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BIC 2019] 개발자들이 고민하는 난제에 대한 크래프톤 '미스트오버' 개발자의 답변

크래프톤 한동훈 PD가 전한 ‘게임 개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박준영(백야차) 2019-09-05 18:08:12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은 “이렇게 게임을 만들면 재미있을까?”, “어떻게 하면 버그를 줄일 수 있지?”등 늘 궁금증으로 가득 찬 하루를 보낸다. 사람마다 궁금증의 종류가 다르겠지만 게임을 처음 만드는 사람부터 배태랑 개발자까지 공통으로 궁금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단연 ‘다른 개발자는 게임을 어떻게 만들까’는 부분이다.

 

크래프톤에서 <미스트오버>를 만들고 있는 한동훈 PD는 이런 개발자들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BIC 컨퍼런스 현장을 찾아 ‘게임 개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미스트오버> 개발 히스토리 리뷰를 전했다. 개발자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개발 경험을 공유한 오늘(5일) 강연을 강연자 시점에서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크래프톤 한동훈 PD

 

현재 <미스트오버>를 만들고 있는 '아이모'라는 팀은 처음에는 크래프톤 소속이 아니었다. 팀은 2011년 아이폰이 국내 상용화되기 시작하면서 이에 맞는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다짐에서 시작했고, 당시 3명이 <포켓 프린세스>라는 게임을 만들었다. 이후 2015년 6월에 로그라이크 요소가 녹아있는 RPG <포켓 원정대>를 출시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지난 지금. 오는 2019년 10월 <미스트오버>를 출시할 예정이다.

 

"게임 개발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이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개발자마다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미스트오버>를 만들게 된 계기가 뭐냐 물어본다면 '<포켓 원정대>를 만들고 나서 복수심에 불타서'가 아닐까 싶다. 

 

<포켓 원정대>를 처음 기획할 때는 로그라이크와 RPG를 접목하면 특이한 작품이 나올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로그라이크 RPG인 <포켓 원정대>를 만들었는데, 문제는 상업성을 생각하다보니 로그라이크 요소를 줄였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도저도 아닌 모바일 RPG가 탄생해버렸고, 시장의 반응도 좋지 못했다. 때문에 '조금 더 잘했으면 어땠을까?'는 후회가 많았다. 이런 후회와 개선 의지가 <미스트오버> 개발로 이어졌다.

 


<미스트오버> 개발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첫 번째는 제대로 된 로그라이크 게임을 만들자. 두 번째는 거듭 로그라이크 게임을 만드는 만큼 노하우를 쌓고 팀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것이였다. 그렇게 2017년 9월 <미스트오버> 개발을 시작했고 로그라이크 요소를 재밌게 살리려면 신경 써야 하는 키워드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로그라이크 재미를 살리는 키워드는 긴장감, 합리적 선택, 새로운 경험이다. 여기에 한 번 죽은 캐릭터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영원한 죽음도 있다. 때문에 새로운 플레이에 같은 선택 환경이 주어지면 재미를 느끼지 못하며 매번 새로운 선택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요소를 살려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개발 한 달 만에 결과가 나와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

 

<미스트오버>는 스팀과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하는 턴제 로그라이크다
게임은 멸망의 공포 속에서 살아남은 인류가 생존을 위한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개발을 하다 보니 여러 궁금증이 생겼다. 제대로 된 로그라이크 게임을 만들기 위해 '페이 투 윈' 전략을 쓰지 않고자 플랫폼을 콘솔로 정하고 만들었는데, 한국에는 콘솔 개발 경험이 많은 개발자를 찾기 힘들었다. 여기에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만족할지, 유통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에 대해 고민 하다 내린 답은 '모르면 물어보자'였다. 그래서 각 분야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기 시작했다.

우선 유저들이 우리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개발 의도는 제대로 전달되고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유저들을 만나 게임을 소개하고 시연하며 피드백을 들었다. 이때 유저들이 전하는 피드백은 개발자들이 상처받지 않게끔 이야기해 주는데, 개발자들은 이 피드백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의도'를 캐치해야 한다. 특히, 개발자가 전달하고자는 개발 경험이 유저들에게 전달됐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플랫폼 기술 지원에 대한 고민 역시 이렇게 직접 물어봐서 해결했다. PS4, 닌텐도 스위치 등에 대해 개발자들이 알고 싶은 내용은 아무리 인터넷을 검색한다 하더라도 나오지 않는다. 이는 오직 해당 회사에 기술 지원을 요청해야만 답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일주일에 수십 가지 질문을 하는 등으로 담당자들을 힘들게 했던 경험이 있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점이 있다면 닌텐도가 '인디라' 등으로 인디 게임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게임을 모바일이나 PC 버전으로 만들면 파편화가 심한 반면, 닌텐도 스위치는 단일 플랫폼 테스트에서 통과되면 모든 기기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봐도 될 정도로 파편화 걱정이 없는 점도 알게 됐다.


유통에 대한 고민 역시 직접 물어보면서 해결했다. 작년 말까지 유통사들을 매달 만났고 이 과정에서 유통에 대한 지식을 얻고 궁금증도 해결했다. 또한 유통사에 물어보고 대화가 오가는 과정에서 현재 내가 만들고 있는 게임에 대한 경쟁력을 보다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다소 상처받을 수 있긴 하지만 시장에 선 내 게임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개선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개발 환경이다. 게임 개발하며 가장 중요한 건 무슨 툴을 사용하냐보다 소통과 정보공유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다. 사실 최근 대형 개발사들은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접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현재 게임 개발에 있어 가장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계층화된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다. 큰 기업이 많은 인원으로 개발하다 보면 직급별로 알고 있는 정보에 차이가 생긴다. 즉, 정보 계층화가 생기는 것이다. 때문에 뭔가를 개발하고 있다면 정보를 공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개발자들은 개발 목적과 플레이 경험을 확립하고 제작을 시작해야 한다. 이 부분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게임은 산으로 가게 된다. 다음으로 유저와 최대한 많은 접점을 만들고 플레이 경험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발자가 재밌다고 생각한 부분이 유저들에게도 전달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개발하고 있는 플랫폼 홀더를 적극 활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며, 이와 함께 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물어보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정보를 계층화하지 말고 개발원들이 소통했으면 한다. 지금까지 <미스트오버>를 만들면서 했던 결정들을 전했다. 이야기 한 부분들이 앞으로 어떻게 게임을 만들까에 대한 답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