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가 게임사를 믿지 않는 시대. 대형 게임사 앞에는 "각성하라" 문구가 달린 트럭이 오가고, 정치권에서는 "악겜"을 규정하고 있다.
넥슨은 변화를 약속했지만, 유저들은 그간 쌓아온 분노와 불신을 지우지 않았다. "이 시기 넥슨의 브랜드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보여드리지 못하면, 앞으로는 기대감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각오"가 섰다. 신규개발본부는 대규모 채용을 내걸고, 신작 9종의 라인업과 정보를 공개했다.
김대훤 부사장은 2007년 <큐플레이> 개발팀장으로 입사해 <메이플스토리> 해외 서비스, <서든어택> 개발 총괄, 넥슨레드 대표이사 등을 지낸 뒤 2019년 12월부터 넥슨 신규개발본부를 이끌고 있다. 김 부사장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스스로 지금이 "엄중한 시기"라고 평가한 그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전열을 가다듬었고, 새로운 정보와 개발본부의 철학을 공개했다. 희미해진 믿음은 다시 선명해질 수 있을까? 23일 판교 넥슨 사옥에서 김대훤 부사장을 만났다.
본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한 상태로 진행되었습니다.
Q. 디스이즈게임: 넥슨은 임원진이 바뀔 때마다 개발팀 체질을 개선했다. 이번에 신규개발본부로 체질 개선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A. 김대훤 부사장: 과거엔 다양성과 자율성이라는 큰 기조가 있었고 그에 따른 장점도 있었다. 회사에서 '이제는 시너지를 만들 시기가 오지 않았냐'는 판단을 세웠다.
분산됐던 에너지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 모여보자는 판단을 했다. 그렇게 대부분의 조직이 신규개발본부로 모이게 됐다. 데브캣처럼 아예 독립성을 가지고 일하던지, 아니면 아예 하나로 모여서 시너지를 내던지. 이런 전략 방향을 가지고 조직을 변경한 것이다. 2019년 12월부터 신규개발본부의 책임을 맡고 있다.
개별 조직을 묶어주는 넥슨의 전체 철학이나 문화, 비전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년에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의사결정 차원에서 조직문화를 만들기는 어려웠다. 이제는 비전 설정에 주력하려 한다.
Q. 최근 넥슨 게임 중에 잘 됐던 게임은 넥슨코리아에서 만든 게임이 아니라 바깥에서 만든 게임이었다. 신규개발본부의 자체 개발 방식을 기대해도 좋은지?
A. 그래도 넥슨이 예전에는 개성 있는 게임을 가지고 유저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던 회사였다.
개인적으로 언 15년을 이 회사에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최근 흥행작이나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음은 인정한다. 이 시기 넥슨의 브랜드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보여드리지 못하면, 앞으로는 기대감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각오로 열심히 임하고 있다.
3년 안에 5개의 IP를 만들자는 목표다. 사람들이 IP라고 부를 만한 게임을 만들어보려 한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결과물을 유저와 시장에 보여드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그래서 현재 넥슨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게임은 무엇인가?
A. 채용을 위해 라인업에 대한 기본 정보는 드린 적 있다. (아래 참조)
보여드린 라인업이 신규개발본부의 전략과 방향성이라고 어느 정도 말씀드릴 수 있다. 프로젝트가 너무 길어지면서 시장의 변화나 유저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 기존의 틀을 계승하면서도 발전시키고 확장하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프로젝트를 대형화한다는 측면이 있고, 또 재미의 핵심이 완전히 다른 게임들도 있다. 메이저 장르라고 보기 어려운 개성 있고 기발한 게임들도 해보려 한다.
개인적으로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우리가 이전부터 온라인게임에서 다 해왔던 형태의 것들이 단어로 이야기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가상 세계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했고, 그런 것들이 현실로 이어지는 경험도 많다. 즉 넥슨이 잘해왔던 것이고, 여기에 욕심을 내 세상의 변화에 대응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준비한 게 <FACEPLAY>와 <MOD>다.
