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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무협을 낡았다고 하는가?"…무협작가 좌백

무협RPG ‘구룡쟁패’의 작가 좌백 인터뷰

국순신(煙霞日輝) 2005-04-21 17: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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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하기에 너무나도 좁은 공간. 한 여성이 주차하기를 포기한 듯 차밖으로 나온다. 이곳에 주차하길 포기한 걸까? 차를 쳐다본 그녀. 호흡을 가다듬더니 장풍 한방을 멋지게 날린다. 차가 그 좁다란 공간에 쏘옥 빨리들어가듯 예쁘게 주차됐다.

 

눈치가 빠른 이는  위의 설명이 영화속의 한장면임을 단번에 눈치챌 것이다.

 

 

 

그렇다. 홍콩 영화배우 주성치의 ‘소림 축구’의 마지막 장면이다. 이 영화는 전세계인의 인기스포츠 ‘축구’와 중국인의 문화코드 ‘무협’이란 두가지를 잘 버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으로 국내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바쁜 현대인의 삶속에서 쿵후는 조금씩 잊혀져가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주성치가 누구던가. 주성치는 이를 역설적으로 생활속에 쿵후, 즉 무협을 통해 중국인들의 뜨거운 피를 들끓게 했다.

 

'역시 주성치’라는 이야기는 이럴 때 절로 나오는 법이다. 올해 개봉된 '쿵푸 허슬'도 그의 무협코드의 한획을 그었다.

 

 

중국에만 무협이 있는 게 아니다. 한국에도 있다. 또 여기 한국에도 무협이 생활 문화라고 외치는 이가 있다. 바로 작가 좌백이다.

 

그는 오는 4 30일 오픈베타 테스트를 시작하는 무협 RPG ‘구룡쟁패’의 시나리오를 맡고 있다. 구룡쟁패는 화려한 무공 애니메이션으로 오픈베타 테스트 이전부터 일부 매니아층을 확보한 작품이다.

 

 

 

좌백 (左柏, 본명 : 장재훈) 프로필

 

 

1995년 '대도오'라는 작품을 발표해 기존 무협의 틀을 벗어나 신무협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고 한국 무협소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음.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생사박'(1995), '야광충'(1996), '금강불괴'(1996), '혈기린외전'(1999), '천마군림'(2003) 등 총 8개의 시리즈를 발표, 작품성과 흥생성을인정받은 국내 최고의무협작가

 

 

 

 

- 1965년 강원도 동해 출생

- 1993년 숭실대학교 철학과 수석 졸업

- 현 인디21 '구룡쟁패' 컨텐츠 이사 (시나리오 및 자문담당)

 

- 출처 : 인디21 홈페이지

 

 

 

 

  

무협소설 작가와 온라인게임과의 만남. 신선하다.

 

그가 게임시나리오를 직접 맡게 된 건 진정 무협스러운 무협게임을 게이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무협이란 게 어떤 것인가? 일단 사자성어와도 같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포스가 만만치 않다.

 

눈에 보이는 것에 익숙한 신세대에게 어려운 한자가 있는 무협지보다는 손쉽게 읽을 수 있는 로맨스 소설이 더 반가운 존재이지 않던가. 인터넷에서 쏟아내는 컨텐츠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속에서 어느틈에선가 무협은 마니아들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무협이 옛것으로 치부되는 게 요즈음 세태다. 좌백은 이 점이 안타까웠다. 무협의 친선대사임을 자처하는 좌백에겐 신세대들도 무협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다. 좌백이 온라인게임 시나리오에 직접 참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좌백, 영화를 말하다.

 

 

 

무협. 대부분 사람들은 담배연기가 뿌옇게 가득 찬 만화방(옛날 이야기다. 요즈음 이렇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리고 한쪽 벽을 채운 한문으로 적힌 무협지를 떠오른다.

 

그나마 중국의 최신 SF 영화가 등장하면서 무협에 대한 인식이 조금 달라졌다고나 할까?

 

 

기자가 고딩시절 임청하와 이연걸이 나오는SF 무협영화 동방불패를 좋아했다고 말을 꺼내자, 좌백 작가는 “동방불패야 말로 중국의 무협적인 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주요 중국 무협영화에 대한 평가가 재치있게 이어졌다.

 

 

“서극의 동방불패는 대단했지요. 중국적인 '뻥'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 이어, 무협영화를 시처럼 쓸 수 없을까란 고민에서 나온 작품이 왕가위의 ‘동사서독’이죠. 그리고 현실성을 강조한 작품으로 꼽을 수 있는 게 바로 서극의 ‘칼’입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헐리우드식 무협물로 등장한 게 ‘와호장룡’, ‘영웅’ 이죠.

