고(Gamigo)가 때마침 KGC2008에 강연자를 보냈다.
디스이즈게임은 가미고의 CMO인 패트릭 스트레펠(Patrick Streppel)의 강연에 참석해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의견을 들어보았다. /디스이즈게임 황성철 기자
유럽 온라인게임 시장 초기부터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가미고(악셀 스프링거).
가미고는 유럽내 거대 미디어 그룹인 악셀 스프링거(Axel Springer) 산하의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로 지난 2000년 설립된 회사다. 지금까지 15종의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12종의 게임을 서비스 중이다. 내년에는 2종을 더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가미고의 영업 전략은 라이트(캐주얼) 게이머도 하드코어 게이머도 아닌 라이트 코어 게이머를 붙잡는 것이다. 스트레펠은 이같은 전략에 대해서 “한국과 달리 유럽의 라이트 게이머들은 게임, 특히 아이템에 많은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트레펠에 따르면 유럽의 라이트 유저는 평균적으로 35세 이상의 여성 특히 가정주부가 대다수를 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주로 즐기는 게임은 웹 브라우저 기반의 간단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스트레펠은 “한국과 유럽의 라이트 게이머의 특성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한국의 캐주얼 MMO를 퍼블리싱할 경우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시장 지배적 게임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라
현재 가미고가 서비스 중인 게임들 중 상당수는 아이템 판매를 통한 부분 유료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사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의 직접적인 경쟁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WoW>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분유료화 모델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스트레펠은 강연 자료를 통해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정복이 계속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직접적인 경쟁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인지 반문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직접 도전한 <에이지오브코난>은 유료 가입자 40만 명이라는 성적을 거둔 후 게임의 한계로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워해머 온라인>은 약 100만 명으로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글쎄요’다.
스트레펠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보다는 그것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액제 모델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능가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무료 플레이(Free to Play)를 마케팅의 중점으로 삼고 있다. 부분유료화에 대해서 처음에는 비판적인 의견들이 많이 있었으나 현재는 매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 부분 유료화 모델의 의미있는 성공
그의 말처럼 현재 가미고의 부분 유료화 모델은 유럽에서 의미있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가미고가 서비스 중인 <라스트카오스>의 경우 5% 미만의 유저들이 게임 아이템에 돈을 쓴다. 동시접속자수는 8천명 선. 하지만 독일에서 38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있기 때문에 의미있는 매출이 발생한다. 90%의 유저가 남성이며 ARPU도 상당히 높게 나온다.
<샷온라인> <피에스타> <라스트 카오스>의 회원 증가 추이.
<피에스타온라인>은 전체 유저 중 30%가 여성으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같은 ‘어두운’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 게임은 게임내 결혼 시스템과 하우징 시스템으로 여성유저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지난 7월 오픈 이후 독일내에서만 15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샷온라인>은 조금 특이한 경우다. 가미고측은 처음부터 콘솔 게임 플레이어에게 샷온라인을 홍보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유저들은 다른 온라인 게임의 유저들과 매우 다른 성향을 띄게 되었다. 연령대가 높고 수입도 많은 유저층이 형성된 것이다.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샷온라인>과 <레벨R>.
또한 특이한 점은 <샷온라인>의 경우 게임을 할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과 많은 시간을 투자해 게임내 화폐를 많이 생산해낼 수 있는 학생과 같은 유저층으로 분화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두 집단 사이에서 일종의 양성적인 아이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도 특이하다.
직장인들이 유료 아이템을 구입하여 게임내 경매장에 등록하면 학생들이 게임 머니로 이것을 구입하는 것이다. 스트레펠은 이같은 게임내 경제 구도와 아이템 판매 모델이 유럽 게이머들에게 잘 맞는다고 보고 있었다.
스트레펠(왼쪽 사진)은 아이템 판매 모델이 높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유저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가미고가 퍼블리싱한 MMO 레이싱 게임인 <레벨-R>의 경우, 유저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없었다. 경주를 몇판 즐기고 게임을 끝내버리면 되어 유저들은 굳이 아이템에 돈을 쓸 필요도 없고 또, 쓰고 싶어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가미고는 고민 끝에 <샷온라인>과 같은 로비를 추가하라고 개발사에 요청했다. 그 결과 현재 독일내 1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아이템 판매와 게임내 광고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메틴2>가 동시접속자 3만명을 기록하는 등 유럽에서 부분 유료화 게임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점점 많은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품질과 고객서비스? 그것도 답이 될 수는 있지만 스트레펠의 관점은 달랐다.