프로젝트 | 장르 | 플랫폼 | 소개 |
신규 MMORPG |
MMORPG |
PC/모바일 |
- 언리얼 엔진 4 기반의 신규 대작. 하나의 광대한 심리스 월드 위에서 펼쳐지는 실시간 전쟁 MMORPG - 대규모 공성 전투 콘텐츠를 핵심으로 전략적 플레이 경험을 강화 |
프로젝트 SF2 |
캐릭터 수집 RPG |
모바일 |
- 독특한 캐릭터 수집 RPG - 언리얼 엔진 4 기반의 Full 3D 카툰 애니메이션 그래픽과 유쾌하고 통통 튀는 스토리텔링이 특징 - 글로벌 시장 최정상 수집형RPG를 목표로 하는 대형 프로젝트 |
HP |
액션 |
PC |
- 현대적 시각 요소가 일부 가미된 중세 판타지 세계에서, 파괴적인 백병전 전장에 참여하는 고품질 액션 게임 |
테일즈위버M |
MMORPG |
모바일 |
- 원작 스토리의 복원과 모바일 버전만의 오리지널 스토리 추가 - 도트 그래픽의 정점인 원작에서 보다 진화된 그래픽 리마스터 - 전략과 판단이 핵심이 되는 실시간 전투 액션 |
MOD |
게임 메이킹 플랫폼 |
- 새롭고 창의적인 재미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도전적인 프로젝트 - 기존 게임 개발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 |
|
DR |
하이브리드 해양 어드벤처 |
PC/콘솔 |
- 해저 탐험을 테마로 독특한 게임성과 픽셀 & 3D 환경이 어우러진 아트가 강점 |
P2 |
팀대전액션 |
PC/콘솔 |
- 언리얼 엔진 4를 이용하여 독특한 아트와 카메라 시점을 기반으로 한 팀 대전 액션 프로젝트 - 빠른 템포의 전투와 캐릭터들의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통해 시장에 없었던 신선한 게임성 선사 |
P3 |
RPG |
PC |
- 동료들과 함께 중세 판타지 던전을 모험하는 RPG - 실사 기반의 어둡고 위험한 던전 탐험을 테마로 하는 실시간 멀티 플레이 특징 |
FACEPLAY |
- |
- |
- 딥러닝과 비전 컴퓨팅에 기반한 차세대 AI 기술과 반응형 진행/연출 시스템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즐거움 제공하는 신개념 놀이 플랫폼 |
Q. <프로젝트 SF2>는 <슈퍼판타지워>의 후속작인가? 그렇다면 서비스 종료 이후 차기작을 개발하는 부담감이 적지 않을 텐데.
A. 코드명이 <프로젝트 SF2>이긴 한데, 공식적인 <슈퍼판타지워>의 후속작이라고 보긴 어렵다.
물론 핵심 개발진은 다 있고, 그들의 결과물을 살려서 좋은 게임을 만들 것이며, <슈퍼판타지워>의 개성이나 인물들도 따올 생각이다. 그렇지만 전투 방식과 서사의 흐름을 많이 바꿀 것이다. 코드명을 그렇게 하긴 했지만, 정식 후속작이라고 보긴 어렵다. 아트도 많이 달라졌다. 경험과 도전의식 살려서 더 잘 만들어보려 한다.
Q. <MOD>와 <FACEPLAY>를 통해서 넥슨이 샌드박스 플랫폼이나 메타버스 서비스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앞으로도 이런 시장이 유망할 것으로 보는지?
A. 넥슨이 예전에 <퀴즈퀴즈>를 서비스한 적 있다. 퀴즈보다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면서 노는 플랫폼으로 많이 사용했다. 아바타 옷 갈아입히기도 하고. 넥슨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했지만,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했던 회사고, 그게 우리 DNA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큐플레이> 기획팀 출신이다.
