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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 "e스포츠 위한 법과 제도 바뀌지 않으면, 그리핀 사건 또 터진다"

'e스포츠표준계약서법'을 대표 발의한 이동섭 의원, "근본적인 해결책 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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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상(무균) 2019-11-29 17:00:04
지난 10월 16일 김대호 드래곤X 감독(전 그리핀 감독)의 폭로로 시작된 '그리핀 사건'은 '카나비' 서진혁 선수가 징동게이밍(JDG)로 완전 이적에 성공하며 일단락됐다. 또 LCK운영위원회는 '제2의 카나비'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방안도 약속했고, 스틸에잇은 그리핀과 선수 간의 불공정 계약에 대해 사과하며 선수와의 계약 자체를 무효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불공정 계약으로 인한 피해자는 또 나올 수 있다. 특히 많은 e스포츠 선수가 미성년자라는 점도 큰 불안 요소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22일, 이동섭 의원은 '이스포츠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스포츠 진흥법 개정안은 모든 e스포츠 선수는 문체부가 정한 표준계약서로 계약해야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e스포츠 선수를 법과 제도로 보호할 수 있는 기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법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묶여있다. 법안을 발의한 이동섭 의원에게 이번 이스포츠 진흥법 개정안의 필요성과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 (출처: 이동섭 의원실 제공)

 

 

디스이즈게임: 지난 10월 22일, 모든 e스포츠 선수는 문체부가 정한 표준계약서로 계약을 해야 하는 이스포츠 진흥법 개정안, 다시 말해 'e스포츠표준계약서법'​을 내놨습니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하 이동섭 의원): e스포츠표준계약서법은 이미 지난해부터 발의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조문은 완성해 둔 상태에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지, 불공정 계약 사례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했습니다. 또 실제 e스포츠 구단 관계자 및 선수들에게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과거에는 e스포츠 선수를 위한 표준계약서가 없었나요?

 

이동섭 의원: 사실 e스포츠에 표준계약서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스타크래프트 시절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때는 종목사(게임을 만든 회사를 말함)는 표준계약서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만든 표준계약서는 있었지만, 그마저도 구속력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우리나라 e스포츠계에 공정하지 못한 계약과 폭언‧폭력 등이 고질병처럼 이어져 왔습니다.

 

 

법안 발의 시점을 고려할 때, 그리핀 사건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해주세요.

 

이동섭 의원: 그렇습니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그리핀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종목사나 협회만 믿고 맡겨두면 안 됩니다. 정부에서 e스포츠 구단 및 선수, 전문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종목별 특색에 맞추어 표준계약서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표준계약서가 생기면 공정하고 명확한 기준에 따라 선수와 구단이 계약을 맺게 되기 때문에 서진혁 선수와 같은 불공정 계약사례가 발생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e스포츠표준계약서법이 도입되어야만 하는 이유이자 목표입니다.

 

 

 

e스포츠표준계약서법법안소위(법안을 심사하는 소위원회)가 열리지 않아 묶여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동섭 의원: 법안 발의부터 현재까지의 경과를 말씀드리기에 앞서, 법안이 발의되면 통과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설명 드리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법안이 발의되면 이 법안을 담당하는 상임위원회에 회부가 됩니다. e스포츠표준계약서법의 경우 제가 있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해당합니다. 이후 법안은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이 되고, 상정된 법안 중 발의 시점 및 중요성에 따라 법안소위에서 논의하게 됩니다. 

 

이 법안소위가 아주 중요합니다.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법안은 크게 이상이 없는 한 본회의까지 통과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법안은 다시 한번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하게 되고,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 및 자구를 정비하여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투표를 통해 심사받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1) 법안 발의하고 (2) 상임위원회로 넘어간 뒤, (3)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 올라가야 하네요. 이어서 올라간 법안 중 일부만 (4) 법안소위에서 논의를 거치고 (5) 법안소위 통과된 법안이 다시 의결된 뒤, (6) 법제사법위원회가 정비해야 하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7) 본회의 투표까지 해야 한다니, e스포츠표준계약서법 통과에 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처럼 보입니다.


이동섭 의원: e스포츠표준계약서법은 10월 22일에 발의했습니다. 이번 상임위원회의 경우 10월 18일까지 발의된 법안들만 상정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대로 두면 상정 대상에 미포함 되고, 이로 인해 법안소위에서 심사가 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민주당과 한국당 간사들을 설득하여 상정 목록에 포함했습니다. 고비가 한 차례 더 있었는데요, 이 법안은 발의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법안소위에서 심사받을 수 없는 위기였습니다. 이번에도 여야 간사들을 설득해서 심사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다른 정당의 의원을 설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 같습니다. 특별히 이번 e스포츠표준계약서법 통과를 위해 많이 노력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이동섭 의원: 이번 법안은 ‘빠를수록 좋다’라고 생각해서 서둘렀습니다. 법안 공포 후 제도 마련을 위한 최소한의 기한인 3개월의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시간이 촉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시즌에 바로 적용을 할 수 없더라도, 최대한 조속히 통과되어야 그다음 스토브 리그에서라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내년 4월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어서 사실상 무산됩니다.

