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스타는 한 번도 안 풀어본 수학 문제 같다. 벡스코 2층 기자실에 앉아 바로 1층에서 생중계되는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밀려온다. "뭐야? 이거 집에서 봐도 되는 거잖아."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부산에 머무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게 일이었다.
어제(20일) 오후도 그렇게 기자실에 앉아있는데 마침 트위치에서 스마일게이트의 스토브 쇼케이스를 하고 있었다. 게임을 만든 개발자가 나와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방송에는 <리로드>를 만든 레빗홀게임즈의 홍보성 대표와 <루시의 일기>를 만든 파란게 프로젝트의 김태훈 대표가 출연했다.
뛰어내려가서 두 사람을 데려온 인솔자에게 잠깐만 시간을 달라고 사정했다. 그렇게 두 대표와 한 자리에서 인터뷰를 했다. 김태훈 대표는 개발비가 다 떨어져 라면 먹어가며 작업한다고, 홍보성 대표는 돈을 벌어서 계속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그랬다.
이름을 파란게 프로젝트로 지은 이유가 무엇인지?
파란게 프로젝트 김태훈 대표: 흔히 파랑새가 행운을 의미한다고 하지 않나. 우리는 (게처럼) 옆으로 좀 돌아가더라도 우리만의 길을 가겠다는 뜻에서 파란게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지었다.
레빗홀게임즈는 뭔가 알 것 같은 이름이다.
레빗홀게임즈 홍보성 대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토끼굴이다. 토끼굴처럼 플레이어를 끌어들이고 싶다는 뜻을 담고 있다.
회사는 몇 명 규모인가?
파란게 프로젝트 김태훈 대표: 일러스트레이터랑 둘이 한다. 시스템, 기획 전부 내가 하고 있다.
레빗홀게임즈 홍보성 대표: 우리는 4명이다. 판교의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일하고 있는데, 곧 입주 기간이 만료돼 걱정이다.
지스타에 와보니 어떤가?
레빗홀게임즈 홍보성 대표: 작년과 많이 달라서 신기하다. 앞에도 안에도 텅 비어있다. 그래도 나름 온라인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해주셨는데 시청자들이 많아서 홍보에 도움이 된 것 같다.
파란게 프로젝트 김태훈 대표: 마찬가지다. 코로나 때문에 휑한 느낌이다. 대기줄이 하나도 없다. 처음 와본 지스타인데 아무 것도 없어서 아쉽다.
레빗홀게임즈 홍보성 대표: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그래야 하는데.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기 직전까지 약 4천 명이 쇼케이스를 보고 있었다. 수천 명 앞에서 인터뷰를 한 셈인데 소감이 어떤지?
파란게 프로젝트 김태훈 대표: 굉장히 떨렸다. 그래도 지금까지 고생한 결과물을 공개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게 준비했다. 긴장을 많이 해서 아쉬운 점도 있다.
레빗홀게임즈 홍보성 대표: 발표는 몇 번 한 적 있는데, 이번에는 방송에 나가는 거라서 엄청 떨렸다.
두 분 게임에 대해서 각각 설명을 듣고 싶다.
파란게 프로젝트 김태훈 대표: <루시의 일기>는 '알만툴'로 만든 슈팅 액션 로그라이'트'다. 성장 요소가 담겨있어서 '크'보다는 '트'라고 말씀드리는 게 맞다.
일반적인 슈팅 게임과는 다르게 무기마다 다른 매커니즘이 들어간다. 탄막을 피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격을 하는 등 역이용하는 요소도 들어간다. 성장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초보자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레빗홀게임즈 홍보성 대표: 우리는 <리로드>라는 타워 디펜스 게임을 준비했다. 페이즈 전에 플레이어가 길을 만드는 특이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랜덤하게 배치되는 타워가 있는데, 플레이어가 길을 만들고 추가로 타워를 짓는다. 그 설정이 끝나면 캐릭터로 조작해서 타워를 건설하고 수리하는 그런 역동적인 플레이 로직을 가지고 있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라고 들었는데, 서로의 게임을 어떻게 보셨나?
레빗홀게임즈 홍보성 대표: 진짜 재밌어 보였다. 되게 분위기도 있어 보였고.
파란게 프로젝트 김태훈 대표: 길을 직접 만드는 타워디펜스는 처음 보는 거라서 신기했다.
두 분 게임이 어떻게 스토브에 입점했는지 궁금하다.
파란게 프로젝트 김태훈 대표: 텀블벅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하다가 거기서 게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러던 중 스토브에서 연락을 줘서 "스토브에도 출시할 생각이 없냐?"라고 물어봐서 그냥 좋다고 했다. 당연히 좋은 일이어서 고민은 특별히 하지 않았다.
레빗홀게임즈 홍보성 대표: 스마일게이트와는 예전부터 인연이 있었다. '멤버쉽'이라는 활동을 통해서 계속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우리도 텀블벅 모금을 진행할 때 연락이 왔다.
스토브가 많이 도와주는 편인가?
레빗홀게임즈 홍보성 대표: 홍보를 많이 도와준다. 보도자료 같은 것도 있고, 이벤트 진행도 해준다. 무엇보다 스토브에서 게임 커뮤니티를 운영할 수 있는데, 우리가 직접 만들려면 힘든 일인데 공간이 미리 마련되어있어 입점하기에 좋았다.
파란게 프로젝트 김태훈 대표: 게임이 노출 한 번 더 되는 게 중요한데, 스토브에 입점하면 스토브 게임을 하는 분들은 한 번이라도 볼 수 있게 되니 그게 좋다. 심의 비용도 지원해준다. 처음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준비할 게 너무 많은데 이 절차와 금액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게 풀려서 좋았다.
스토브에서 이렇게 만들라, 저렇게 만들라 간섭하지는 않나?
레빗홀게임즈 홍보성 대표: 전혀 없다.
파란게 프로젝트 김태훈 대표: 오히려 개발사끼리 만남을 주선해줬다.
언제 출시하나?
파란게 프로젝트 김태훈 대표: 스팀, 스토브 모두 11월 25일에 출시한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버전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9.9달러, 10,500원으로 잡고 있다. 처음에는 20% 할인이 들어갈 예정이다.
레빗홀게임즈 홍보성 대표: 스팀에서 엊그제 새벽에 얼리억세스로 출시가 됐다. 올해 안으로 스토브에도 론칭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얼리억세스 가격은 16,800원. 지금 10% 할인 중이다.
두 분의 목표는 무엇인가?
레빗홀게임즈 홍보성 대표: <리로드>를 많이 팔면 좋겠다. 그래서 정식 론칭까지 잘 끌고 가고 싶다. 그래서 차기작을 만들 원동력도 만들고 싶다.
파란게 프로젝트 김태훈 대표: 자금이 다 떨어졌다. 돈이 있어야 게임을 만드는데, 요즘 라면 먹어가며 개발한다. 돈을 벌어서 다음 작품도 하고 싶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있다면.
레빗홀게임즈 홍보성 대표: 스팀에서 얼리억세스를 시작했다. 타워디펜스나 전략 게임을 좋아한다면 <리로드> 한 번씩 해보시면 좋겠다.
파란게 프로젝트 김태훈 대표: 스토브에서 데모를 했고, 어렵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스토브 없었으면 그런지도 몰랐을 거다. 왜 어렵다는지 보니까 조작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튜토리얼도 넣고 스토리 몰입도도 높였다. <루시의 일기>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