SNS에서 놀 듯이 사람들은 앞으로 더 다양한 플랫폼에서 놀 수 있다. 꼭 칼을 쓰고 마법을 써야 게임이 아니다. 전통적인 RPG만 게임이어야 하느냐는 것에 많은 의문이 있다. 새로운 개념의 놀이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다. 넥슨 정도 사이즈라면 이런 부분에 시도는 물론 주력해야 할 것이다.
Q. 두 가지 질문을 추가로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끝나도 메타버스 열풍이 이어질까?
A. 게임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만 게임을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
넥슨의 <MOD>는 유저들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하고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로블록스> 따라가는 거냐면 할 말은 없겠지만, 분명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도 있다. 조금 더 RPG스러운 툴도 유저들이 편하게 쓸 수 있으며, 동영상 편집처럼 간단한 콘텐츠도 만들 수 있다. 아주 쉬운 것부터 아주 어려운 것까지 <MOD>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추후 단계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겠다.
또 화상전화라는 게 통신사들이 10년 정도 어떻게든 띄워보려고 노력했던 서비스지만, 잘 되지 않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다른 사람 화면에 비춘 얼굴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내려간 거다. 이제 사람들은 별다른 용건이 없어도 특정 솔루션을 켜놓고 논다. 언택트 시대에 한정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사람들이 어색하게 느끼던 것을 이제는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익숙해졌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끝나고 사람들은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만나서 놀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플랫폼들이 코로나 시대에 나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용자의 경험과 사고방식은 바뀌었다. 분명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Q. 앞서 기존의 틀을 계승하는 게임과, 재미의 핵심이 완전히 다른 게임을 강조했다. 실험적인 게임들은 성과 기준이 다를 것 같은데.
A. '실험적'이라는 단어는 내부적으로 안 쓰고 있다. 뭔가 만든다는 건 쓰임을 받기 위해 만드는 거다. 실험보다는 도전이나 연구개발, 혹은 개척이라는 말을 쓴다. 아무튼 그런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치라 한다면, IP의 창조를 넘어서 새로운 놀이 형태를 생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위해 자세한 전략을 세우고 자원을 쏟아부으면서 힘을 줘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이런 단어를 쓰는 게 맞나 싶은데, '뜬금포'라는 말이 있다. 콘텐츠라는 건 분명 어쩌다 보면 커지게 된다. 위에서 끌고 가는 것도 있지만 분명 개발자나 유저들에게 맡겼을 때 뭔가 튀어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량과 결과, 숫자보다는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집중하고 있고 적절한 운영과 관리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개발과 도전적인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분명 다르다. 블록버스터는 회사 차원에서 치밀한 관리와 지원을 해드리고 있다. 개성 있고 기발한 시도는 그런 요소들이 최대한 보존될 수 있는 형태로 개발팀의 자유도를 올려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게 참 하다 보면 힘들다. (웃음) 그런 도전에 회사가 자꾸 개입하게 되더라.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간섭하려는 마음을 줄이는 게 그 프로젝트에게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Q. 개발자의 가치가 높아져서 이제는 회사가 인재에 어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넥슨의 강점은?
A. 큰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개방, 교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리 라인업이 보여드리고 있다. 각 팀이 워낙 독립적으로 돌아가다 보니 큰 회사의 장점을 고루 느끼지 못했다. 큰 회사의 장점은 옆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도전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넥슨은 모든 프로젝트 정보를 사내 위키에 공유 중이다.
내가 '신규 MMO' 팀에 있어도 <HP>의 모든 기획서와 정보, 히스토리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어떤 이슈가 있고, 앞으로 어떤 계획인지도 공유하고 있다. 찾아서 보지 않아도, 이미 요약된 것을 보고 파악할 수도 있다. 아트 갤러리도 통합해서 보여드리고 있다. A 프로젝트의 그림을 그리지만, B 프로젝트의 그림이 어떤지 다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이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또 회사가 커지면 훌륭한 사람들이 두각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과 기존 질서 속에서 그러기 어렵다. 그래서 위키 커뮤니티를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가감없이 쏟아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나의 인사이트가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는 기획이다. 이 부분에 1년 반 정도 공을 쏟았다. 넥슨의 전통적인 자율과 독립, 존중 속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100:0'이 방침이다. 내부에선 진짜 모든 정보를 다 공유하고 밖으론 하나도 안 나가도록 하는.
