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쇼에 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무엇일까. 온라인 시연과는 다른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과 열기가 있다. 말 그대로 게임과의 '만남'을 위해 먼 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이번 게임스컴에서도 게임의 특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특색 있는 부스가 여럿 있었다. 그 중에서도 크래프톤 부스는 '거대한 오브제'와 '인게임 분위기를 그대로 구현한' 부스로 글로벌 게이머들의 시선을 낚아 챘다.
아는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이전부터 크래프폰은 부스 디자인에 진심이었다. 어떤 때는 '현대미술 전시'처럼, 어떤 때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내세우기도 했다. 게임스컴 2024 크래프톤 부스 체험 또한 게임의 특징을 잘 담아낸 체험 공간으로 호평이 가득했다.
크래프톤 게임스컴 태스크 포스 송용훈 총괄, 컨벤선 플래닝 최현호 팀장, 컨벤션 플래닝 배윤신 팀원에게 직접 물어봤다. 무엇이 달랐기에 이런 부스 연출이 나올 수 있었을까?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Q. 디스이즈게임: 이전에 지스타에 참가했을 때도 매년 새로운 부스 콘셉트를 보여줘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습니다. 이번 게임스컴 부스 기획의 핵심 키워드가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A. 송용훈 총괄: 크래프톤에서는 ‘이래야 한다’라는 게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도전적인 부스 디자인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보통은 처음에는 과감했다가 깎여 나가는 편이잖아요? 책임과 권한이 명확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부스 기획을 개선하기 위한 반복 작업을 많이 했는데, 매 라운드마다 여러 키워드가 있었습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만족스러운 디자인을 찾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 <다크앤다커 모바일>, <인조이>, <펍지: 배틀그라운드> 완전히 다른 3개의 게임이 동시에 부스를 채웠습니다. 각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면에서도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습니다.
A. 송용훈 총괄: 각 게임은 담당 조직도 다르고 인원 구성이나 업무 방식도 다릅니다. 회사 안의 회사 느낌이죠. 컨벤션 플래닝 팀이 게임스컴 태스크 포스 관련 업무를 주도적으로 하긴 하지만, 해당 조직의 담당자만큼 각 IP 관련 업무에 몰두하는 것은 어려워요. 그래서, 담당 조직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것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각 조직과 IP의 개성을 살리면서, 서로가 크래프톤 안에서 각자의 위치와 역할이 다르다는 걸 합의한 결과가 현재의 모습입니다.
Q. 거대한 조형물(오브제)가 확실히 시선을 끌어요.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커다란 몬스터가, <배그>는 일명 3뚝 헬멧이, <인조이>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고양이(상사)가 눈에 띕니다. 각 게임을 대표할 오브제를 선정한 과정도 궁금하고, 이 정도 크기의 조형물을 만드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도 궁금합니다.
A. 배윤신 팀원: 눈길을 끄는 요소와 각 IP의 정체성을 고려하여 대표 오브제를 선정했는데, 사실 <배틀그라운드>와 <인조이>는 너무도 명확해서 선정이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경우는 여러 요소 중에서 확실하게 규모감을 표현할 수 있는 오브제가 필요했고, 결국 보스 몬스터인 '트롤'을 선정했습니다.
상당히 큰 사이즈인데요, 당연히 제작에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트롤이나 하늘에서 내려오는 대형 고양이는 3D 조형물이라 보는 시선과 각도에 따라 표현되는 부분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작 과정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아마 마지막까지 가장 많은 공을 들여서 집중했던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Q. 게임 부스의 꽃은 아무래도 현장 시연이죠. 특히 <인조이>는 글로벌 게이머를 대상으로는 첫 시연을 하게 됩니다. 시연 환경 등에 있어서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설명해주신다면?
A. 최현호 팀장: <인조이>는 굉장히 많은 콘텐츠를 담고 있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조작성은 매우 좋지만 그 안의 콘텐츠는 인생의 철학과 같이 복잡한 면모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AI나 새로운 기술 같은 요소도 있고요. 그래서 최대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40분이라는 긴 시연 시간을 드리고자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연을 통해 경험해 보실 수 있는 콘텐츠의 영역이 제한적일 수 있어,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부분은 현재 공개되어 있는 스팀 데모 버전을 통해서 집에서 경험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그 외의 콘텐츠를 최대한 즐겨 보실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합니다.
Q. <다크앤다커 모바일>처럼 모바일 디바이스라면 조금 부담이 덜 하지만, <인조이>처럼 PC와 모니터를 필요로 하는 시연 부스는 현장까지 장비를 옮기는 것도 엄청난 작업일 텐데요. 이번엔 삼성 디스플레이와 협업해 13종의 디스플레이 제품이 부스에 전시됐습니다. 고가의 제품들인데 항공 배송을 활용했는지, 철도, 항만 등의 상대적으로 느린 방법을 활용했는지, 기물 배송엔 어려움이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A. 배윤신 팀원: 배송 과정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유럽 수송 환경은 불확실한 요소가 많아 최대한 유럽 내에서 수급하고자 했고 유럽에서 수급 되는 장비들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륙 수송을 활용했습니다. 고사양이 필요한 <인조이>의 시연 PC는 수배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장비를 준비하여 항공 수송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수송보다는 장비 수배 자체가 훨씬 어려웠습니다.
