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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주년 맞은 부루마불은 '추억 그 이상'의 모습이다

<부루마불> 제작사, 씨앗사의 이영석 사업총괄 인터뷰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정혁진(홀리스) 2021-05-25 15:30:00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라는 '불혹(不惑)'이라는 타이틀을 ​한 보드게임이 획득했다. 국내 보드게임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부루마불>이 1982년 5월 5일 세상에 나온지 벌써 40주년이 됐다.

 

국민게임이자 민속놀이라고 불린 <스타크래프트>, <카트라이더> 이전에는 <부루마불>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 모두에게 <부루마불>은 추억의 한 부분으로 크게 자리하고 있다. 40주년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어릴 적 추억이 떠올려졌다. <부루마불>의 근황도 궁금했다.

 

세월이 흐르면 많은 것이 변하듯, 처음에는 <부루마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틀렸다. <부루마불>은 어릴 때 만났던 모습 거의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마치 언제라도 추억을 꺼내서 볼 수 있도록 기다린 듯.

 

<부루마불>과 씨앗사는 현재 2대째 회사를 이어오고 있다. 2005년부터 이영석 사업총괄이 이끌고 있다. 그는 '추억의 공유'라는 것을 강조하며 "과거의 향수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추억도 줄 수 있도록 <부루마불>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씨앗사 이영석 사업총괄.

 

# '꾸준함'이 만든 <부루마불> 40주년, 씨앗사의 '시작이자 전부'

Q. 디스이즈게임: <부루마불> 출시 40주년을 맞이했다. 소감을 간단히 밝혀본다면.

 

A. ​이영석 사업총괄: 벌써 40년이 됐다. <부루마불>과 나이가 같고 태어날 때부터 게임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 왔다. 그래서 그런지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는 느낌도 든다. <부루마불>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께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Q. ​단일 보드게임이 40년간 꾸준히 인지도를 이어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A. 글쎄.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기보다는 '꾸준함'이 만든 결실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씨앗사의 기본 운영방침이다.

 

아버지와 씨앗사, <부루마불>의 방향에 대해 많이 논의하며 기본에 충실하자는 생각을 꾸준히 하고 있다. 보드게임을 제작, 개발하는 회사면 당연히 보드게임이 근본이고 제일 중요하다. 또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게임이 <부루마불>이다. 그것이 게임이 지금까지 사랑받은 비결이다.

 

씨앗사가 출시한 <부루마불> 전 라인업.

 

Q. <부루마불>이 한국 보드게임 역사에 기여한 것을 꼽는다면.

 

A. ​보드게임을 대중화시켰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해외에는 이미 수많은 보드게임이 있었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였다. <부루마불>이 우리나라 처음으로 만든 보드게임은 아니지만, 많은 이에게 보드게임의 재미를 알린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Q. ​여러 곳에서 언급했지만 <부루마불>의 탄생 과정을 간단히 언급해보자. 우연한 기회로 만들게 됐다고 들었다.

 

A. 1982년이면 지금과 같은 보드게임 문화가 없던 시절이다. 아버지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이후 아랍에미리트를 오가며 호텔 실내디자인을 하셨다. 당시 여가시간에 외국분들과 <모노폴리>를 재미있게 즐겼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씨앗사를 바로 설립한 것은 아니었다. 1979년 한국으로 돌아와 충무로에서 디자인회사 '크리에이티브 아트 컴퍼니'를 설립해 일을 이어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함께 진행하던 일이 펑크가 나며 당장 수익을 낼 수단이 사라진 상황이 벌어졌다.

 

구 씨앗사 사무실 시절 이상배 전 대표의 모습.

 

고민하던 와중 함께 일하던 분과 중동에서 즐긴 <모노폴리>의 기억을 떠올렸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의 모든 이가 같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로 결심, 6개월 가량 고민한 끝에 <부루마불>을 선보이셨다. 

