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및 운영 이슈로 이용자들과 갈등을 겪은 <에픽세븐>이 유저 간담회를 진행했다. 15일 저녁 19시 30분 시작된 간담회는 날짜를 넘겨 16일 새벽 3시 18분까지 장장 8시간 동안 뜨거운 열기 속에 이어졌다.
<에픽세븐>을 개발하는 슈퍼크리에이티브와 서비스사인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는 15일 저녁, 성남시 판교 W스퀘어에서 “에픽세븐 계승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중에서 선별된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유저들의 질문에 게임사 관계자들이 답변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게임사 쪽에서는 슈퍼크리에이티브 김형석 공동대표와 강기현 공동대표, 김윤하 콘텐츠 기획실장, 그리고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이상훈 사업실장이 나와 유저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행사는 최근 불거진 게임의 보안 이슈 및, 서비스 시작 후 300일 가까이 이어진 이용자들과의 ‘불통’ 문제와 관련해서 다양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전체적으로 보면 흥분한 유저들에 의해 일방적인 ‘성토장’ 분위기로 전개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게임사 관계자들은 유저들의 질문에 답변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 메모리 에디터에 의한 치팅은 현재 해결
가장 먼저 화제가 된 것은 이른바 ‘치트 오 매틱’ 사건으로 알려진 메모리 에디터에 의한 전투결과 조작 이슈였다. 게임 내 PVE 콘텐츠인 ‘오토마톤 타워’를 특정 유저가 치트 오 매틱 같은 간단한 메모리 에디터를 통해 손 쉽게 클리어했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된 이번 문제에 대해, 슈퍼크리에이티브 강기현 공동대표(CTO)는 “문제가 된 보안 이슈는 현재는 모두 해결했지만, 그 과정에서 유저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행동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강기현 공동대표는 “메모리 에디터 등을 이용해서 전투 데이터를 조작하면 후에 서버 차원에서 반드시 적발할 수 있기에 이른바 ‘선로깅 후조치’ 방침을 세워 해킹 시도에 대응했다. 하지만 이를 너무 과신한 나머지 유저들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우리의 실책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또 이 문제가 공론화된 후 발표한 사과문에서 마치 선량한 유저들을 ‘악의적인 유저’로 몰아간 것 또한 너무나도 명백한 실수다. 유저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강기현 대표에 따르면 현재 해당 문제는 게임 외부에서 전투 데이터 값을 아예 찾을 수 없도록 보안 등급을 높이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유저는 게임사의 조사 결과 치트 오 매틱이나 치트엔진 같은 메모리 에디터가 아닌, 해킹 기능을 담은 이른바 ‘변조 APK’를 통해 오토마톤 타워를 정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강기현 대표는 “물론 변조 APK같은 해킹툴에 대한 확실한 방어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 이런 보안 이슈 관련해서는 체계를 정비하고 더욱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유저들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유저들은 게임사가 <에픽세븐>의 게임엔진인 ‘유나엔진’의 기술력을 그토록 자랑했으면서도, 이런 초보적인 메모리 에디팅에 뚫렸다는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이에 대해 강기현 대표는 “사실 유나 엔진은 보안과 크게 관련이 없으며, 게임의 로딩속도 같은 퍼포먼스 쪽에서 장점을 가지는 엔진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유저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해명했다.
# 유료화 모델에 쏟아진 비판… 월광소환 개선안 내놓을 것
유저들은 보안뿐만 아니라 게임의 ‘유료화 모델’에 대해서도 간담회 내내 비판과 성토를 이어갔다. 특히 유료 소환(뽑기) 120번을 해야 한 번 소환의 기회가 주어지는 ‘월광소환’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일례로 한 유저는 “월광소환 한 번을 현금으로 치면 33만원인데, 그나마도 월광 5성을 뽑을 수 있는 확률은 2.5%다. 실제로 내 경우에는 월광 소환 100번을 했는데 5성을 단 한 개도 먹지 못했다. 게임사 관계자들은 실제로 월광소환을 해보고 이 시스템을 내놓은 것이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슈퍼크리에이티브 김형석 대표는 “현재의 월광 소환을 비롯해 게임의 전체적인 소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으며, 7월 31일까지 개편안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개편안을 묻는 유저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월광 소환 40번을 하면, 한 번은 무조건 월광 5성을 주는 ‘천장’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가, 바로 이어진 유저들의 항의에 “천장 도입 방법이나 형식은 확정된 것이 아니며, 구체적인 개편안은 유저들에게 방향을 먼저 공개한 후. 피드백을 받아서 반영하는 형태로 진행하겠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한편 <에픽세븐>은 각종 패키지 상품을 수시로 판매하는 전략으로 인해 ‘과도한 패키지 장사’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일례로 서비스 300일 시즌에는 ‘축하 패키지’ 라는 유료 상품을 내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이상훈 사업 실장은 “정기적인 계절 이벤트(시즈널 이벤트) 진행시 기획한 패키지가 많았고, 구글한테 공유하고 진행하거나 주기적으로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을 관성적으로 발매하다 보니 유저들의 감성을 제대로 케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으며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조심하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밖에도 이날 간담회에서는 게임의 캐릭터 육성 시스템인 ‘머라고라’, ‘아이템 강화’, ‘판타스마 쫄작’(이른바 ‘개썰매’) 및 PvP 아레나 밸런스 등에 대한 질문과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김형석 대표는 “유저들의 염려를 모두 잘 알고 있으며, 오는 7월 말과 8월에 각각 대규모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으니 순차적으로 반영하고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 유저들과의 소통 부재 통렬히 반성… 반드시 개선할 것
슈퍼크리에이티브와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관계자들은 치트 오 매틱 보안 이슈로 촉발된 이번 이슈가 결국 유저 간담회까지 이어진 것에 대해 “결국은 보안 이슈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 300일 동안 유저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것이 이런 결과로 돌아오게 된 것”이라며 사과와 반성을 전했다.
이에 대해 슈퍼크리에이티브 김형석 대표는 “<에픽세븐>이 런칭한 이래 소통하면서 유저들의 감정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고, 또 부족했다는 부분을 통렬히 반성한다. 게임의 예민한 밸런스 문제 관련해서도 패치를 진행하면서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 역시 너무나도 후회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유저들과의 소통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소통에 대한 전문가들을 CM(커뮤니티 매니저)로 채용하고, 운영팀을 확충하겠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유저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게임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나 운영의 방향에 대해서도 수시로 소통하겠다. 이 밖에도 방송이나 온라인 실시간 피드백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유저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새벽 3시 18분이 되어서야 종료된 이날의 마라톤 유저 간담회에서, 슈퍼크리에이티브 김형석 대표는 마지막 인사말을 통해 “고작 이번 간담회 한 번으로 유저들이 저희를 신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책임 있게 반영하고, 유료 소환이나 게임 밸런스 등 언급한 모든 부분에 대해 약속대로 개선을 진행하고, 운영과 소통에 있어서도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음에는 분명 웃으면서 유저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반드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간담회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한편 슈퍼크리에이티브와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는 오는 8월말, <에픽세븐>의 1주년을 맞이해서 다시 한번 유저 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이며 상세한 일정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