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물 심의 수수료가 큰 폭으로 오른다. 온라인 RPG의 경우 10배 이상 인상될 예정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는 최근 수수료 인상을 위한 ‘심의규정 개정안’을 공개하고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심의 수수료를 단계적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수수료 인상은 플랫폼과 장르, 네트워크 플레이와 한글화 여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 온라인 RPG의 경우 10배 이상 인상
인상될 수수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바로 ‘장르’. 현재는 장르의 구분 없이 13만 원의 수수료가 부과되지만 앞으로는 4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차등 적용된다. 1군(RPG)에 속하는 온라인 RPG는 현행 13만 원에서 2009년에 135만 원으로 인상되고, 2010년에는 157만 원까지 오른다.
2군(FPS, 베팅성 웹보드, 대전, 격투, 어드벤처, 시뮬레이션)에 속하는 온라인 FPS는 현행 13만 원에서 2009년에 90만 원으로, 2010년에 105만 원으로 인상된다. 1·2군에 비하면 낮지만 3군(퍼즐, 보드, 스포츠, 체감형)과 4군(교육용)의 수수료도 2009년과 2010년에 연이어 오른다.
장르 외의 변수도 수수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우선 외산 게임은 한글화가 되어 있지 않을 경우 10%의 추가 수수료가 부과된다. 베타테스트 등 ‘시험용 게임물’은 정식 수수료의 30%만 내게 되며, 패치 신고는 지금과 똑같이 무료다. 단, 패치가 재심의 대상이 될 경우는 ‘신규 심의’와 똑같이 정식 수수료를 100% 내야 한다.
■ 게임위 “현행 수수료는 1999년 기준”
게임위는 수수료 인상의 대해 “현행 수수료는 1999년 영상물등급위원회 시절에 책정된 것으로 10년 동안의 물가인상, 심의원가 상승 등의 요인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심의 업무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게임위는 작년부터 실시한 외부 연구용역의 결과로 나온 ‘수수료 인상폭’의 40%만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2년 동안 공청회를 통해 수수료 인상은 계속 설명했던 내용이고, 의견수렴을 위해 800개 이상의 게임사에 관련 내용을 우편으로 발송한 상태”라고 말했다.
■ 시장 열악한 PC·콘솔 업체는 부담가중
심의 수수료 인상안에 대한 게임업계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특히 시장 상황이 열악한 PC·콘솔 패키지 게임 유통사들은 부쩍 오르는 수수료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현재 DVD 미디어로 제작된 콘솔 게임은 장르에 관계 없이 50만 원의 수수료를 내고 있지만, 수수료가 인상되면 RPG는 약 170만 원으로, 액션은 약 110만 원으로 오른다. 앞으로 Xbox360과 PS3로 동시에 나오는 RPG의 심의를 받으려면 340만 원(170X2)이 필요한 셈이다.
캡콤코리아의 관계자는 “내년 초에 <바이오 하자드 5>와 <스트리트 파이터 4> 등 멀티플랫폼으로 나올 신작이 많은데 수수료가 오르면 부담이 커진다. (인상안에) 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중삼중의 비용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고충을 밝혔다.
한편, 게임위는 인상되는 수수료를 심의 서비스 개선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게임위 관계자는 “내년에는 온라인 심의시스템을 강화하고, 심의상황을 알려주는 SMS(문자) 서비스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상근위원 제도가 도입되어 앞으로 위원장을 포함해 총 3명의 심의위원이 상시 근무한다. 이를 통해 심의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일 예정이다. 심의기준과 제도에 대한 연구용역도 실시한다”며 계획을 밝혔다.
현재 심의 수수료 인상안이 포함된 ‘개정안’은 관보에 입법예고가 된 상황이다. 게임위는 1월7일까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상이 없으면 2월1일부터 인상된 수수료를 적용할 계획이다.
게임위가 발표한 새로운 심의 수수료 산정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