 

<부루마불 세계여행>은 IP 중 첫 라인업으로 1982년 5월 5일 출시했다. 게임을 내놓으면서 사명도 '크리에이티브'에서 C를 따온 뒤 여기에 '아트'를 붙여 'C-Art', 즉 '씨앗사'가 됐다.

 

<부루마불>의 첫 라인업, <부루마불 세계여행> #1.
<부루마불>의 첫 라인업, <부루마불 세계여행> #2.

 

<부루마불>의 뜻은 1972년 아폴로 17호의 달탐사 우주인이 지구를 보며 'Blue marble(푸른구슬)' 이라고 감탄한 것에 힌트를 얻어, 아이들이 발음하기 쉽게 '부루마불'이라고 바꿨다. 씨앗사 로고 디자인은 아버지께서 작업하셨고, <부루마불> 로고는 호서대학교 나성남 교수님께서 작업하셨다.

 

씨앗사 로고 이미지(왼쪽), <부루마불>의 황금열쇠 카드 디자인 초안(오른쪽).

<부루마불> 로고 초안.

 

Q. ​하지만, 출시 직후 시장 반응은 꽤 냉담했다고 들었다.

 

A. 야심 차게 선보였지만 처음부터 의도에 맞는 결과를 얻진 못했다. 당시 8,300원의 <부루마불>은 비싸고 인지도가 적어 창신동, 영등포, 청량리 등 도매상에 보냈던 5,000세트가 석 달 만에 전체 물량의 99.5%가 반품되는 쓴맛을 봐야 했다. 

 

아버지는 디자인을 전공하셔서 사업 수완도 부족하셨던 터였다. 그래도 <부루마불>이 너무 재밌어서 꼭 많이 알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고 어떻게든 알려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때 고 이향원 화백을 찾아가 광고 만화를 부탁했고, 지금의 게임 설명 만화가 나왔다.

 

이후 4절지에 포스터를 만들어 학교 앞에 붙이기도 하고, 놀이터를 돌며 만화 광고를 인쇄해 아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여의도, 이촌동, 압구정동 등 대형 쇼핑센터 위주로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더불어 완구점(소매점)을 공략하기 시작했고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부루마불 세계여행> 고 이향원 화백 만화 광고 작업본.

 

Q. ​반전을 맞이한 모양이다.

 

A. 그렇다. 입소문이 돌자 어린이들이 <부루마불>을 사러 완구점을 찾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일부 완구 소매점에만 유통하고 있었고, 게임을 구매하기 위한 어린이와 학부모, 소매상의 전화가 이어졌다.

 

당시 창신동의 백도정 서울종합완구 회장님이 아버지께 찾아오셔 <부루마불>을 반품한 것을 사과하시며 200세트를 주문, 3,000만원짜리 당좌수표를 써주셨다. 회장님 얘기가 퍼지면서 다른 도매상분들도 <부루마불>을 납품받기 시작했고 그렇게 <부루마불>이 전국에 퍼지기 시작했다.

 


1982년 당시 남긴 <부루마불> 구매 후기들.

 

Q. ​그야말로 엄청난 결과다.

 

A. 그렇다(웃음). 이후 1988년에 좀 더 많은 연령층이 <부루마불>을 즐길 수 있도록 기존 8,300원 가격의 버전에서 1,000원으로 대폭 낮춘 버전을 출시하며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Q. ​씨앗사에게 있어, <부루마불>은 어떤 존재인가.

 

A. 사명을 '부루마불 씨앗사'로 지은 것을 보면 충분히 설명될 것 같다(웃음). <부루마불>을 시작으로 보드게임을 제작, 개발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부루마불>은 모든 것의 시작점에 있다.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Q. ​그런데, 씨앗사에서 <부루마불> 외에 내놓은 게임은 없는 건가?

 

A. 아니다. 씨앗사를 <부루마불>로 기억해주시는 이용자분들이 많지만, <부루마불> 외 여러 게임을 내놓기도 했다. <체스 챔프>이나 <조이 스티커> 등. 제도용/문방구 용품도 만들고.

 

아, <도깨비>라고 해서 딱지치기 같은 게임도 만들었다. 아쉽게도 모두 흥행하지는 못해 지금은 나오지 않지만(웃음). 