Q. 특별 수시 채용을 진행 중인데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A. 라인업 발표를 통해 특정 카테고리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대내외적으로 선언했다. 열심히 해서 꼭 결과물을 만들어낼 생각이다. 이걸 하기 위해선 확실히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하기로 한 것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충분히 갖추겠다는 계획으로 특정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채용하기로 했다.
Q. 넥슨이 찾는 인재상은?
A. 지식 많은 분, 경험 많은 분이 좋다. 이런 건 뻔한 것 같고. (웃음)
첫째는 에너지다. 자기 에너지가 분명해야 하고, 그걸 또 주변에 나눠줄 수 있어야 한다. 넥슨에 다니며 라이브도 해봤고, 신규도 하고 있지만 뭔가를 만드는 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에너지 레벨이 높고, 그걸 주변에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인재라고 생각한다. 꼭 리더에 해당하는 내용도 아니다.
둘째는 오픈 마인드다. 대승적 사고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결과물에 대해선 생각이 다 다르다. 그런데 원하는 재미의 형태는 다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호불호도 갈린다. 그런 걸 조율하고 결과물을 같이 만들어가기 위해 오픈 마인드가 없으면 어렵다. 기본적인 협업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재미를 논하는 사람인데 오픈 마인드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Q. 경력직 위주로 뽑을 방침인가?
A. 어느 정도는 그럴 수밖에 없다. 노련한 분들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젊은 분들의 색다른 감각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실제로 게임 플레이하는 많이 하는 분들은 10대, 20대다. 그래서 그분들을 모시고 같이 개발해야 한다고 분명 생각한다. 사실 꼭 경력자에만 집중하고 있지는 않다. 도전적인 의식을 가진 젊은 분들을 기다리고 있다.
Q. 라인업을 살펴보면 콘솔 개발작이 상당히 많다. 신규개발본부에서 콘솔게임에 거는 기대는 어느 정도인가?
A. 이제는 PC와 콘솔을 하나로 봐야 하는 시대다. 캐주얼 게이머의 영역은 이제 모바일이 다 가져갔다. PC/콘솔을 묶어서 진짜 게이머라고 할 만한 분들에게 코어한 재미를 드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물론 굉장한 개발동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하며, 현재 넥슨이 콘솔 개발력은 부족한 편이라고 인정한다.
투 트랙으로 가고 있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처럼 이미 게임성이 검증된 것들을 다듬고 확장하는 것과, <DR>, <P2>, <P3>, <HP>처럼 색다른 게임성을 지향하는 것. 우리가 이해하고 잘하는 건 그것대로 잘 만들고, 개성 있는 건 그것대로 보여드리고 그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Q. 그간 넥슨에 발표 뒤에 나오지 못한 게임이 굉장히 많다. 신규개발본부에 있는 동안 지금 발표한 게임은 모두 다 나온다고 보면 되나?
A. 그러길 바란다. 그럴 만한 제품을 보여드리려고 노력 중이고. 어느 정도는 확신이 있어서 이름과 소개를 밝힌 것이다. 이 세상에 100%, 무조건 같은 건 없지만, 지금 보여드린 것들은 낼 만한 결과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Q. 전에도 그렇게 말했다. 발표 이후 늘어진 경우도 많고.
A. 발표 이후에 늘어지는 것을 피하는 게 목표다. 그래서 메이저 프로젝트에 집중한 것도 있고. 예전엔 사람 수도 모자랐지만, 모든 이슈를 개발팀이 대응해야 했다. 전략적 고민이나 메타 플레이, 기술 해결 모두 개발팀의 일이었다.
