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두뇌전략 게임 <바투>가 22일 한국과 중국에서 오픈 베타에 돌입했다. 내로라하는 한중 프로기사들이 참여하는 초청전도 열린다.
이플레이온(eplayon)은 22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바투 인비테이셔널’ 개막식을 개최했다. 조훈현, 이창호, 유창혁, 박지은, 구리, 창하오 등 한중 프로기사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지명식과 시범경기, 질의응답 순서가 진행됐다.
이플레이온이 2년 동안 개발한 <바투>는 바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두뇌전략 게임이다. 빠른 진행과 전략승부를 위해 기존의 바둑의 규칙을 파격적으로 바꿨다.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돌 3개를 놓고 시작하며, 상대에게 보이는 않는 돌인 ‘히든’, 히든을 찾아내기 위한 스캔 등 반전의 묘미를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바둑이 100% 논리로만 승부를 겨뤘다면, <바투>는 심리전, 연막작전, 운 등의 요소를 활용한 전면전을 추구한다. <바투>는 철저히 e스포츠로의 육성에 초점을 맞춰 기획되었고, 게임규칙 자체를 특허로 출원할 정도로 ‘게임성’에 힘을 쏟았다.
사실 배우는 데 시간이 걸리는 바둑의 진입장벽은 <바투>도 (짧아졌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대중화를 위해서는 ‘바둑팬’과 ‘게임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상황. 22일 행사에서 나온 <바투>의 향후 전략과 계획을 정리했다.
<바투>의 게임화면. 바둑과 유사한 느낌이지만 다양한 변주가 시도되었다.
<바투>는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런칭됐다. 바둑을 폭넓게 즐기는 중국 공략에 비중을 둔 것이다. 이를 위해 이플레이온은 중국 최초의 디지털바둑전문채널과 인터넷 바둑사이트를 운영하는 북경메가문화유한공사와 공동으로 <바투>를 만들었다.
실제로 <바투>의 개발이 진행된 2년 동안 한중 프로기사와 보드게임 전문가들이 수 천 회가 넘는 테스트를 거듭했다. 이를 통해 마련된 규칙과 변수들로 경기시간은 10~20분 정도로 줄었고, 바둑에 비해 즐기고 관전하는 부담이 줄어들었다.
한국과 동시에 오픈 베타가 시작된 중국의 <바투> 홈페이지.
<바투>는 기획단계부터 철저하게 e스포츠화에 초점을 맞췄다. 한중 오픈 베타와 함께 대규모 초청전과 상설리그가 준비되어 운영된다.
우선 오픈 베타에 맞춰 한중 프로기사 10명이 출전하는 총상금 2억 원 규모의 ‘바투 인비테이셔널’이 열린다.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기사 조훈현, 유창혁, 이창호 등이 모두 출전하기 때문에 일단 ‘관심’은 확보한 상황.
내년 3월부터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상설리그 ‘바투 월드 챔피언십’(가칭)을 중국 북경메가문화유한공사와 공동으로 개최한다. <바투> 프로선수도 육성하고, 일본·대만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혀가며 동아시아 기반의 ‘글로벌 e스포츠’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초청전에 참가하는 한중 프로기사들. 앞줄 왼쪽부터 조훈현, 유창혁, 이창호, 창하오.
이플레이온은 2006년 11월 설립된 게임 개발·서비스 회사다. 온게임넷과 바둑TV 등을 보유한 온미디어의 자회사이자, 오리온 그룹의 계열사로 ‘온게임넷’을 만들었던 황형준 본부장을 사업을 이끌고 있다. 온미디어의 전폭적인 지원과 e스포츠화는 무엇보다 막강한 ‘경쟁력’이다.
조훈현, 이창호 등 국보급 프로기사를 게임대회로 끌어낸 힘도 바로 ‘온미디어’의 매체력인 셈이다. 온게임넷의 ‘바투 스타리그’로 젊은 e스포츠 팬들에게 <바투>를 알리고, 한중 프로기사들의 바투 인비테이셔널로 바둑TV의 바둑 팬들에게 <바투>를 권하는 구도다.
이플레이온의 황형준 본부장은 PD 시절부터 e스포츠의 가능성을 보고 온게임넷을 만들었던 인물.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바투>를 ‘문화’로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황 본부장은 “바둑은 어렵다. 하지만 바둑만한 전략게임도 없다. 문제는 너무 심오해서 접근이 힘들다는 것이고, 시청자가 보아도 이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바투>는 바둑을 현대화하는 프로젝트로, 바둑에는 적었던 ‘우연’이라는 요소를 넣어서 플레이어와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중 프로기사들은 <바투>에 대해 새롭고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이 꼽은 바둑과 <바투>의 대표적인 차이점은 ‘경기시간이 짧고, 히든이 있다’는 점이다.
조훈현 9단(오른쪽 사진)은 “테스트 기간 동안 <바투>를 해봤다. 3 점을 놓고 시작하는 것과 히든을 쓰는 재미가 핵심이다”라며 <바투>의 특장점을 짚어냈다. 그는 <바투>로 정체된 바둑이 활성화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훈현 9단은 ‘바투가 바둑의 정통성을 해친다는 의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어려운 답변이다”라고 운을 뗀 뒤 “바둑이 조금 침체기라고 할까… 그런 시기다. <바투>를 하려면 바둑의 규칙을 알아야 하고, <바투>를 잘하려면 바둑의 전략도 알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바투>의 인기가 올라가면 바둑의 인기도 함께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국내 바둑계의 거목인 조훈현 9단이 ‘바투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후배 유창혁, 이창호, 박지은 등이 함께 참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국내 대형 게임포털에서는 ‘바둑’이 효자 컨텐츠로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바투>가 온라인에서 바둑을 두는 ‘바둑팬’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게임포털도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이다.
황형준 본부장은 “기존에 바둑을 두는 유저층도 주요 타깃이다. 바둑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게임포털 3~5 곳과 채널링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대표적인 바둑 사이트에서는 대부분 <바투> 만날 수 있도록 해서 유저층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바투>는 현재 한게임, 넷마블, 피망 등의 게임포털에 채널링 서비스가 될 예정이며, 타이젬 같은 바둑포털에도 제공될 전망이다. 새로운 유저층의 확보도 목표지만, 기존의 바둑 유저층에게 어필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황형준 본부장은 “마케팅이 쉽지 않다”고 하면서도 다양한 접근방식을 제시했다. 게임채널과 바둑채널을 통한 e스포츠로의 전개와 게임포털을 통한 채널링 서비스는 그 첫 걸음이다.
온미디어가 게임사업에 진출하면서 설립한 이플레이온의 선택은 일반적인 온라인게임 개발이나 퍼블리싱이 아니었다. ‘몸이 잘 맞는 옷’인 e스포츠와 바둑의 현대화를 고른 그들의 선택이 어떨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바투 인비테이셔널 조지명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는 유창혁 9단.
조지명식 후에는 조훈현 9단과 창하오 9단의 한중 <바투> 시범경기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