 

씨앗사가 출시한 <체스 챔프>.
씨앗사가 출시한 <조이 스티커>.

 

# 큰 변화보다 추억을 공유할 수 있도록, <부루마불> 40년 발자취

Q. ​2대 경영자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제법 부담도 됐을 것 같다.

 

A. 물론이다. 아버지 옆에서 <부루마불>의 모든 것을 지켜보다가 2005년부터 회사를 경영하기 시작했다. 공장 업무부터 납품, 경영까지 모든 것을 배우고, 그가 일궈놓은 <부루마불>의 명성을 보며 적지 않은 부담과 걱정도 들었다. 많은 국민이 즐긴 장수 보드게임 아닌가.

 

당시 인기를 넘어서는, 신작 혹은 경영 등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아버지와 씨앗사가 일궈놓은 것이니까. 하지만 부담을 떨쳐내기 위해 억지로 거창한 것을 하는 것보다, 눈에 보이는 것부터 충실히 하며 <부루마불>의 모습을 지켜가는 것이 옳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씨앗사는 그런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Q. ​현재 씨앗사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A. 생산 공장은 별도로 있고,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정직원은 총 13명이다. 보드게임 회사여서 그런지, 한 주에 한 번씩 사내 보드게임 모임도 가지고 있다. 직원들이 편하고, 신뢰를 형성하며 안정적으로 이끄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씨앗사는 현재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해 있다.

 

Q. ​<부루마불> 라인업의 현재 판매 분위기는 어떤가.

 

A. 한 해 평균 20만 개씩 판매된다. <부루마불> 단일 라인업(클래식, 패밀리, 프렌즈, 타이니 포함)으로만 지금까지 약 2,000만 개가 팔렸다. 참고로, 전체 판매량 중 일부는 추정치다. 80년대에는 장부가 남아있지 않아서 정확히 몇 개가 판매됐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회사가 연희동에 있었는데, 일하는 분만 4~50명 계셨다. 그때는 하루 생산 가능 물량이 최대 3천 개였는데 그것조차도 부족했다. 오죽하면 도매상 사장님이 와서 일을 도와주고 완료되는 대로 가져갈 정도였다. 지금은 자동화돼 그런 풍경이 사라졌지만.

 

1983년 당시 <부루마불 세계여행> 광고 만화.

 

회사 여건상 협찬은 어려웠지만 감사하게도 필요할 때마다 적절히 광고나 방송에서 이슈가 됐다. 특별하게 큰 이슈를 터뜨리기보다는 꾸준히, 조용하고 천천히 운영되어 왔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성수기/비성수기와 무관하게 찾는 횟수도 조금 늘어났다.

 

비수기와 성수기가 뚜렷하다. 봄, 여름과 같이 날씨가 좋고 야외활동이 많은 계절보다는 적은 계절이 판매가 좋은 편이다. 설날이나 어린이날 같은 명절, 공휴일도 성수기다.

 

예전에는 도매상 납품으로 했다면 지금은 주로 온라인 유통업체 대상으로 판매가 이루어 지고 있다. 도매상도 납품되고 있는데, 거기도 온라인 병행 판매를 많이 하고 있다. <부루마불 타이니>부터 <부루마불 카드>까지 골고루 판매되고 있다.

 

이중 <부루마불 탐험대>는 학교 교부재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부루마불 카드>는 롯데제과와 협업하기도 했다.

 

 

Q.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기자는 <부루마불 세계여행>으로 처음 게임을 접한 것 같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라인업을 찾아봤는데... 이렇게 많았나 싶더라.

 

A. IP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추억의 공유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 세대까지 누구나 즐기도록 <부루마불>의 초기 디자인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조금씩 다듬는 방향으로 게임을 발전시켰다. 한 해에 하나씩 <부루마불>의 새로운 라인업이든 신작이든 내놓고 있다.

