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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망겜’이라 말하지 마… 잊혀가는 게임을 지키는 한 사람

국내에서 외면당한 '에이펙스 레전드'를 전문으로 다루는 유튜버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0-10-27 11:58:34

아무런 대가도 없다. 게임사 연락도 없다. 국내 팬덤은 멸종 위기(?)다. 하지만 그는 오늘도 묵묵히 자발적 홍보에 나서고 있다

 

유튜브 ‘KR Apex’ 채널 운영자 김도헌 씨는 <에이펙스 레전드>의 화려한 부활을 염원하며 힘든 길을 걷는 중이다. 자기 유튜브 채널에서 게임정보를 열심히 알리고, 직접 설문지를 만들어 게임 인지도를 조사하는가 하면 EA 본사에 연락해 국내 홍보방향을 문의한 것도 수차례다.

 

돈도 명예도 되지 않는 일에 뛰어들게 만든 <에이펙스 레전드>란 그에게 어떤 게임일까? 우연히 해당 채널을 발견한 이래 그 독특한 행보를 몇 달 동안 지켜본 기자가 김도헌 씨와 직접 대화를 나눠봤다. / 디스이즈게임 방승언 기자



 

(사진: 김도헌 씨 제공)


디스이즈게임: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유튜브 ‘KR Apex’ 채널 운영자이자 트위치에서 ‘도련’과 'fixer'라는 닉네임으로 스트리밍을 진행하는 김도헌입니다. 대전 지역에서 PC방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어요.

 

 

상당히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KR Apex 채널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죠?

 

게임 운영 초기였던 1~2시즌에는 학군장교로 근무하며 많이 플레이하는 일반 유저였어요. 이후 시즌3이 시작됐고, 당시까지만 해도 게임이 꽤 인기여서 저도 플레이 팁을 공유하는 채널을 만들어본 거죠. 원래 영상 분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지금처럼 패치정보, 게임분석, 스토리 요약까지 다루는 종합적 채널이 된 것은 제가 원래 즐겨 보던 ‘에펙튜브’ 채널이 폐쇄된 다음이에요. <에이펙스 레전드> 관련 정보를 알려주던 고마운 채널이었는데, 게임이 갑자기 인기를 잃고 구독자가 빠져나가니까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았던 거예요.

 

그 뒤를 누군가 이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제가 보기에 게임은 아직 건재한데, 유튜브에 버젓한 전문채널 하나도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일종의 사명감이 느껴졌어요. 그렇게 KR Apex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채널만 운영하신 것이 아니라, 본인 일하는 PC방에서 오프라인 홍보도 다양하게 하셨어요. 활동이 워낙 본격적이라 처음에 봤을 땐 당연히 돈 받고 하시는 일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죠. 구체적 활동 내용과 목적을 독자분들께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PC방에서 한 활동은 홍보인 동시에 제 나름의 시장조사이기도 했어요. 애초에 PC방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가, <에이펙스 레전드> 인지도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거든요.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게임을 더 이상 안 하는 원인을 알아보려는 목적이었어요.

 

(사진: 김도헌 씨 제공)
 
그래서 일단 홍보물을 만들어서 잘 보이는 위치에 배치하고, 매장 스크린에 <에이펙스 레전드> 공식 홍보영상이나 플레이영상을 틀었어요. 그리고 손님 중에 영상을 유심히 보시는 분이 있으면, 나중에 자리로 찾아가서 양해를 구하고 인지도 조사를 했죠.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같은  FPS를 하는 손님들께도 똑같이 했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86% 정도는 ‘<에이펙스 레전드>의 존재를 아예 모른다’고 하셨어요. 그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충격적이었죠. 결국 홍보 부족이 큰 문제라는 결론이었고, 당시 수집한 자료 정리가 끝나면 EA 본사에도 전달할 예정이에요.

 

 

설문 결과에서도 그렇고, <에이펙스 레전드>의 국내 인지도는 매우 낮아진 지 오래죠. 본인이 유튜브, 트위치에서 더 흥행하길 원하시면 더 ‘잘 나가는’ 게임으로 전향할 만 한데, 굳이 <에이펙스 레전드를> 계속 붙잡고 계시는 이유가 있다면?

 

저는 <에이펙스 레전드>의 국내 재흥행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봐요. 이만한 게임도 드물거든요. <에이펙스 레전드>는 배틀로얄 장르의 단점을 잘 보완했고, 독보적인 장점도 많아요. 총기 사격음이나 적 쉴드 격파음이 주는 ‘타격감’은 특히 비교불가예요. 스토리 측면에서도 전작 <타이탄폴 2>의 탄탄한 세계관을 제대로 계승했고, 일부 게임과 다르게 스토리 ‘떡밥’도 잘 회수하고 있어요.

 

게임 자체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개발사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의 탁월한 소통 능력도 게임을 못 놓게 만드는 요소예요. 국내 분들은 잘 모르시지만, 해외에서는 <에이펙스 레전드>인기가 많아서 리스폰도 레딧, 트위터, 유튜브로 활발하게 유저와 소통해요. 그리고 여기서 얻은 피드백을 게임에 잘 반영하죠. 그 모습을 보면 게임이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 같고, ‘언젠가는 한국에서도 다시 흥하지 않을까?’하는 희망이 자꾸 생겨요.