 

 

그는 “무협영화들이 헐리우드식 액션과 동양적인 무협이 합쳐져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으며 아마 홍콩 배우의 미국 진출시기와 맞물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무협 영화라면 20편 시리즈의 재미없고 지루한 시리즈인 줄 알았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니 무협이란 게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 과정에서 좌백은 이연걸이 출연한 '더원'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헐리우드식 액션영화로 알았던 '더원'에서 무협이란 개념을 서양인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무협소설 작가 좌백이 말해주는 무협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팬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면 너무 재미있으니까.

 

"서양 사람들은 동양의 ''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라는 것은 '정신'에 가까운 거죠. 자기와 똑같은 255명을 없애면 절대 강자가 된다는 '더원'의 이야기는 우리와 똑같은 세상이 또 있다는 '병렬 세계관'적인 관점에서 녹인거죠. 서양적인 접근입니다.

 

그 곳에서는 2명의 이연걸이 등장합니다. 착한 이연걸과 악한 이연걸이지요. 착한 이연걸은 인격수양 등을 통해 무예를 닦습니다. 악한 이연걸은 형이곤 등 실전을 통해 단련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중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자보니, 무협이란 게 눈으로 보여지면 오히려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무협 친선대사'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나 보다.

 

 

좌백, 무협의 새틀을 말하다

 

 


그는 무협이 만화방 한켠을 차지하는 소설로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다.

 

"무협소설이라는 게 TV처럼 보는 게 아닌, 읽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더 친근합니다. 연령층을 말하자면 20대 중반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습니다.

 

할아버지 독자들이 있는 것은 무협의 등장과도 비슷합니다. 61년 경향신문의 '정협지' 연재작을 시작으로 국내에 무협이란 소설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20대 중후반의 젊은 독자들에게는 묵향 등의 무협판타지를 좋아하지요." 

 

 

 

그는 무협을 하나의 문화적 코드라고 주장한다. 중국과 화교권의 국가가 아닌 곳에서 무협을 좋아하는 게 한국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무협소설을 쓰는 작가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 중국인들은 놀라기도 한다고.

 

그 점에서 한국도 무협이라는 게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일상생활속에 파고드는 문화와도 같다고 좌백은 주장한다.

 

 

영화 뿐만 아니라, 무협을 소재로 한 인터넷 소설도 큰 인기를 누리는 것도 무협이 다양한 형태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에서 무협을 녹여내는 게 쉬운걸까? 그랬다면 진작에 대박을 친 작품들이 몇개 쏟아져 나왔을텐데 말이다.

 

그가 꿈꿔왔던 무협세계를 그대로 표현하기엔 온라인게임이 좁기만 하다. 특히, 보여주기만 하는 영화와 달리, 게이머의 플레이로 이뤄지는 온라인게임은 무협을 상상했던 그대로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이 과정에서 집중과 포기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게임인터페이스가 편해지거나, 이미지가 다소 바뀌는 부분 등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타협을 합니다. 하지만 문파, 방해조직, 성장 등에 대해서는 고집하는 편이지요."

 

 

 자신이 쓴 무협소설의 한 구절을 짚어주는 무협작가 좌백

 

 

 

그는 구룡쟁패가 무협의 옷을 입힌 판타지 게임이 되길 원치 않는다. 게이머에게 진정한 무협게임을 선보이고 싶고, 이를 통해 한국적인 무협게임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어한다.

 

무협소설 작가가 게임을 한다는 건 그리 익숙치 않다. 좌백이 게임을 어떻게 알게 된 걸까?

 

"97년 결혼한 뒤로 부인이 온라인게임에 흠뻑 빠지는 모습을 간간히 보게됐지요. 게임이란 게 어떤건지 궁금했습니다. 그 정체를 파헤치다 빠져든 게 디아블로였죠. 이 게임의 세계관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직업적인 본능으로 '무협세계관을 게임에 구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게 인연이 되서 구룡쟁패의 세계관을 그리게 됐지요."

 

그가 그렸던 '구룡쟁패'의 세계관은 게이머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4 30일 구룡쟁패의 오픈 베타 테스트를 통한 게이머들의 목소리에 그가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구룡쟁패 개발사인 인디21 회의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무협지. 정말 대단한 분량이다. 이걸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지? (아앗.. 돌날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