 

당시 1,000원으로 인화해 보급화에 크게 기여한 <부루마불 세계여행> 라이트 버전.

 

Q. ​말이 나온 김에, 라인업을 좀 읊어보자.

 

A. 라인업의 간략한 연혁, 현재 라인업의 특징을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982년 - <부루마불 세계여행> 출시

 

1983년 - <부루마불 트레이드> 출시: 무역을 테마로 한 버전

<부루마불 트레이드>.

 

1988년 - <부루마불 세계여행> 출시: 기존 8,300원 버전을 1,000원으로 낮춘 라이트 버전

 

1990년 - <부루마불 우주여행> 출시: 우주를 테마로 한 버전

'뉴런의 골짜기'가 생각나는 <부루마불 우주여행>.

 

1991년 - <부루마불 우주여행 디럭스> 출시

 

2015년 - <부루마불 세계여행 골드> 리뉴얼: 뉴 골드 버전 출시

 

2017년 - <부루마불 트레이드> 개정

 

2019년 - <부루마불 세계여행> 모든 버전 개정: 미니, 컴팩트, 패밀리, 클래식 버전 적용

 

2020년 - <부루마불 탐험대>, <부루마불 카드> 출시


 

현재 기준으로 <부루마불> 라인업은 <부루마불>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리면서 현시대에 흐름과 상황에 맞게 <부루마불 세계여행> 시리즈들이 다양하게 리뉴얼되어 출시되고 있다.

 

<부루마불 세계여행> 라인업으로는 <부루마불 타이니>부터 <부루마불 세계여행 컴팩트>, <부루마불 세계여행 프렌즈>, <부루마불 세계여행 골드 패밀리>, <부루마불 세계여행 클래식> 등 5종이다. <부루마불 우주여행>은 1종이다.

 

이외 최근 출시한 라인업으로는 <부루마불 트레이드>, <부루마불 탐험대>, 그리고 <부루마불 카드>가 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부루마불> 라인업.

 

Q. ​위 설명에서도 얘기했지만 내용이 일부 수정되기도 했다. 

 

A. ​<부루마불 세계여행> 디자인은 조금씩 변화는 있었으나, 대체로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다. 그러다 대중의 여러 의견을 반영하여 2015년 일부 내용을 수정하였으며, 2015년과 2019년 2차에 걸쳐 전면적으로 디자인을 수정했다.

 

과거에는 보드판의 대부분이 수도로 구성되어 있으나 일부 대표 도시인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예시 속 나라의 수도를 잘못 인지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일부 도시를 수정했다(예: 스위스 취리히 -> 베른(수도), 캐나다 몬트리올 -> 오타와(수도).

 

또 씨앗 증서의 도시에 대한 설명은 현시점에서 정확한 지식 전달을 위해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전면 수

정했다. 황금열쇠에 포함된 영단어는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영어 한마디’로 변경했다.

 

그 밖에 겉으로 보기에 크게 달라졌나 싶다가도 자세히 보면 재질이나 안전 보호법에 맞춰 퀄리티를 올린다던가, 아이를 위해서 안전검사나 유해물질이 없도록 신경 썼다. 다시 강조하면, '과거의 향수를 그대로 가져오되 새로운 추억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추구하고 있다.

 

 

Q. ​<부루마불 탐험대>, <부루마불 카드>는 조금 독특해 보인다. 간단히 설명해줄 수 있나.

 

A. <부루마불 탐험대>는 함께 회사에서 근무하는 아내가 개발했다. 아들이 유치원 대신 홈스쿨링을 하며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어릴 때부터 아이와 같이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고민하게 됐다. <부루마불>을 5세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기 위해 고민했고 지금의 게임이 출시됐다.