이동섭 의원: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전문위원, 법안소위 여야 의원들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저는 법안을 발의한 이후에 이들 모두에게 각각 법안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설득했습니다. 법안소위가 열리기만 하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아쉽게도 민주당과 한국당의 정쟁으로 법안소위가 열리지 못하게 되어 매우 초조합니다. 20대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민주당과 한국당을 설득해서 법안소위가 열릴 수 있게끔 설득하고 있습니다.

▲ 이제서야 그리핀을 떠나 JDG에 정식 입단한 '카나비' 서진혁 선수.

 

 

의원님은 이번 그리핀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이동섭 의원: 그동안 우리나라 e스포츠는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문제는, 질적 성장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양적 성장만 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규모에 걸맞은 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핀 사건도 이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그리핀 사건은 하태경 의원이 계속해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e스포츠 팬들에게 큰 호응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평소 e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이동섭 의원이 왜 침묵하는지 궁금해하기도 했습니다.

 

이동섭 의원: 그리핀 사건 발생 직후 하태경 의원과 각자의 강점을 살려 하태경 의원은 이슈파이팅을, 저는 입법과 정책 개선을 통해 사건에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그리핀 사건에서 하태경 의원이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하태경 의원은 이슈메이킹을 워낙 잘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대중들에게 인식시키고 널리 알리면서 구단과 종목사를 압박했습니다. 덕분에 청와대 청원도 20만을 넘겼습니다. 

 


 

의원님은 이번 사건 이전부터 '불법핵 처벌법', '대리 게임 처벌법' 등을 통과시키며 입법 위주의 활동을 하셨습니다. 입법까지의 과정은 길고, 많은 사람이 알아주지 않기도 합니다.

 

이동섭 의원: 물론 법을 발의하고 통과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정말 큰 노력과 설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결국 입법과 정책으로 말하고,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가 해결되면 그 이후로도 언제든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계류 중인 e스포츠표준계약서법 외에도 법과 제도적으로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같습니다. e스포츠나 게임과 관련된 현재 법과 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나요?

 

이동섭 의원: 만일 우리나라의 게임법과 이스포츠진흥법이 잘 만들어져 있다면 제가 게임 관련법을 지금보다 덜 발의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현행 게임법과 이스포츠진흥법 모두 문제가 많습니다. 

 

게임법은 태생이 바다이야기 사태가 원인이 됐기 때문에 진흥의 탈을 쓴 규제법입니다. 또한 이스포츠진흥법은 전통스포츠 진흥법을 뼈대로 그 위에 이스포츠라는 이름만 얹혀 있습니다. 이스포츠는 전통스포츠와 전혀 다른 형태인데 억지로 같은 골격으로 법을 만들다 보니, 실제 이스포츠 현장 생태계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이 법을 가지고는 진흥될 수 없습니다. 

 

또한 불법핵프로그램이나 전문대리게임업자와 같은 게임과 이스포츠, 일반 게이머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내용이 많아서 입법을 통해 문제에 접근해야 이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역대 국회의원중 게임관련법을 최다 발의하고 최다 통과시킨 업적 아닌 업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관련 법안 손질 외에도 앞으로 e스포츠를 위해 꼭 이루고 싶으신 게 있나요?

 

이동섭 의원: 꼭 이루고 싶은 숙원사업이 두 가지 있습니다. 

 

먼저 정부가 이스포츠 인큐베이팅 센터를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현재 몇몇 인기 게임의 대형구단을 제외하고는 이스포츠 선수들과 구단이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큐베이팅 센터를 세워 이곳에 기본적인 연습 공간과 숙박환경을 두고 영세 구단과 선수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이스포츠진흥원 설립입니다. 이스포츠를 진흥시키기 위해서는 이스포츠진흥법으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타 법을 개정해야 할 사항도 매우 많습니다. 그러나 현재 콘텐츠진흥원이 이 역할을 해야 함에도, 이곳은 모든 콘텐츠를 다루다 보니 이스포츠가 가진 역량에 비해 지원이 미비합니다. 따라서 이스포츠 진흥원을 설립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 박양우 문체부 장관과 대화 중인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 (출처: 이동섭 의원실 제공)

 

 

마지막으로 그리핀 사건으로 답답했을 e스포츠 팬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이동섭 의원: 제가 왜 조용히 있는지 궁금한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각자의 강점을 살려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입법과 정책 분야를 통해 물밑에서 'e스포츠표준계약서법'이 빠르게 통과될 수 있도록 큰 노력을 해왔습니다. 

 

다만, 미리 제도가 만들어졌다면 이번 불공정계약 사건과 같은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그 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e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분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 죄송함을 마음에 새기고 앞으로도 다양하고 많은 정책과 입법 활동을 통해 선진화된 시스템을 만들겠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e스포츠 생태계가 더 건강해지게 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많이 지켜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이동섭 의원이 대표 발의한 e스포츠표준계약서법의 구체적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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