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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나가는 대회마다 다 우승하고 싶다" V10에도 멈추지 않는 이영호의 승부욕

ASL 시즌8 우승한 이영호, 스타리그의 전설이 되다

송주상(무균) 2019-09-01 23:58:32

이영호가 다시 한번 <스타크래프트> 왕좌를 차지했다.

 

9월 첫날, 어린이대공원 능동 숲속의무대에서 펼쳐진 아프리카TV 스타리그(이하 ASL) 시즌8 결승전에는 'Snow' 장윤철과 'Flash' 이영호가 맞붙었다. 공교롭게도 장윤철과 이영호 모두 각각 테란 상대 승률, 프로토스 상대 승률이 76.9%로 같은 상황이었다. 여기에 이영호가 ASL 시즌5에서 자신을 탈락시킨 장윤철에 대한 '복수극'이 펼쳐져 많은 팬의 관심을 샀다. 어린이대공원에는 유료 관중 1,200여 명을 포함해 3천 명이 넘는 팬들이 찾아와 뜨거운 응원을 펼쳤다.

 


하지만 이영호는 모두의 생각보다 강했다. 많은 전문가와 팬들이 이영호의 우세를 점치면서도, 치열한 결승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신의 경기를 차분하게 풀어낸 이영호는 장윤철을 상대로 4 대 0 완벽하게 승리하며 ASL 시즌8 왕좌에 앉았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ASL 4회 우승, 개인 통산 10회 우승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 "벌처, 왜 이영호가 하면 사기 유닛이죠?"

1세트(멀티버스) 이영호(T) 3시, 장윤철(P) 7시 

 

 

이영호의 벌처가 게임을 지배했다. 

 

경기 초반 이영호는 원 팩토리 - 원 스타포트 빌드를 선택했고, 벙커를 미리 앞마당에 건설하며 심리전을 걸었다. 상대 본진에 4벌처 드랍을 시도했지만, 장윤철은 차분하게 방어했다. 오히려 상대 벙커까지 파괴하며 이영호가 앞마당에 나오지 못하도록 틀어막았다.

 

장윤철은 차분하게 유리한 상황을 굳히려 했다. 드라군 숫자를 늘리고, 앞마당과 9시 지역에 멀티를 올렸다. 하지만 이영호는 노련한 선수였다. 자신이 불리한 타이밍이라고 판단한 이영호는 쉬지 않고 상대 멀티를 계속해서 벌처로 견제했다. 특히 장윤철의 수비 동선이 길다는 점을 활용해 시간을 벌었다. 

 

장윤철은 큰 피해 없이 수비에는 성공했지만, 앞마당을 되찾은 이영호에게는 승리를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시즈탱크 위주의 병력을 완성한 이영호는 장윤철 앞마당을 향해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했고, 드라군 위주의 병력을 가지고 있던 장윤철은 결국 패배를 인정했다. 

 

 

# 신들린 이영호, 아비터 리콜 위치 미리 파악하며 2세트도 승리!

2세트(네오 실피드) 이영호(T) 7시, 장윤철(P) 5시

 


이영호의 신들린 예측 능력이 장윤철의 아비터 러쉬를 번번이 막아내며 2세트도 승리했다.

 

양 선수 모두 앞마당을 가져가며 초반에는 무난하게 운영했다. 하지만 장윤철은 시즈모드가 업그레이드되기 전 시즈탱크를 순간적으로 모두 잡아내는 등 1세트와 다르게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기세를 올린 장윤철은 계속해서 이영호의 멀티와 본진을 견제했고, 그 사이 자신의 멀티는 3개까지 늘렸다.

 

아비터를 준비한 장윤철은 리콜을 통해 이영호의 본진과 멀티를 견제했다. 이영호는 신들린 예측 능력으로 리콜 지역에 미리 기다리고 있던 병력으로 리콜한 병력을 큰 피해 없이 모두 처리했다. 방어에 성공한 이영호는 조금씩 센터 지역을 차지하기 시작했고, 장윤철은 급해졌다. 아비터 리콜을 통해 이영호의 중앙 진출 타이밍을 저지했다. 