 

백화점 체험행사나 학교 수업 교구, 지역 문화 체험 행사에서 의견을 수렴하며 조금씩 발전시켰다. 게임은 <부루마불>과 방식은 같지만 보석을 일정 개수 모으면 이기는 형태로 단순화했다. 게임 시간도 아주 길어야 30분이다.

 


 

 

<부루마불 카드> 역시 단순함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라인업이다. 누구나 할 수 있으면서 '비행기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카드와 주사위만으로 간단히 즐기는 <부루마불>이다.

 

<부루마불> 기본 버전을 기준으로 라이트한 버전도 꾸준히 생각하고 있지만, 둘 사이에 있는 난이도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부루마불 트레이드> 리뉴얼 버전이 그런 고민을 하며 내놓은 라인업이다.

  

 

Q. ​생각보다 외부에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던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A. <부루마불> 인지도를 더 키우기 위해 외부 광고도 생각했다. 드라마나 광고에서 PPL 협찬도 들어왔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필요해 진행할 수 없었다.

 

그러던 도중, <응답하라 1988>드라마 제작진으로부터 초기 버전 <부루마불>을 대여해줄 수 있냐고 연락이 왔다.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공장을 찾아봐도 지폐나 말, 증서와 황금열쇠는 있는데 케이스와 말판이 없더라. 상황을 제작진에게 얘기하니 마침 그쪽에서는 케이스와 말판만 있었고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부루마불>을 방송에 노출할 수 있었다.

 

우리는 소품 활용차 대여여서 크게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오면 짧게 한 컷 정도? 그런데 13회 곳곳이 <부루마불>이 소재가 되어 나오더라. 김정봉(안재홍 분)이 병원에 입원한 미옥(이민지 분)에게 '우주여행 초청권'이 들어간 황금열쇠를 주며 고백하는 장면은 너무 감동적이었다. 제작진에게도 너무 감사했다.

 

전면적으로 광고를 하지는 않지만,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종 소재로 활용되곤 했다.

 


 

Q. ​콜라보도 제법 진행한 것으로 안다.

 

A. 그렇다. 타 기업과 콜라보도 꾸준히 하고 있다. 네이버 밴드부터 하얏트 호텔, 아모레 퍼시픽, 롯데제과, 신한은행, AK플라자, NH농협, 배달의 민족 등 진행했다.

 

아모레 퍼시픽과 콜라보한 버전.

NH농협과 콜라보한 버전.

가수 허밍어반스테레오 정규 5집 앨범과 콜라보 작업을 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롯데면세점 35주년을 기념해 콜라보 제작을 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의류 브랜드 <폴햄>과도 진행 중이다. 보통 판매용보다는 기념용 제품 위주로 진행했으며 협업사의 아이덴티티를 살린 디자인과 <부루마불>의 게임 방식이 결합한 형태다. 

 

콘텐츠를 계속 쌓는 단계인 것 같다. 보통 업체 측에서 제안을 주는 경우가 많다. 좀 더 다양한 방향으로 경험을 얻으면 역으로 제안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소셜 채널로도 근황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롯데 제과와 콜라보한 <부루마불>.

 

콜라보를 하며 독특한 모습의 <부루마불>을 만들기도 했다.

 

Q. ​향후 <부루마불> 라인업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A. <부루마불> 국내판에 대한 얘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역사를 소재로 하거나 국내 관광단지, 문화를 소개하는 형태의 보드게임을 개발 중이다. 보훈처와 함께 준비 중인 것도 있다. 그간 콜라보를 통해 쌓은 경험이 잘 작용한 것 같다.

 

<부루마불> 농협 버전은 국내판을 출시하는데 시범 적용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아, 모든 세대가 보드게임을 즐기게 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실버 세대를 위한 보드게임도 계획하고 있다.

 

 

# 겸손하고 진정성 있게, 씨앗사와 <부루마불>의 행보

Q. ​대중의 이용 형태가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부루마불>도 모바일로 여러 차례 선보였다. 하지만 원작 인기에 걸맞은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 같다. 