<인조이>는 게임 특성상 다양한 색감을 표현해야 하며, 화려한 비주얼로 글로벌 이용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 만큼, 고품질의 디스플레이를 수배해야 했고 그 부분에서 삼성 디스플레이와 협업을 위해 많은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Q. <다크앤다커 모바일> 부스는 “던전 안과 같은 몰입감을 주도록” 구성됐습니다. 실제로 지스타 부스 때도 그랬지만, 어둡고 미로 같은 던전의 분위기를 잘 살린 게 눈에 띄는데, 어떤 요소를 특히 많이 신경쓰셨나요? 또한 <다크앤다커 모바일> 부스가 작년 지스타 버전보다는 더 밝은 조명이 많아졌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왜 이런 변화를 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배윤신 팀원: ‘던전’을 실제로 탐험하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횃불과 탈출 비석 등 게임 속 요소들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올해 게임스컴의 <다크앤다커 모바일> 부스가 작년 지스타의 것보다 밝은 조명이 많아진 것 같다는 말씀을 주셨는데, 사실 조명을 더 배치하지는 않았습니다.(웃음) ‘고블린 동굴’ 던전의 테마에 집중했던 지스타 버전과는 달리 고블린 동굴 테마 외에도 ‘잊혀진 성’ 던전 속 환경을 구현하면서 전체적으로 개방성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부분들이 전체적으로 더 밝은 느낌의 변화를 준 것 같습니다.
Q. <인조이>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답게 다양한 장소와 환경을 인게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부스 콘셉트를 구상할 때 지금과 같은 하얀 구름, 오피스를 대표적인 이미지로 제시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최현호 팀장: <인조이>에서 이용자는 ‘AR 컴퍼니’라는 곳에서 신의 업무를 하는 존재입니다. 이번 게임스컴의 <인조이> 부스는 그 AR 컴퍼니를 현실에 그대로 가져오는 콘셉트로 준비되었습니다. 회사의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탑승하고 게이트를 지나 게임 내에서 볼 수 있는 오브제가 가득한 시연 장소로 들어오게 됩니다.
시연 장소에서는 이용자가 만든 캐릭터의 모습이 들어간 '사원증'을 받게 되고 시연을 마친 이후에는 ‘입사 키트’를 받게 되는 순서입니다. 게임 시연을 통해 AR 컴퍼니의 사원이 되어 인조이의 업무를 하는 경험을 드리고자 했습니다.
Q. 작년에 <인조이> 트레일러가 공개됐을 때, 많은 각광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뛰어난 그래픽도 있었지만, 한국의 도시 풍경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담아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게임스컴 부스에서도 <인조이>가 가진 ‘한국적’ 요소를 만나볼 수 있나요?
A. 최현호 팀장: 지금 게임스컴 <인조이> 시연 빌드에는 작년에 공개했던 한국 배경의 맵 ‘도산' 뿐만 아니라 미국 서부 도시를 연상시키는 하는 ‘블리스베이'까지 플레이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 동시에 <인조이>의 글로벌 성공은 '한국적 미'를 담는 것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소 유럽 사람들에게 생소할 수 있으나 가장 인조이 다운, 한국 IT 회사 느낌의 가구 배치와 한국스러운 컬러감을 사용해서 부스를 디자인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회사인 삼성전자와 삼성 디스플레이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디스플레이를 선보이고 부스 내 모니터도 설치했습니다.
Q. 모든 게임쇼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부분이지만, 시연 시간, 현장 및 SNS 이벤트, 포토존, 굿즈 전달 등을 고려하면 대기열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부스 디자인을 할 때, 기다리는 유저들의 시선을 잡아두기 위해 마련한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더 빠른 순환을 위한 동선의 편의성은 어떻게 고려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최현호 팀장: 우선 이번 크래프톤 부스에서는 ESG 실천을 위해 종이 리플렛이 없는 부스로 준비했습니다. 이용자들이 QR 코드를 통해 본인의 휴대폰으로 리플렛의 정보를 확인하고, 온라인 리플렛을 통해 스탬프 릴레이 이벤트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대기열부터 어떤 이벤트를 할 수 있는지 미리 경험해볼 수 있고 크래프톤이 출품한 세 IP의 이벤트를 한 번에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대기열의 경험도 곧 우리 부스의 경험이기에 대기열을 부스 내 좌우에 배치하여 대기열에서 이미 부스의 룩앤필을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부스 곳곳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해서 대기 과정에서도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