 

 

말씀하신대로, 해외 게이머들은 <에이펙스 레전드>에 관심이 많은 편이죠. 그런데 국내에서만 유독 심하게 외면당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선 다들 아시다시피 초기에 터진 대규모 핵 문제가 첫 원인이었죠. 당시 핵 유저는 중국 게이머가 대부분이었는데, 아무래도 접속지연 문제 때문에 서양권보다 아시아권 서버에 접속하는 사례가 많았어요. 그래서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권 유저의 고충이 심했죠. 결국은 여러 사람이 게임을 떠나는 이유가 됐습니다.

 

그런데 핵은 모든 FPS에서 발생하는 문제예요. 그러니까 핵만 가지고는 상황 설명이 다 안 되고, 게임사 대응을 따져봐야해요. 초기 <에이펙스 레전드>는 아무래도 운영팀 규모가 매우 작았다보니 라이엇 같은 기업들과 비교하면 불법게임이용자 제재안내 등 피드백이 미미했어요. 게임을 당장 고칠 순 없더라도 ‘대처 중’ 이라는 느낌을 줘야하는데 거기에 실패한 거죠.

 

(사진: 김도헌 씨 제공)

 

게임 자체 문제와 별개로, 나중에 핵 유저가 줄어들고 게임 상태가 좋아진 이후에도 한국 유저들은 복귀하지 않았어요. 큰 원인 중 하나가 일부 네티즌의 부정적 ‘몰아가기’였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가끔 <에이펙스 레전드> 관련 영상 댓글을 보면, ‘망겜인데 뭐하러 하냐’는 글을 많이 읽게 돼요. 하지만 이런 분들 얘길 잘 들어보면 최근에 게임에 접속 안한 티가 많이 나요. 몇 개월 지난 패치 내용을 언급하고 그러죠. 그런 식의 몰아가기만 없어져도 훨씬 나을 것 같은데 아쉬워요.

 

 

비주류 게임 유튜버를 하시면서 느끼는 애로사항은 뭔가요?

 

채널 규모가 작으니 기획, 자료조사, 게임분석, 번역, 녹음, 편집을 다 혼자 해서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부족해요. 망한 게임이라며 채널을 떠나는 분들을 보면 ‘현타’가 오기도 하고요.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성장도 매우 느려요.

 

그래도 제 콘텐츠를 기다려 주시고, 후원까지 해주시는 구독자분들을 생각하면 포기 못할 것 같습니다. <에이펙스 레전드>가 아녔으면 저 혼자서는 그런 고마운 구독자분들을 얻을 수 없었겠죠. 그래서 <에이펙스 레전드>와 구독자 여러분 양쪽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게임이 언젠가 부활할거라고 정말 믿어요.(웃음) 그때가 되면 먼저 시작한 제가 가장 앞서나가지 않겠어요? 어떻게 보면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홍보와 유튜브 운영은 어떻게 해 나가실 계획인가요? 계획하고 계신 ‘큰 그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EA에게 정식 라이선스를 받아 관련 굿즈를 생산·판매하고 싶어요. 해외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어서 사실 저도 한 번 연락해봤는데, 제가 아직 영향력이 부족한 스트리머이기 때문에 허가는 못 받았어요.

 

김도헌 씨가 직접 제작한 '패스파인더' 조명 (사진: 김도헌 씨 제공)

 

만들고자 하는 굿즈는 흔히 하는 티셔츠처럼 대량생산 가능한 제품은 아녜요. 제가 전기공학과 출신인데, 전공지식으로 만들 수 있는 ‘비밀 아이템’을 몇 개 생각해뒀어요. 힌트를 드리면 벽걸이 장식같은 제품들이에요. 소비자 맞춤형으로 제작할까 해요.

 

또 다른 홍보 방안은 EA에서 진행하는 유튜버 스폰서십 프로그램 ‘게임체인저’예요. 현재는 종합 게임 스트리머이신 ‘치킨쿤’ 님이 이 스폰서십을 받고 있어요. 제가 만약 발탁된다면 치킨쿤 님과 차별화해서 <에이펙스 레전드>만 다루는 전문 홍보맨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에이펙스 레전드>를 떠난 분들과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그 외 하고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게임을 아직 안 해보신 분들이라면, 일단 접속하세요. 게임이 시작되면 어떤 총기든 손에 들어서 슬라이딩 점프도 하고, 총도 쏘면서 특유의 속도감을 느껴보세요. 푹 빠지실 겁니다. 그리고 <에이펙스 레전드>는 TTK(교전에서 상대를 죽일 때까지 걸리는 평균적 시간)가 너무 짧거나 길지 않아서 총쏘는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게임입니다. 해보시면 알 수 있어요.

 

게임을 하다가 떠난 분들은 운영에 실망해서 그만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리스폰도 ‘다 계획이 있다’는 말씀 전해 드리고 싶어요. 소규모로 시작했던 팀 인력이 현재는 많이 늘어났고, 무려 2022년까지 운영계획이 모두 수립돼 있다고 합니다. 믿어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에이펙스 레전드>는 아직 1년 밖에 안된 게임이에요. 현재 겪고 있는 여러 문제가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시 잘 될 가능성은 다분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기회를 빌어 ‘패스파인더 갤러리’에서 저만큼 열심히 <에이펙스 레전드> 정보제공에 힘써주시는 Eolala(어라라) 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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