“<라스트카오스>의 게임성이 좋은가? 글쎄다. 게임 매체로부터 10점 만점에 5~6점을 받는 게임이다. 고객서비스를 강화하더라도 경쟁사 또한 그것을 따라할 수 있다.”
■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라
그는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마케팅 프로필(Marketing Profile)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다 낮은 CPL(cost per lead)로 보다 많은 유저들을 끌어오는 것도 전략 중 하나다.
게임 웹사이트 배너 광고는 가격이 낮지만 마케팅 대상이 하드코어 게이머들로 한정된다는 단점이 있다. <샷온라인>이나 <피에스타온라인>은 낮은 평점을 받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매스미디어는 많은 유저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스트레펠의 말에 따르면 1회의 광고 후 3~4천명의 유저 유입효과가 일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가격이 무척 비싸다는 것이 흠이다.
가미고는 오프라인 잡지를 통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악셀 스프링거 산하 잡지들을 통한 광고로 높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DVD 번들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 스트레펠은 유럽 게이머들이 게임 다운로드 방식을 무척 싫어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이 계속되어 온라인상에서 클라이언트를 받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지만 유럽 게이머들은 여전히 다운로드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악셀 스프링거의 잡지를 통해 온라인게임의 기사를 노출하고 있다.
또한 가미고는 매장에서 게임을 판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을 통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은 거의 없다고 한다. 다만 매장에서 전시효과를 얻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스트레펠은 “워해머온라인이나 에이지오브코난이 진열된 바로 뒤에 우리 게임이 오는 것이 목표다. 우리 게임이 그들 게임만큼 가치있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그같은 전략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타겟 유저들에 대한 접근 방식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유럽에서 온라인 게임과 게임내 아이템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한다.
스트레펠은 자신의 부모를 그 예로 들며 “내가 게임 속에서 펫을 팔고 있다고 설명하자 그들이 나를 정신나간 것처럼 쳐다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익숙한 사업 아이템이 유럽 현지에서는 첨단을 달리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 유럽 온라인 게임 시장에 대한 오해
유럽 온라인 게임 시장은 분명 아직 가능성이 많은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펠은 시장에 대한 오해로 실패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몇가지를 그 예로 들었다.
먼저 유럽 게임 시장을 하나로 보는 경향을 대표적인 오해로 들 수 있다. 유럽은 각각 소비자 취향이 다르고 과금 방식 마케팅 파트너가 다른 16개의 국가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독일어 영어 불어 스페인어가 주로 사용되지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작은 시장들도 많다. 그래서 각 개별국가마다 접근방식에 차이를 둬야한다. 예를 들어 영어 버전 클라이언트를 프랑스 유저들이 플레이하기 싫어하는 것을 고려해야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스트레펠은 한국과 유럽의 캐주얼 게임이 서로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도 오해라고 말했다. 앞서 말했든 두 지역 유저들의 성향은 완전히 다르다. 유럽의 캐주얼 게임유저는 대부분이 35세 이상의 여성 유저이며 마작 등등의 상당히 캐주얼한 게임을 식사시간 이후에 잠깐 잠깐 즐길 정도다. 또한 캐주얼한 웹기반 MMO가 현지에서 매우 높은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또, 한국의 캐주얼 게임들이 유럽에서도 캐주얼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국의 캐주얼 게임들은 여전히 덜 캐주얼하다고 한다.
일단 유저들은 겉보기에 재미있겠다고 도전해보지만 금방 당황하게 된다. 조작방식이 너무나 어렵게 생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가지 커뮤니티 기능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스트레펠은 한국의 캐주얼 MMO를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의 캐주얼 유저들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유럽 온라인 게임 시장에 대한 오해들.
그렇다면 유럽에서의 마케팅은? 스트레펠은 마케팅이 쉽다는 인식도 오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CPM 방식의 광고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방식의 마케팅을 강구해야한다. 또한 각각의 국가에서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들을 모두 방문해서 컨택 포인트를 마련하고 관계자들을 만나야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스트레펠이 소개한 여러가지 오해와 지역적/문화적 차이, 마케팅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유럽 온라인 게임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사업기회를 가진 곳이다. 그렇기에 가미고가 계속해서 사업 확장을 꾀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실, 그들은 지스타 B2B 관에서 계속해서 국내 업체들과 퍼블리싱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그러한 난관속에서 길이 보이는 것일까? 다년간의 현지 사업 경험에서 우러난 스트레펠의 강연은 무척이나 알차고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문화와 시장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접근해야 하는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