 

 

이내 이영호의 11시 멀티도 아비터 리콜을 통해 견제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영호는 자신의 멀티를 지키러 가는 대신, 상대방 본진을 향해 진격을 시작했다. 장윤철 입장에선 리콜 병력이 오히려 쓸모없는 상황이 연출됐고, 이영호는 상대 앞마당 멀티까지 파괴하며 승기를 잡았다. 시즈탱크 위주로 구성된 묵직한 병력을 막기에는 장윤철의 지상 병력은 역부족이었고, 결국 이영호가 2세트도 승리한다. 

 

 

# '프잘알' 이영호, 정확한 타이밍 러쉬로 승리!

3세트 (트라이포드) 이영호(T) 11시 장윤철(P) 3시

 

 

이영호의 높은 프로토스전 이해도가 빛나며, 장윤철의 캐리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앞마당 멀티를 가져간 이영호는 장윤철의 견제를 고려해 수비적인 운영을 준비했다. 반면 장윤철은 앞마당과 센터지역 멀티를 준비하며 과감하게 게임을 시작했다. 장윤철의 센터 멀티를 발견한 이영호는 시즈탱크로 견제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장윤철은 5시 지역에도 추가 멀티를 올렸다.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장윤철은 캐리어를 준비했지만, 신들린 스캔을 통해 캐리어 빌드를 확인한 이영호는 골리앗 위주의 조합을 발빠르게 준비했다. 캐리어가 다수 모이기 전, 이영호는 장윤철의 본진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이 공격이 막히면 장윤철이 승리하는 상황. 이영호는 장윤철의 지상 병력이 자리 잡기 전에 매섭게 본진에 입성한다.

캐리어가 어느 정도 모였지만, 캐리어를 받쳐주는 지상 병력이 거의 남지 않았다. 지상 병력을 생산할 건물도 남지 않는 장윤철은 골리앗 위주의 이영호 병력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3세트마저 이영호의 승리로 끝난다.

 

 

# 이보다 완벽한 테란은 없다! 이영호 4세트 내리 따내며 퍼펙트 우승!

4세트 (신 피의 능선) 이영호(T) 1시 장윤철(P) 7시

 

 

장윤철이 빠르게 앞마당 멀티를 올렸지만, 이영호는 멀티를 2개 올리며 더 부유하게 시작했다. 정찰을 통해 이영호의 멀티 수를 확인한 장윤철은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대로 흘러가면 장윤철에게는 패배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를 알고 있는 장윤철은 계속해서 드라군 러쉬를 감행했다. 셔틀-질럿을 이용하며 멀티를 파괴하나 했지만, 시즈모드가 업그레이드된 시즈탱크와 죽기살기로 달려드는 다수의 일꾼을 걷어내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이영호는 멀티 2개를 가져가는 데 성공한다.

 

 

장윤철은 포기하지 않고, 멀티를 따라가며 캐리어를 모았다. 이영호의 탱크를 계속해서 파괴하며 그의 진출을 저지했지만, 3세트와 비슷하게 캐리어가 다수 모이기 전 이영호의 병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골리앗-탱크 조합을 앞세운 이영호의 병력은 10번째 우승컵을 향해 진격했다. 장윤철의 멀티를 파괴한 이영호는 멈추지 않고 상대 본진을 향해 움직였다. 

 

결국 이영호는 모든 세트에서 승리하며, 4 대 0 완벽한 승리로 자신의 우승을 자축했다. 이번 ASL 우승으로 그는 개인 리그 통산 10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 "나가는 대회마다 다 우승하고 싶다"

 

전설이 됐다. 이영호는 ASL 시즌 8 우승으로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에서 ASL 단일 리그 4회 우승, 개인 통산 10회 우승이라는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기록을 달성하며 스스로 전설로 거듭났다. 

 

하지만 아직 그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부족하다. 이영호는 결승전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할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우승 원동력을 '승부욕'으로 꼽은 이영호. 승리 하나하나가 더 큰 전설이 될 이영호의 차기 시즌이 더 기대된다.

 

이하는 결승전 이후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우승 소감은?

