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일한 게임 기자들은 심각한 게임불감증을 겪곤 한다. 웬만한 게임으로는 재미를 느끼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기자 본인은 아직 그 정도의 증상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장르' 이름을 들으면 이내 시큰둥해지는 경증(?)을 때때로 겪곤 한다.
그렇다. 막상 하면 재밌게 하겠지만, 구매 전 대단한 기대를 잘 갖지 않게 되는 장르 중 하나가 [메트로배니아]다. 장르명의 유래인 <메트로이드>와 <캐슬배니아>보다 재밌냐?-는 공통 질문이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것마저 식상하게 느껴질 때가 더러 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요상한 기대감을 가지게 만드는 작품이 간만에 등장했다. [진짜 재밌어 보여서]라는 호감이 절반, [도대체 이게 뭐람?]이라는 호기심이 절반이다. 아트 예쁘고, 무기 화려하게 많이 쓰는 게임은 사실 기존에도 어느 정도 있지만, 오늘 소개할 <이냐야>는 결이 조금 다르다. 공격, 방어, 패링 같은 전투 컨트롤 뿐만 아니라 이동에서도 이 게임처럼 하드코어(?)한 조작을 요하는 게임은 드물기 때문이다.
아, 참고로 기자 본인은 머리 쓰는 게임엔 능하지만, 손이 빠른 게이머는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진과 화상으로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며 확신했다. 이 게임, 한 번 이 손맛에 빠져들면 헤어나오지 못할 유저들 꽤나 많겠구나.
미필인 사람들도 일명 '삽 콩콩이'에 대해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삽으로 스카이콩콩을 타듯 점프하는 기술(?)을 말한다.) 숙련자가 아니라면 '삽 콩콩이'로 2~3회 점프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게임에서 그런 '삽 콩콩이'와 유사한 컨트롤을 적극 활용한다면 어떨까?
<이나야: 라이프 애프터 갓>에서 주인공이자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이나야'는 '건틀렛'을 3가지 형태로 변형하며 모험과 전투를 이어간다. 각각 블레이드, 도리깨(편곤, Flail), 주먹(Fist)인데,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스킬 분화 트리가 있다. 다양한 공격, 방어, 패링, 이동 스킬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중에는 블레이드를 활용해 지면을 치고 다시 뛰어오르는 기술이 있다. '콩콩이'처럼 연속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꽤 긴 가시밭길을 '콩콩이'를 활용해 지나가거나, 보스전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위협적으로 돌아가는 칼날을 쳐내고 더 높이 뛰어올라 공격하는 등 섬세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플레이가 적극 활용된다. 특정 오브젝트를 채찍처럼 당겨 이동하거나, 공중에서 불주먹을 특정 방향으로 쏴서 체공 시간을 늘리는 등 여러 무브먼트가 다채롭게 동시에 활용된다. 아래 첨부한 편집된 플레이 영상에서도 이런 특징을 엿볼 수 있다.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만 봐도 느낄 수 있지만, <이나야>는 스킬 활용에 굉장히 진심인 게임이다. 3개의 무기 형태에 따른 스킬 트리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기술이 굉장히 많은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인게임에서 얻는 자원을 투자해 기술 성장 방향성을 선택할 수 있다.
"모든 기술을 동시에 마스터할 수 있을 정도로 자원이 충분한지" 물어본 기자의 질문에, 게임 디렉터 바딤 브갓세브(Vadim Bgattsev)는 "모든 기술을 동시에 마스터할 수는 없지만, 스킬 트리에서의 선택을 초기화하는 데 별도 비용이 들지 않아, 다른 스킬셋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스킬 트리 외에도 '아뮬렛'(부적) 등을 활용하는 임플란트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진행 중 획득할 수 있는 이단 점프로, 플랫포머 게임을 많이 해본 사람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이단 점프'는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주는 기술 중 하나다.
물론,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준비됐고, 스토리 모드와 하드 모드가 있을 예정이다. 하드 모드에는 더 어려운 플랫포머 구간과 보스 패턴이 등장한다. 개발진은 "게임패드 플레이를 권장"할 정도로 액션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보스전 또한 20종 이상 준비됐고 각기 다른 파훼법을 요구하니, 도전적인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취향에 잘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엑소제네시스 스튜디오'는 경력직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신생 개발사로, <이나야>는 이들이 뭉쳐 처음 선보이는 야심작이다. 이전에 <워해머 40k: 로그 트레이더>, <패스파인더: 래스 오브 더 라이쳐스> 등을 선보였던 이들이 뭉쳤다.
게임 디렉터 바딤은, 액션 플레이 외에도 가장 공을 들인 요소 중 하나로 '아트'를 손에 꼽았다. <이나야>의 아티스트들은 디즈니, 블리자드의 작업에 참여했던 인물들로, 특유의 수제 2D 아트 스타일을 액션에 맞게 애니메이션화 하는 작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캐릭터 빌드 선택 외에도 스토리 진행 안에서도 '선택'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멀티 엔딩으로 이어진다. 종말 이후의 세계 속에서, 고아 '이나야'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다양한 생명체도 등장하지만, 동료로 등장하는 (스푸트니크라는 이름의) '드론'을 비롯해 외계 문명의 진보된 기술도 환경 안에 함께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게임 자체의 특징도 충분히 눈에 띄지만, 기자가 <이나야>에 기대를 더 걸어보기로 결정한 요인 중 하나는 '한국 시장'에 대한 적극성이었다. '한국어'를 포함해 9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는 게임이며, 국내 게임 매체들에게 '화상 브리핑' 등을 통한 별도 취재 제안을 할 정도로 열정이 돋보였다.
<이나야>는 2025년 초 PC(스팀)로 출시될 예정이며, 이후 PS5, Xbox, 닌텐도 스위치를 포팅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개발팀은 "역시 많은 반응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이나야>를 재밌게 즐겼다-는 평을 가장 듣고 싶다"며 "게임 커뮤니티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고, <이나야>라는 작품을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전했다.