 

A. 2003년 피처폰 시절, 게임사와 라이선스 제휴로 <부루마불> 모바일 게임을 선보였다. 웹 ENG라는 곳에서 개발했다. 초반에는 반응이 좋았지만 이후 여러 후속 보드게임이 나오면서 조금씩 인지도가 줄었다. 아쉽긴 하다. 참고로, 시범 단계이긴 하지만 AR로 <부루마불>을 선보이기도 했다.

 

 

Q. ​(이어) 지금까지 결과는 다소 아쉽지만 계속 노력하면 좋을 것 같다. 계획 중인 후속작이 있다면.

 

A. 지금은 라이선스를 맺은 업체와 정리 단계에 있다. <부루마불> IP를 잘 개발해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환영이다. IP에 애정이 많았으면 좋겠다.

 

해외 보드게임사 중에서는 보드게임을 만들며 모바일 앱으로 내놓는 경우도 있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오프라인 보드게임과 경험이 다르다. 아예 다른 모바일 게임 같더라.

 

개인적으로 보드게임의 재미는 여러 사람이 함께 오프라인으로 만나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상호 교류를 하며 재미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씨앗사는 오프라인 <부루마불>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회사다. 보드게임의 문화를 계속 알리고 보드게임 산업에 이바지하는 것에 방향성을 두고 있다. IP를 활용해 잘 만들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 맡기고자 한다. 

 

다만, 요즘 보드게임 중 모바일 앱과 연동하는 기능을 지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이쪽을 좀 보고 있다. 아직 개발, 계획하진 않았지만 체험하고 고민 중이다. 

 


 

Q. ​<부루마불>은 국내 보드게임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현세대에서 회사를 이끄는 입장에서,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부루마불>이 국내 보드게임의 대중화를 열긴 했지만, 씨앗사는 그보다 조금 더 큰 꿈을 가지고 있다.

 

보드게임의 메카인 독일은 코로나 이전부터 가족문화가 발달했고, 그 중심에는 보드게임이 있다. 일 년에 천 개가량의 보드게임이 출시되기도 하고, 세계 최대 보드게임 박람회인 '에센 페어(Essen Fair)'가 열리기도 한다.

 

한때 독일의 여러 보드게임 회사를 견학한 적이 있는데, 라벤스부르거(Ravensburger)라는 보드게임사가 인상이 남았다. 직소 퍼즐을 만든 곳으로, 라벤스부르크 지역에서 출발해 4대째 이어오고 있다. 

 

거기서 일하는 분들이 모두 지역의 주민분들이다. 한 회사가 그 지역을 먹여 살리는 거다. 그것을 보며 우리도 저런 회사가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천천히, 꾸준히 이루어가겠다.

 

 

Q. ​앞으로 씨앗사를 어떻게 이끌 계획인가.

 

A. 씨앗사 구성원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즐겁고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게 하고 싶다.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는 회사가 목표다.

 

또, 경영을 위임받기 전이나 후나 회사는 늘 겸손하고 진실성 있게, 고객을 포함한 모두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씨앗사는 그렇게 40년간 한 우물을 파왔다.

 

보드게임 외 다른 분야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절대 진출하진 않는다. 다른 분야로 확장해 욕심을 내기보다는 하던 것을 꾸준히 하는 것이 씨앗사의 원칙이다.

 


 

Q. ​마지막으로, <부루마불> 팬들에게 한 마디.

 

A. 꾸준히 추억을 공유하며 보드게임 분야에 장인정신을 가지고 고객과 계속 소통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시대가 발전하고 매체가 많아졌지만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듯, 보드게임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드게임 산업은 매년 10~20%가량 성장하고 있다. 여러 보드게임 가운데 <부루마불>을 늘 기억해주시고 찾아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큰 반전을 시도해 욕심을 내기보다 천천히 <부루마불> IP를 지키고, 발전시키겠다.

 

과거도 그랬지만 지금도 보드게임은 가족놀이, 문화에 매우 좋은 매개체다. 보드게임으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루마불>이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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