이영호: 오랜만에 우승해서 기쁘다. 결승이 생각보다 어려운 승부가 되리라 생각했지만, 제 생각보다는 쉽게 이긴 것 같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인터뷰 끝나고 집에 가면 실감이 날 것 같다. 지금은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ASL 4회 우승, 개인 통산 10회 우승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역사에서 아무도 해내지 못한 기록을 달성했다는 사실이 기쁘다. 정말 해보고 싶었다. 또 단일리그 4회 우승을 드디어 해내서 기쁘다. 현역일 때 늘 3회 우승에서 그쳐 아쉬웠는데, 이번에 달성해서 아홉수를 넘긴 것 같아서 더 기쁘다.


장윤철 상대로 특별히 준비했나? 이번 결승전 중 특별하게 준비한 세트가 있나?

준비했다. 1세트는 서로 전략을 준비해서 어지러운 경기가 될 것이라 예상했고, 예상대로 정신없었다. 3세트와 4세트는 장윤철 맞춤 빌드였다. 아머리 2개를 동시에 올리며 공방 11업과 동시에, 앞뒤 보지 않고 무조건 공격하는 빌드였다. 4세트 이후 맵이 프로토스가 유리해 걱정했는데, 빌드가 성공적으로 먹혔다.
 

3세트 상황을 자세히 듣고 싶다. 장윤철이 초반 멀티를 여러 개 가져갔다. 하지만 파악을 못 해서 팩토리도 늦고, 불리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골리앗과 시즈탱크 러쉬가 막혔다면, 패배했을 수도 있다. 뚫을 수 있는 자신이 있었나?

트라이포드 스타팅포인트 간 거리가 멀어서 타이밍 러쉬를 오지 않을 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역으로 이용했다. 트라이포드는 언덕 밑에만 가도 테란이 좋은 지형이라 판단했고,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습할 때도 캐리어가 다수 모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프로토스에 지지 않았다. 대회 특성상 윤철이가 긴장할 것도 고려했다. 제가 타이밍을 잘 잡기도 했고, 그래서 백 퍼센트 통한 것 같다.
 
 
다음 시즌, 김택용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택뱅리쌍' 모두가 모인다. 기대하고 있나? 또 팔이 아픈데 다음 시즌 출전할 계획인가?

개인적으로는 너무 재밌을 것 같다. 8월 중순 MRI를 찍을 예정이었는데, 계속 대회에서 승리하며 늦어졌다. 다음 시즌은 팔 상태에 따라서 출전이 정해질 것 같다. 이번 시즌은 꾹 참고했다. 다행히 결실을 본 것 같다. 선수라면 항상 대회를 나가고 싶다. 여건이 되는 한 최대한 나가고 싶다.
  

첫 우승부터 오늘까지 오는 데 11년이 걸렸다. 기억 남는 순간이나 상대가 있나?

아무래도 이제동 선수가 가장 많이 싸웠던 선수라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일 년 동안 결승에서만 4번이나 싸우기도 했다. 이제동 선수가 가장 많이 만났고, 가장 치열하게 싸웠다. 


다음 목표는?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하고 싶다. 우승확률이 50% 정도 되는 것 같다. 이것을 깨기 싫다. 두 번 중에 한 번 우승하는 것이다. 제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다. 정말 나가는 대로 다 우승하고 싶다.
 

고마운 사람?
 
연습을 도와준 송병구, 변현제, 도재욱, 정윤종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응원을 와주신 팬분들에게 고맙다. 오늘 여자친구가 처음으로 직접 경기장에 찾아와 응원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부모님께 제일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킨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승부욕이라고 생각한다. 십 년 전을 돌아봐도 남다른 승부욕때문에 더 잘 할 수 있었다. 저는 지는 게 너무 싫고, 특히 <스타크래프트>는 더 지기 싫어서 유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한 마디는?

1년 전 성공할 수 있었던 기록이었다. 계속 성공하지 못해 오래 걸렸다. 이번 시즌은 팬들이 더 응원해준 것을 느꼈다. 저도 팬들의 응원을 보고, (팔 아픈 것을) 참으면서 경기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실망하게 하지 않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이영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