이제는 중앙 전문 조직을 세팅해서 운영 중이다. 서버 엔지니어링 통합 조직이 있어서 모든 서버를 공통으로 쓰고 있다. 개발팀은 핵심 플레이 요소와 장기적인 서비스 계획을 꾸준히 끌고 가는 데 집중하도록 할 것이다. 그간 썼던 툴도 공통화, 표준화하고 있다.
그렇게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 어떻게든 최적화를 해야 퀄리티 업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중앙에서 표준화를 해놔야 퀄리티를 끌어올릴 수 있다.
Q. 프로젝트들이 전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되지는 않을까?
A.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실천과 추진이다. 그래서 조직장들에게도 항상 실천력과 추진력을 요구한다. 지금 여기서 어떤 말씀을 드린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행동과 결과로 보여드려야 하는 부분이다. 좋은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실천하는 데 항상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다.
이제 그 좋은 이야기들을 진짜 실천에 옮겨보려고 하고 있다. 사실 자신감이 없었으면 프로젝트를 공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선택과 집중에 의해서 라인업을 정리했다. 이정헌 대표 이하 경영진과 논의 끝에 합의한 것이다. 중간에 그 힘이 빠지지 않도록 하겠다.
Q. 체질 개선을 위해서 어떤 세팅을 했나?
A. <P2>, <P3>, <FACEPLAY>의 리더는 아마 잘 모르는 분일 것이다. 디렉터 경험이 없는 새로운 분이다. 반대로 큰 프로젝트는 핵심 멤버의 합이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 경험을 기반으로 잘 만드는 게 중요한 조직이 있고, 기존 사고방식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조직이 있다. 앞선 프로젝트들은 새로운 분들이 기회를 받아서 진행하는 것이다. <DR>은 황재호 디렉터가 독특한 시각을 인정받아서 회사가 기회를 부여했다.
Q. 언제쯤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까?
A. 예전과 다르게 차라리 빨리 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 하나의 엣지에 집중해서 빨리 시장에 내놓을 생각이다. 특히 기발하고 개성 있는 것일수록 우리 판단보다는 시장의 평가에 맡기는 게 맞다. <DR>, <P2>, <P3>는 코어 요소만 가지고 평가를 받아보려 한다.
이은석 디렉터가 맡고 있는 <HP>는 올해 중 빠른 시기에 프리 알파 테스트를 진행할 것이다. 나머지 프로젝트도 내년부터는 진행 결과를 조금씩 보여드리게 될 것이다.
Q. 신규 프로젝트가 유저에게 어떤 메시지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지?
A. 어떤 말로도 이야기하기 어렵다. 결과물로 증명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라고 판단한다. 내년부터 실제 결과물을 보여드릴 것이고, 올해라도 중간 결과물을 어떻게든 보여드릴 것이다. 우리의 비전을 통해 시장과 소통하려 한다. 이은석 디렉터의 <HP>로 우리 방향성을 조금이나마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Q. 발표한 프로젝트도 상품이다 보니 비즈니스 모델(BM) 고민을 안 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런데 현재 유저들이 게임 BM에 느끼는 피로감과 분노에 대해서 누구보다 더 잘 체감할 텐데.
A. 계속 고민하고 있다. BM에 대해 다 떠나서, 게임을 할 때 시간과 노력을 쏟을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풀어내기 위해 가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재밌는 것, 꾸준히 할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신규개발본부의 목표다.
Q. 엄중한 시기 신규개발본부를 이끄는 리더로서 남기고픈 말은?
A. 유저분들이 넥슨 게임에 기대를 다시 걸어볼 발판을 마련하고 싶다. 언젠가부터 그 기대가 약해졌다. 개발팀을 돌아보면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테스트와 라인업들을 통해 기대할 만한 수준으로 바꿔보려고 한다. 넥슨을 오래 다녔는데, 유저의 신뢰와 기대를 되찾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